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도 깨어나지 않는 이른 아침
이렇게도 긴 사연을, 또박 또박
남몰래 쓰면 숲으로 간 이여!
그대의 편지를 읽어 가다보면
산벚나무 아래 잠시 발걸음을 멈춘
그대가 시인임을 알겠습니다

‘어쩌겠습니까, 눈 덮인 산비탈
맨몸, 맨발로 서서
여린 꽃잎 아롱아롱
눈물처럼 당도하고야 말 봄날
그 봄날 같은 누군가를
떨며 기다리는 내 마음도 그렇다며’

날씨가 매섭다.
아침도 영하고
대낮도 영하다.
정치도 경제도 사회도
다 영하다.

그냥 막연히 믿고 싶다.
때가 되면 겨울 가고
봄이 오려니 하고

마냥 믿고 싶다.
이 추위가
이 어둠이
새 세상 따뜻한 날 밝은 날
오기 전 마지막 전조라고…
<백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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