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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만 하는 인구증가’ 거창 주상어린이집 폐원 절차

인구증가 외치지만 모래성 쌓기
젊은 가정 귀농·귀촌 유도 차질

거창군의회가 비용문제 거론하며
결과적으로는 폐원을 유도한 셈
효율성 앞세우면서 엇박자 난 것

아이들 교육이 부모들에겐 우선
주소이전 말고 인구정책이 필요

숲속샘골어린이집은 2017년 원아가 30명에 달했다. 단란하게 지내던 어린이집 모습. <사진: 따세기농장>

인구소멸로 인한 학령인구 감소로 거창·함양·산청·합천 초등학교의 취학생이 점차 줄고 있는 가운데 거창군의 몇 안 되는 어린이집까지 사라지면서 인구증가를 위한 정책이 허술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귀농이나 귀촌 유인에 중요한 요소가 학교인데, 이를 사라지게 방치하면서 인구증가 정책이 겉돌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 군의원의 근시안적 행태도 일조하는 모습이다.

최근 거창군 주상면에 있는 거창여성농업인센터 어린이집이 폐원절차에 들어갔다. 거창군의 5군데 거점지역 어린이집 중 한 곳이 사라지게 된 것인데, 아이를 키우는 데 중요한 시설이라는 점에서 우려가 나오고 있다.

거창군에 따르면 거창여성농업인센터 어린이집은 2017년에는 원아가 30명에 달했으나 인원이 점차 줄어들어 2020년 0명이 됐다. 2019년 11월 수요조사 때는 4명이 있어서 유지가 되는 줄로 알았는데, 이들이 거창읍과 다른 지역으로 이사하면서 자연적으로 폐쇄절차에 들어간 상황으로, 농촌인구 절감에 따른 감소 현상이 원인이 된 것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고제면의 고제초등학교 학생 수가 더 줄어들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이다. 고제면에서 주상면 어린이집을 다니던 원아 가정 중 거창읍으로 이사를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일부 학생이 빠질 가능성이 생겨난 것이다. 고제초등학교 측은 5일 아직까지 전 학 신청은 없었다고 밝혔으나, 자칫 전교생 21명에 불과한 고제초등학생 수가 더 줄어들 수도 있다.

어린이집이나 초등학교의 존립이 위태해진다는 것은 사실상 마을공동체의 붕괴를 촉진시키는 역할을 하게 된다. 아이들을 키우는 가정에서는 교육 시설이 거주 지역 가까이에 있느냐가 상당히 중요한 문제인데, 어린이집의 폐원은 인구증가를 위한 젊은 가정의 귀농·귀촌 유도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근 함양 서하초등학교가 외부인들을 유치해 학교를 유지하면서 좋은 선례로 관심을 받는 이유는 학교가 농촌 살리기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어서다. 교육문제를 중시하는 학부모들 입장에서는 학교가 있다는 것이 귀농·귀촌을 선택할 수 있었던 중요한 이유 중 하나였다. 어린이집이나 초등학교가 먼 거리에 있는 지역은 자연스레 아이가 있는 젊은 가정의 귀농·귀촌에 불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태경 전 군의원은 “주상면 어린이집이 문을 닫으면서 앞으로 젊은 귀농인이 고제면을 선택할 일이 없게 됐다”며 “인구증가 노래를 부르는 거창군은 뼈아픈 실책임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김 전 군의원은 “민간어린이집은 3명 이상 원아만 될 경우 국공립 어린이집을 바꿀 수 있고 지원을 받을 수도 있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김 전 군의원의 말대로 국공립 어린이집으로 전환되면 원장과 영아반 교사는 인건비 80%를 지원받게 되고, 유아반 교사 인건비 30%를 지원받게 된다. 거창여성농업인센터 어린이집이 인구감소에 따른 불가피한 폐원일 수도 있겠으나 거창군의 적극적인 대응이 아쉽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김 전 군의원은 “당시 거창군 보육담당 관계자는 면지역에 있는 3개의 보육시설(위천·가조·주상)에 1명의 추가 인건비를 지원하여 인건비든 운영비든 부족예산에 쓸 수 있도록 지원을 제안하자, ‘연간 추가 예산 1억원은 안되고, 보육시설은 안정적 운영이 가능하다’고 답변했다”고 말했다.

거창군여성농민회에서 운영하는 여성농업인센터 부설 숲속샘골어린인집. 주상면·웅양면·고제면 3개면의 어린이들이 다니던 곳으로 통폐합을 추진하게 되면서 문들 닫게 됐다. <사진: 서부경남신문>

일각에서는 어린이집 폐원에는 거창군의회의 책임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군의회가 주상면 여성농업인센터 어린이집에 대한 통폐합을 주문하면서 폐원을 재촉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6월 열린 거창군의회의 행정사무감사 때 자유한국당 박수자 의원은 인건비 문제 등을 거론하며 “주상면 여성농업인센터 어린이집을 위천면 어린이집과 통폐합했으면 좋겠다”면서 사실상 폐원을 요구했다.

당시 회의록에서 박수자 군의원은 ”여성농업인센터 어린이집 현황을 보면 어린이가 현재 다섯 명이 있고, 직원이 원장 겸 보육교사 1명, 취사원 1명, 운전원 1명 등 3명인데, 소요되는 예산은 1년에 한 8500만원 정도”라며 “인원이 지금 이렇게 작은데 주상어린이집 고민 한번 해 보셨냐?”고 질의했다.

이에 대해 강국희 농업축산과장은 “이 사업은 매년 도의 공모사업으로 신청한 사업이기 때문에 도비하고 매칭되는 사업이라며 경남도내에는 6군데 지금 하고 있는데 거창에 한 군데 해당되는 그런 입장으로 판단은 도에서 지금 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그러자 박수자 군의원은 “원아들 주소를 한번 봤다”면서 “내오리에 한 명 있고 봉산 봉계리에 네 명이 있다. 봉산 봉계리는 위천어린이집으로 가면 주상 오는 것하고 거리가 비슷하고, 현재 위천어린이집에도 보면 원아가 줄어 고민이 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주상어린이집의 원생들을 위천으로 좀 가도록 해 갖고 거기에서 운영을 하는 게 어떨까, 생각을 해 봤다. 만약에 위천어린이집으로 가면 보육교사와 주방에 일하시는 분, 운전원과 차량도 있어서 더 추가로 필요한 사항은 없다”면서 “그런 사업 대신에 다른 사업을 한번 생각을 해 보라”고 말했다.

박 군의원은 이어 “아무리 국가에서 하는 사업이고, 도에서 지정하는 사업이지마는, 한번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다섯 명 이렇게 있는 것보다는 한 10명이라도 넘으면 서로가 또 경쟁력도 있고. 사회성도 좀 키울 수가 있고 보고 있다”며 “위천면도 23명인데, 지금 상당히 운영이 어려운 걸로 알고 있고, 주상면의 거기의 5명 합하면 양쪽에 다 교육상 좋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통폐합을 거듭 종용했다.

이에 대해 강국희 과장은 “그 관계는 다시 한 번 여성농업인센터하고 한번 협의를 해서 뒤에 한번 말씀드리도록 하겠다”고 답변했다.

5명 정도의 원아를 운영하는 데 드는 비용문제를 거론한 것이지만 결과적으로 거창군의회가 어린이집 폐원을 유도한 셈이 됐다. 거창군은 인구 증대를 외치고 있으나 거창군의회는 인구 유입에 필요한 시설을 효율성을 앞세워 없애라고 하면서 엇박자가 난 것이다. 외부에서의 유입이라도 노력해야 하는데, 통폐합을 통한 폐원을 쉽게 생각하면서 귀농·귀촌에 좋지 않은 환경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고제면에 사는 한 주민은 “어린이집 폐원에 대해서는 심사숙고해야 한다. 다섯째 중에 4명이 다닌 어린이집이 고제면에서 못 나오는 이유 중 하나였다”며 “다시 도시로 올라가야 하는지 고민”이라고 밝혔다. 이어 “군수는 이런 심각성을 고려도 안 해 보고 현실에 충실하지 않는 걸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아이들 교육이 부모에겐 우선이고, 아이들이 뛰어놀 수 없는 곳에 어른도 살 수 없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데, 김태경 전 군의원은 “면 지역의 튼실한 복지망을 갖추지 않은 귀농·귀촌 정책은 모래성 쌓기”라며 “주소 이전 정책 말고 인구증가정책을 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은정 기자  newsnur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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