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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백석의 시
  • 서부경남신문
  • 승인 2020.01.20 21:56
  • 호수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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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많이 와서
산엣새가 벌로 나려 멕이고
눈구덩이 토끼가 더러 빠지기도 하면
마을에는 그 무슨 반가운 것이 오는가보다
한가한 애동들은 어둡도록 꿩사냥을 하고
가난한 엄매는 밤중에 김치가재미로 가고
마을을 구수한 즐거움에 사서 은근하니
흥성흥성 들뜨게 하며 이것은 오는 것이다

아, 이 반가운 것은 무엇인가
이 히수무레하고 부드럽고 수수하고
슴슴한 것은 무엇인가
겨울밤 쩡하니 닉은 동티미국을 좋아하고
얼얼한 댕추가루를 좋아하고
싱싱한 산꿩의 고기를 좋아하고

설이다
설 같지 않은 설이다
눈도 함북 나리고
동동주도 동티미국도 익어가고
뭔가 흥성흥성 아이나 어른이나
가진 것 없어도 들뜨기도 하고
그래야 설인데 까치 까치 설날인데
도모지 설 기분이 안 난다
이 그지없이 가라앉아 있는
이것은 무엇인가
김사인 시인의 ‘첫차’처럼
동틀 녘 바람도 맵고
턱이 굳어 말도 안 나온다
부디 설을 맞이하여
가재미도 당나귀도 강아지도 버들치도
어린이도 어른이도 아픈이도 가난이도
모다 즐거운 일 많이 생기기를
축원합니다.
<백산>

서부경남신문  newsnur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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