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옥 산청문학회, 필봉문학회 회원.

한낮의 햇살이 유난히 빛나는 시간, 내 마음의 발걸음 위에 미소가 번진다. 스스로 만들어 낼 수 없는 귀한 보배들이 나와 함께 하자니 이보다 더 멋진 만남이 어디 있을까 싶다.

바라만 보아도, 생각만 해도 웃음이 절로 일게 하는 아이들, 눈부신 햇살, 밤하늘의 별처럼 영롱한 모습, 그들이 내게 온다니 약속된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탐구여행을 떠나는 아이들, 부족한 나를 초대해 준다니 감사가 앞섰다. 아이들은 내게 무슨 질문을 던질까. 무엇으로 이 감사의 마음을 전할까. 선생님과 부모님까지 열 명이라고 했다. 조그만 선물도 준비했다. 일상에서 만나는 아이들인데도 어느 하나의 모임을 통하여 그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시간에 만나는 또 하나의 색다른 세계로의 여행이었다.

만만세,

‘만나면 만날수록 넓어지는 세상’이라는 인솔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그래, 바로 이것이야.”하고 박수를 쳤다. ‘방정환 하늘학교’ 학생은 몇 명 되지 않지만 프로그램들이 색다르게 느껴졌다. 멀리 가지 않고 지역민의 삶속에서 그 한 사람, 한 사람의 생애를 통하여 배워가며, 느끼고, 희망과 용기를 가질 수 있는 시간들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토요일 오후, 만만세 모임은 방정환 하늘학교 학생들뿐 아니라 뜻이 같은 다른 학교의 아이들과 그 부모님도 참석할 수 있는 모임이었다. 초대한 인물의 삶과 직업에 대하여 묻고 직업을 갖게 된 동기와 만족도, 수입, 힘들고 어려운 점들, 보람 있었던 일, 언제까지 할 것인지 등 12가지의 질문을 학생들이 돌아가며 했다. 자기가 맡은 순서를 기다리며 진지하게 진행하는 모습들이 대견했다.

초등학교 2학년부터 5학년 아이들로 구성된 모임인데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듣는 태도’가 얼마나 진지한지 누구에겐가 전하고 싶었다. 자기 말만 하고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으려 하지 않는 현 시대를 살아가는 어른들이 한 번만이라도 보고 느껴서 실천하는 삶으로 엮어갔으면 참 좋으리라 생각했다. 이런 아이들이야말로 경청의 자세를 가르쳐주고 배려의 마음을 실천하게 하는 참 스승이 아닌가 싶었다.

저마다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하여 부단히 노력하지만 그 행복이 어느 길목에서 장애물을 만난다. 왜일까? 의문을 던져보지만 쉽게 대답을 얻을 수 없다. 여기에는 분명 두 가지의 원인이 있으리라 생각해본다. 자연적인 것과 인위적인 현상으로 인하여 일어나는 것, 아무리 현명하다 해도 자연적인 재해 앞에서는 예측할 수도 감당할 수도 없는 것임을 안다. 다만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조금이라도 극복할 수 있는 것은 인간의 노력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리라 믿는다.

아이들이 질문을 할 때마다 언어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알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말 한 마디에 천 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을 모를 이가 없을 정도로 많이 듣고 배웠을 것이다. 그러나 문화의 영향 때문인지 언어의 폭력이 난무하는 시대를 맞고 있다. 말 한 마디는 예리한 칼날보다 날카로워 한 사람의 순수한 영혼에 상처를 입히어 돌이킬 수 없는 아픔을 주기 때문이다. 그날 아이들의 말 한 마디, 한 마디는 내 영혼의 아름다운 노래가 되게 하고 한 송이의 꽃이 되게 했으니 그저 감사하기만 했다.

하루 일을 마치고 잠자리에 든 순간에도 육신의 나이테는 간 곳 없고 뽀송뽀송한 아이의 얼굴처럼 내 마음 환하게 웃을 수 있었으니 소확행의 즐거움은 바로 여기에 있다는 것을 누군가에게 건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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