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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째 표류’ 거창국제연극제 정상화 올해도 불투명

법원조정 감정가 거부한 거창군
구인모 군수는 원론적인 입장만

2차 조정에서 3억8500만원 낮춰
3월10일까지 양측 합의 안 되면
추경에서 연극제 예산반영 못해

군민 대표로 선출된 거창군의회
주민들 요구 전혀 수렴하지 못해

지난해 4월 국회의원회관에서 세계한인지식재산전문가협회·지식일자리포럼이 주최한 ‘세계한상네트워크를 통한 문화콘텐츠, 기술벤처 기업의 해외진출전략 토론회’에서 강영기 미주한인상공회의소 총연합회 회장이 미주 150만 한인상공인들에게 거창국제연극제를 세계적인 신 한류 콘텐츠로 소개하며 도약을 위한 네트워크 구축을 제안했다. <사진: 거창국제연극제>

지난 2015년 이후 보조금 지급이 끊기면서 지난해 개최마저 무산됐던 거창국제연극제가 올해도 여전히 정상화는 불투명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거창군과 군의회의 안일한 대책에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오는 3월 옛 위천중학교 터에 거창연극고등학교가 새롭게 개교하는 상황에서도 공방만 주고받고 있어 ‘연극의 도시, 거창’ 이라는 이미지가 크게 실추하고 있다.

구인모 거창군수가 거창국제연극제 정상화를 올해 정책과제로 제시했으나 구체적인 대책은 없는 것으로 나타나 다분히 보여주기 식 정책과제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30년이 넘은 지역 대표 문화행사가 수년째 표류하고 있는 상황에서 제대로 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면서 거창국제연극제는 올해도 불투명하게 됐다.

지난해 보상금 산정 문제에 대한 이견으로 법정으로 간 거창국제연극제는 지난 12월 재판부의 강제조정에 거창군이 이의를 제기하면서 다시 법정에서 판가름 나게 됐다. 하지만 전개되는 흐름이 거창군에게 불리해지는 쪽으로 가고 있어 판결 결과가 주목된다.

서울지방법원은 지난해 12월9일 강제조정을 통해 거창군이 거창국제연극제에 14억8473만원을 지급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거창연극제 측이 이를 수용한 데 비해 거창군이 이의 제기를 하면서 조정이 성립되지 않았다.

거창군과 거창연극제 측은 거창국제연극제의 정상화를 위해 연극제 상표권을 군으로 이전하기로 합의하고 앙 측이 각각 평가팀을 선정해 감정가를 책정하고 평균값을 정하기로 했다.

거창군이 선임한 평가팀의 감정가는 11억261만원이었고, 거창국제연극제 측의 감정가는 진흥회가 선임한 평가팀 감정가는 26억3705만원이었다. 산술평균금액은 18억6983만원이었으나 법원이 조정 과정에서 이를 3억8500만원 낮춘 것이었다.

이에 대해 거창군의 한 관계자는 “법원에서 2차례 걸쳐 강제 조정했으나 군 입장은 군에서 나온 감정가대로 처리할 수 없었다”며 “재판은 2월에 첫 기일이 잡힐 예정이라 양측의 거국적인 합의가 없이는 올해도 열리기 어려운 형편이다”라고 말했다.

거창국제연극제가 정상화되기 위해서는 오는 4월 예정된 제1회 추경에는 반영되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3월10일까지는 합의가 되어야 한다. 2월에 재판 일정이 정해지면 1심이 마무리되는 데 수개월이 소요돼 사실상 예산 편성이 어려워 올해 개최도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거창군 측은 “구인모 군수가 정책과제로 거창국제연극제 정상화를 언급한 부분은 원칙적인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구체적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형식적인 발언이었음을 인정한 셈이다.

거창국제연극제 측은 “산술평균금액보다는 적지만 법원 조정을 받아들이려 했으나 거창군이 이의를 제기하면서 다시 재판으로 가게 됐다”며 “불리할 것 같지는 않다”고 전망했다. 법원 조정의 경우 양측의 입장을 고려해 절충안을 마련해 주는 것인데, 재판이 재개될 경우 양측이 합의한 계약서가 있는 상태에서 산술평균금액을 인정받을 여지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거창국제연극제 측은 “거창군에서 새로운 제안을 해오면 얼마든지 협의할 수 있다”면서 열린 자세를 취했다.

거창군이 조정을 거부하고 재판을 통한 판결을 요구했다는 점에서 만일 거창군의 원했던 방향대로 결론이 나지 않을 경우 상당한 부담을 떠안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역 시민단체들은 지난해 입장문을 통해 거창연극제 측에 상표권 매매를 무효화하고, 예술감독을 매년 전국 공모를 통해 선정하라고 요구했으나 문화예술행사의 특성과는 동떨어진 주장 등으로 인해 별다른 반향을 얻지 못하고 있다. 국제적인 행사를 1년 단위로 예술감독을 선임해 진행하라는 것은 문화예술에 대한 무지함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게 문화예술인들의 비판이 었다.

거창국제연극제 문제는 사실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는 문화예술의 기본적인 원칙만 견지되면 풀릴 수 있는 문제다. 행사 운영 전반을 연극인들에게 맡기고 예산 지원을 통한 관리 감독을 철저히 하면 된다. 군청이 무리하게 행사까지 주관할 필요가 없다. 이렇게 정리되면 굳이 법정 논란을 피할 수 있고, 만에 하나 재판 결과가 불리하게 나오게 될 부담도 덜어낼 수 있다.

그러나 거창군과 거창군의회가 해법 마련의 의지를 보이지 않으면서 법원의 판결만 바로 보는 형국이 됐다. 특히 군민의 대표로 선출된 거창군의회가 보이는 태도는 연극제를 원하는 주민들의 요구를 전혀 수렴하지 못하고 있다. 연극제 감정가 마지노선에 스스로 고삐를 묶어 한발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2016년 거창군의회는 거창국제연극제의 보조금 지원을 삭감하면서 매칭으로 붙는 국비 3억원, 도비 2억원까지 이후 4년간 받지 못했다. 총 20억원의 국·도비 지원을 날려버린 것이다.

군민들의 원하는 게 어떤 것인지를 거창군의회가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알려고 하지도 않은 것이다.

연극제 특수를 누리지 못한 수승대 인근 상인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제 역할을 못하는 거창군과 거창군의회가 거창이 자랑하던 거창국제연극제를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모양새다. 이에 따른 부담은 오롯이 군민들의 몫이 되고 있다.

재판 대신 합의로 풀어야

어느 한쪽이 일방적인 부담을
가질 수 있는 판결보다는
서로 간 합의를 통해 해결필요

만일 판결에 따라 책임질 경우
누가 어떻게 할지 명확해야

법원으로 간 거창연극제 문제가 두 번에 걸친 강제조정에도 불구하고 거창군의 이의 제기로 다시 재판으로 가는 것은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다. 서울지방법원은 지난해 12월 거창군이 거창연극제에 14억8473만원을 상표권 금액으로 지불하라고 조정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거창군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법적인 판단을 받게 된다. 물론 재판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끝까지 가봐야 알지만 법원이 조정한 액수가 거창연극제가 요구한 산술평균값과 기존 거창군 평가 금액의 중간값 정도임을 감안하면, 거창군이 유리하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상표권 매매는 군민의 혈세가 사용되는 것이기에 조심스런 부분이지만 굳이 혈세를 사용하지 않고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팔길이 원칙’을 적용하면 해결될 가능성도 있다는 점에서 법원에서 해결하려는 방법은 현명하지 못하다. 만일 판결에 따라 거창군이 부담을 갖게 될 경우는 경우에 누가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를 명확히 해야 한다.

거창군과 거창연극제가 상표권 문제에 대한 생각이 달라 법정까지 갔지만 양측 모두 거창의 발전을 위해 연극제가 존재해야 한다는 데는 이의가 없을 것이다. 따라서 어느 한쪽이 일방적 부담을 가질 수 있는 법원 판결보다는 서로 간의 깊이 있는 협의를 통한 해결을 구하는 것이 마땅하다.

거창군은 지원을 하되 관리감독을 철저하게 하고 거창국제연극제는 미래 발전에 대한 비전과 쇄신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맞다. 거창군의회는 연극제를 원하는 군민들의 뜻을 받들어 양측의 견해를 좁히고 예산 배정을 통해 원활한 행사가 되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연극을 사랑하고 연극제를 키워온 군민들에 대한 예의일 것이다.

주지원 기자  joojw@seob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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