최혜인 경남일보 소설 당선, 진주문학상 수상.

“이거 비밀이야, 알겠지?”

“알았어. 얼마나 중요한 건데. 절대 새어 나가지 않게 할 테니 걱정 마!”

어떤 사람 둘이 비밀을 공유하고 난 뒤 비밀이 새어나가는 것이 두려워 나눈 대화입니다. 두 사람 모두 입이 무거웠으므로 다른 사람에게 누설을 하지 않았고, 그곳에는 폐쇄회로(CC) TV도 없었고, 아무도 들은 사람이 없었으니 비밀이 새어 나가진 않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과연 비밀은 유지 될까요?

대표적인 공리주의(公利主義) 학자인 영국의 철학자이며 법학자, 경제학자인 제레미 벤덤(Jeremy Bentham)은 죄수들을 효과적으로 교화하자는 기치 아래 기가 막힌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이른바 파놉티콘(Panopticon)이라는 감옥이었습니다.

파놉티콘 감옥은 일종의 이중 원형건물로 바깥 둘레로 6층 건물이 있고 중앙에는 원형의 탑방을 배치했습니다. 수용자들은 바깥 둘레의 방에 배치되고 감시자들은 안의 원형탑 방에 머물게 되는데 수용실의 문은 내부가 들여다보이게 했습니다. 이때 수용자의 방은 환하게 하고 감시자의 방은 어둡게 해서 감시자는 수용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환히 볼 수 있지만, 수용자들은 감시자를 볼 수가 없지요. 그러니 감시자가 없어도 수용자들은 늘 감시당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고, 때문에 규칙을 어길 수 없게 된다는 신념에 의한 것이었지요. 전 생애에 걸쳐 자신의 모든 사유재산을 이 건물 건축비용으로 쏟아 넣은 벤덤은 감옥 뿐 아니라 학교, 공장, 병원 등 사회의 거의 모든 시설에 이 원리를 적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놀라운 일입니다. 오늘날의 인간들이 삼사백 년 전 벤덤이 고안해 낸 그 파놉티콘에서 감시당하며 살고 있으니까 말입니다. 그것도 문명인이라는 자부심과 함께 사무실에서, 엘리베이터에서, 화장실에서, 침대에서 하는 모든 행동들이 고스란히 찍히고 있습니다. 해서 일각에선 폐쇄회로(CC) TV 철거론이 거론되고 있지만 문명이라는 자연이 내린 대재앙 없인 좀체 후퇴하지 않을 것이므로 철거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법적인 제재로 실행이 된다고 하면 어떨까요? 인간이 만든 기계에게 개인의 사생활과 정보가 어느 정도는 보호 될 것입니다.

그러나 우주에는 제3의 눈이란 게 있습니다. 신의 눈이라고 해도 될 것이고, 진리의 눈이라고 해도 될 것입니다. 이 제3의 눈은 인간 한 사람 한 사람을 찰나, 찰나 지켜보고 있습니다. 행동, 말, 생각까지 다 읽어내고 있어요. 왜 그러는 것일까요? 개개인의 정보를 차곡차곡 기록하기 위해서이고, 기록된 빅데이터로 인간들의 까르마 통장을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우리가 현재 살고 있는 모습은 그렇게 해서 받은 까르마 통장의 현현인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주가 제3의 눈을 작동하는 목적이 뭘까요? 인류의 불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인류가 악이 아니라 선 쪽으로 발전해가며 세세생생 살아가게 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내가 받는 고통은, 무한히 윤회해 온 내 과거의 까르마 통장이 마이너스인 상태에서 생겨나는 것이고 만족감과 행복감은, 플러스인 상태에서 생겨나는 현상이라고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 불교용어로 아뢰야식에 차곡차곡 저장되었던 잠재의식이 시절을 만나고 알맞은 조건을 만나 발현되는 것입니다. 이것이 우주의 거대한 메커니즘입니다. 믿고 안 믿고는 개인의 선택이며 그 또한 까르마로 작동되지만 복은 믿는 자에게 온다는 것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렇다면 어찌 해야 할까요? 내가 하는 말, 하는 행동, 먹는 마음을 들키지 않으려 가면을 쓰지 않으면 됩니다. 솔직하면 됩니다.

아, 내가 또 그랬구나. 바로 알아차려서 즉석 참회를 하면 제3의 눈은 즉석에서 까르마의 대차대조표를 수정합니다. 제3의 눈은 파놉티콘이나 폐쇄회로(CC) TV가 하지 못하는 인간의 속마음 한 토막까지 다 읽어내는 능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왕이면 마음과 함께 몸이나 행동으로도 선행을 하면 까르마 대차대조표 수정의 폭은 더 커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 가을, 저는 어떤 선업을 지으며 또 어떤 악업을 짓는지 찰나찰나 알 수 있도록 늘 깨어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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