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식탁-이대로 먹을 것인가?

존 험프리스 지음
홍한별 옮김
르네상스/15,000원

영국은 1990년대 말 광우병 파동으로 인해 정치사회적으로 큰 혼란을 겪은 나라다. 그동안 잠잠했던 정치인들은 일제히 공청회를 열었고, 이러한 심각한 질병과 식량생산 방식의 함수관계에 대해서 과학자, 의사, 환경단체로부터 고견을 들을 수 있었다. 위의 인용도 그 고견 속에서 나온 어느 양심 있는 과학자의 ‘무시무시한’ 경고다.

이 책은 저자인 존 험프리스가 40여 년 동안 영국 방송계에서 종사하며 보고 듣고 직접 발로 뛰어 얻은 사실들을 집약해 놓은 것이다. 저자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영국의 잘못된 식량정책과 집약적 대량 농수산업의 생산방식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또한 그 역사적 배경에 대해 설명하고 있으며 각종 연구결과를 구체적으로 집약하고 있다. 무엇보다 위정자들의 국민보건에 대한 안이한 태도를 신랄하게 까발린다.

이미 창밖으로 뛰어내린 우리는 과연 몇 층에서 떨어지고 있을까?

우리는 지난 해 겨울 중국에서의 괴질병인 ‘SARS’와 국내 양계업계에 막대한 피해를 가져온 조류독감, 그리고 구제역 파동, 한 달은 앓아야 겨우 낳는 ‘질긴’ 독감과 같은 이상 현상에 이미 시달리고 있다. 광우병이 남의 나라 일이라고 생각하던 몇 년 전을 돌아보면 과연 우리는 안전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이 모든 것이 가축들을 좁은 사육장에 가둬놓고 대량으로 생산하기 시작한 이후로 발행한 질병들은 아닌가? 성장촉진이 되는 화학 사료와 어떻게 도축됐는지 모르는 동물 성분의 사료, 그리고 각종 질병을 위한,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모르는 항생제가 투입되는 우리의 공장식 축산업은 과연 인간에게 장기적으로 유익한지 확인할 수 있는가? 짚고 넘어가야 할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또한 어느 때보다 유기농이 각광받고 있는 이때, 우리의 농산물은 살충제와 제초제, 화학비료 없이는 생산이 불가능한가? 그것들로 인한 토양의 황폐화는 과연 우리에게 영원불멸하게 질 좋은 먹거리를 제공할 것인가? 또한 유전자 변이 종자는 인류를 구원하는 메시아가 분명한가? 혹시 ‘안전하다’는 구체적 실증이 없는 권위자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아닌가? 정치인들과 대량 농수산물 생산업자들과의 유착관계는 그냥 덮어둘 것인가?

이 책을 읽고 있으면 그동안 우리가 식탁 위에 올라오는 먹거리에 대해 얼마나 무관심했는지 소름이 끼칠 정도다. 지금 당장 아무 이상이 없다 하여 남의 일처럼 여겨오던 일들이 과연 영원히 남의 일이 될지 매우 의심스러워진다. 저자조차도 이 책을 읽고 받을 충격에 대해 염려할 정도다.

하지만 저자는 독자들에게 그저 선정적인 충격을 전해주기 위해 이 책을 쓰지 않았다. 그는 무엇보다 우리의 식량정책이 이미 거대한 도박판에 들어와 있다고 얘기한다. 당장의 식량 증대를 위해, 전세계인이 배를 곯지 않는 대신(과연 그러한가 생각해 볼만하다. 지금도 식량난에 허덕이는 아프리카나 제3세계인들에게 ‘배를 곯는다’는 것은 식량생산 방식보다는 정치적인 문제로 이해될 것이다.) 어느 정도의 건강상 위험과 환경오염은 감수해야 된다는 의견에 대해, 그것은 그 위험이 얼마나 큰지 측정하지 못하는 ‘도박’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는 오염된 공기와 물을 정화해야만 하고, 땅의 구실을 못하는 땅에 곡물을 재배키 위해 점점 더 많은 화학비료와 농약들을 퍼부어야 한다. 또한 점점 내성화되는 항생제를 극복키 위해 더욱더 강한 항생제를 개발해야 하고, 대량집약농업으로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을 구제하는 비용을 해마다 늘려야 한다.

과연 우리가 식량의 양은 지금보단 적지만 친환경적이고, 사람들이 원인 모를 질병에 고통 받지 않던 예전의 농법으로 식량을 생산한다면 그 비용이 앞서 말한 비용보다 더 비쌀까?

끝으로 저자는 당장의 경제적 이익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현대인들에게 다음과 같이 충고한다.

우리의 ‘도박’은 얼마나 더 큰 판돈을 걸고 끝날 것인가?

한정희 기자  dalbit@seobunews.com

<저작권자 © 서부경남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