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다는 제자로서 스승이신 예수를 원수들에게 은 30량을 받고 팔아먹은 배신자라는 끔찍한 죄의 대가로 멸망의 길을 갔다. 2000년의 역사가 흐르는 동안 줄곧 배신자의 대명사로 통해왔고 멸망의 자식이란 성서의 저주를 받고 있다.

그런데 배신은 유다만이 한 것이 아니었다. 같은 제자일 뿐 아니라 제자들 중에서도 수제자인 베드로도 배반을 하였다. “나는 그 사람을 모른다”고 천연덕스럽게 닭이 울기 전, 세 번이나 배반을 하였다. 유다의 배반은 스승을 사형장으로 몰아넣었고, 베드로의 배반은 사형선고 당하는 스승을 모른 체 외면한 차이는 있겠지만, 스승 예수는 당신을 모른다고 한 배반이 더 섭섭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유다는 역사의 최악인이요, 베드로는 역사의 최선인이 되었다. 그 차이는 어디서 생겼는가. 그것은 유다는 죄를 뉘우치지 않고 그 상태를 스스로 결정하여 절망의 구렁텅이로 빠졌고, 베드로는 이내 뉘우치고 다시 예수께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다급한 겨를에 죄를 저질렀지만 즉시 자기 죄를 시인하고, 마음을 털어 놓으니 스승과 제자 간에 서로 믿음이 회복되었던 것이다.

지금 우리 정치판, 특히 야당의 경우 불신이 쌓여 갈등과 분열이 심화되고 있다. 야권의 통합이라는 절대명제를 두고, ‘배신자’라는 낙인이 찍힌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찬성을 주도한 두 의원의 사죄를 요구하고 있다. 두 의원의 오죽했으면 탄핵을 찬성했겠느냐는 항변에 공감하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한때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지만 영어의 몸이 되도록 하는데 일조한 셈이 된 것은 생각이 좁았다고 쿨하게 인정하면 모든 것이 잘 풀리지 않을까.

자기 잘못을 인정하는 사람과는 다음 대화가 통하고, 대화가 통하면 믿음성이 생긴다.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서는 속이야기가 불가능할 것이다. 속이야기가 안되면 믿음성도 없어진다.

불신하는 가정, 불신하는 사회, 불신하는 정부는 생각만 해도 몸서리가 쳐진다. 그런데 우리는 요즘 불신하는 풍토 속에 살고 있다. 정치가 굳어지면 경제가 굳어지고 경제가 굳어지면 집 살림이 굳어진다. 정국의 경색상태는 전적으로 불신의 상태이고 이를 푸는 방법은 서로가 사실을 인정하고 악수하는 길 밖에 없다.

교수들이 지난해를 총정리하는 사자성어로 공명지조(共命之鳥)를 선정했다. 공명지조는 한 몸에 두 개의 머리를 가진 새인데 어느 한쪽이 없어지면 나머지도 죽을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결국 상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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