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13 지방선거에서 경찰의 편파적인 수사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청와대 하명수사의혹이 제기되면서 울산뿐만 아니라 사천·양산·창원·함양 등 경남 여러 곳에서도 경남경찰청의 선거개입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경남경찰청은 선거운동기간 중에 당락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야당후보에 대한 수사가 다시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내리고 있다.

헌법에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을 규정하고 있다. 공무원은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부당하게 정파적 특수이익과 결탁해 공평성을 상실하거나 정쟁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

지방선거는 지역의 지도자를 뽑는 지역축제이다. 축제인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경찰수사는 선거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여 신중하고 엄정하게 진행되어야 한다. 범죄혐의가 있으면 수사하는 것은 당연하다. 국가기관은 다툼이 있으면 심판자적 공정한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TV 드라마가 시청자들의 흥미와 관심을 자극하여 드라마에 빨려들게 하는 것처럼, 경찰이 수사라는 왜곡되고 편파적인 도구를 사용하여 국민들에게 특정후보의 왜곡된 인상을 갖도록 하는 것은 정치적 중립의 훼손이다.

조진래 창원시장후보는 경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재임 시 직원 채용비리의혹으로 소환조사를 받았고, 이 과정에서 “조 후보는 당선되어도 재선거를 해야 한다”며 당시 창원시장 이었던 안상수 후보가 무소속으로 출마하면서 민주당 허성무 후보가 당선되었다. 낙선한 조진래 후보는 극단적 선택을 하였다.

진병영 함양군수 후보에 대해서는 선거운동기간 중에 1~2차례도 아니고 5~6차례나 함양군에 수사자료를 요청하였다. 특히 선거전날에도 군청 실과와 각 읍면사무소에 건축사 출신인 진 후보와 관련된 설계, 수의계약 내역 등 수사 자료를 요청하자, 공무원과 군민들은 진병영후보는 당선되어도 중도낙마 할 것이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큰 타격을 받았다. 429표 차이로 석패하였다. 검찰에서 경찰이 문제 삼은 혐의사실 모두가 무혐의로 밝혀졌다. 고발자는 명의만 빌려주고 작성자는 따로 있었다고 한다.

경찰 권력의 오·남용이 가져온 피해는 엄청나다. 당하는 쪽에서는 분통터질 일이다. 경찰의 수사권 독립을 소리 높여 외치고 있는 상황에서, 경찰의 선거관여 행위가 선거의 정당성을 훼손하고 선거결과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키울 수 있는 만큼 차제에 경찰의 정치적 중립에 대한 특별한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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