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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소상공인의 하소연
  • 서부경남신문
  • 승인 2020.03.23 21:33
  • 호수 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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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우 대중문화평론가, 미래한국 전 편집장.

10년쯤 전에 외국인 근로자들을 면접해 한국으로 들여오는 기관에서 ‘알바’를 한 적이 있다. 스리랑카, 방글라데시, 우즈베키스탄 등에서 한국으로 오고 싶어 하는 근로자 후보들은 그때도 엄청나게 많았다. 그들이 현지에서 면접 영상을 촬영해 보내오면 그 영상이 잘 열리는지 확인하고 알파벳순으로 분류하는 게 내 임무였다.

간단한 일이었지만 그 작업이 내 마음에 남긴 파장은 간단하지 않았다. 영상이 잘 열리는지 확인하려면 일단 모든 영상을 클릭해서 지원자들의 모습을 확인해야 했다. 그런데 카메라 앞에 선 그들은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취준생’과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면접이라고 해서 한국에서와 같은 깔끔한 정장차림의 지원자들을 기대한다면 오산이다. 대부분은 반팔 남방에 반바지를 입고 있었다. 면접장소 역시 평범한 사무실인 경우는 거의 없었다. 아직 도배도 하지 않은 공사 중 공간에서 텅텅 울리는 목소리로 자기소개를 하다가 갑자기 내린 스콜 때문에 잠시 말을 멈추는 경우도 있었다.

무엇보다도 인상 깊은 것은 그들의 ‘눈빛’이었다. 그들의 커다란 눈망울은 당장이라도 눈물을 떨어뜨릴 것처럼 젖어 있는 듯했다. ‘준비된 지원자’임을 강조하기 위해서 열심히 준비한 한국어 자기소개는 너무 서툴러서 오히려 듣는 사람의 마음을 무너뜨렸다.

그들 대다수는 현지에서 대학까지 나온 ‘엘리트’들이었다. 그런데도 그들은 현지에서 지식인 대접을 받는 것보다는 한국에서 노동자로 살아가는 기회를 ‘인생역전’이라고 믿고 모든 것을 걸었다. 10년 전의 일이다.

2020년이 된 지금 우리는 너무도 거짓말 같은 현실을 살고 있다. 새해 벽두부터 트로트가 유행하질 않나, 일각에선 ‘달고나’ 커피가 핫 아이템으로 떠올라 때 아닌 유행을 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 연말 우리가 2020년을 정리하면서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크게 거론해야 할 주제는 당연히 코로나19(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일 것이다. 2020년에 전 세계적인 ‘역병’이 돌아 매일 아침마다 마스크를 사기 위한 행렬이 약국마다 늘어설 거라고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우리가 예상치 못한 또 다른 포인트가 하나 더 있다. 앞서 언급한 이주 노동자들의 ‘출국’이다. 다수의 외국인 노동자와 함께 일하고 있는 어느 중소기업의 대표는 우즈베키스탄 출신의 30대 근로자 2명이 갑자기 찾아와 “당장 집으로 돌려 보내달라”는 읍소를 해왔다고 전했다.

그들에 따르면 ‘한국의 상황이 위험하니 당장 집으로 돌아오라’는 전화가 저녁마다 우즈벡에서 걸려온다는 것이었다. 심지어 무단이탈 신고가 돼서 다시는 한국에 못 돌아와도 좋으니까 당장 나가고 싶다는 게 그들의 요구사항이었다. 한때 그들에게 ‘은인’ 대접을 받았던 그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는 “하루아침에 이 나라가 ‘저주의 나라’가 된 것 같다”고 한탄했다.

이 에피소드는 코로나19 사태 초기의 몇 가지 실패로 확진자 폭발을 막지 못한 우리에게 여러 가지 메시지를 던진다. 이미 여행업계나 유통업계는 코로나19로 인해 궤멸적인 타격을 입고 있다.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제조업 현장에서도 인력유출에 대한 고민이 불거지는 모양새다.

한국을 오래 관찰한 외신기자 마이클 브린은 그의 저서 ‘한국, 한국인’에서 아무 것도 가진 것 없는 상황에서 사다리 위까지 올라간 한국인들을 “모두 승리자”라고 선언했다. 물론 그 승리의 역사가 매끄러운 우상향 그래프로만 연속돼 있는 건 아니었다. 우리는 때때로 실패했고, 길을 잃어 헤매기도 했다. 그럼에도 분명한 건 언젠가는 다시 길을 찾았다는 점이다. 소상공인들의 슬픔이 너무 길어지기 전에 이 ‘불안한 유행’이 끝나기를 바랄 뿐이다.

서부경남신문  newsnur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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