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식 객원기자.

21대 총선은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지역구 163석을 포함해 총 180석을 얻어 미래통합당을 압도적으로 눌렀다. 미래통합당은 103석으로 개헌저지선을 간신히 지켰지만 뼈아픈 패배를 인정해야만 했다. 2016년 총선,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에 이어 이번 21대 총선에서까지 패배하며 미래통합당은 내리 4연패를 당했다.

미래통합당의 패배 요인으로 수많은 분석들이 나오고 있지만 큰 줄기는 두 가지로 수렴한다. 첫 번째는 공천의 실패다. 공관위와 지도부 간 알력다툼으로 공천이 뒤집어지고 비례대표 순번이 조정되는 등 여러 가지로 국민들의 실망을 초래했다. 통합당에서는 나름대로 이유를 설명했지만 일반 유권자의 눈으로 보았을 때는 그저 밥그릇 싸움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

마키아벨리는 일찍이 그의 저서 ‘로마사논고’에서 “부패의 가장 심각한 예는 야심 많은 시민이 공공선이 아니라 자신에 대한 사사로운 충성에 기초한 당파를 조직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총선에서 국민은 ‘공천이 사천으로 흐르면 안 된다’라는 강력한 경고를 한 것이다.

두 번째는 민심에 대한 이해도 부족이다. 통합당 당내 인사들은 이번 선거를 치루며 여러 차례 국민 정서와 상반되는 발언들로 물의를 빚었다. n번방, 세월호, 코로나 등과 관련된 실수인지 소신인지 모를 발언들로 중도층 표심을 완전히 잃었다. 이번 선거에서도 2~3% 내외 차로 낙선한 경우가 많은데 중도층을 잡았다면 이렇게까지는 되지 않았을 것이다. 조국 사태와 경제 실정 등 통합당에 유리한 여러 이슈들이 있었지만 이를 살리지 못하고 모두 ‘막말’에 묻혀버리고 말았다.

어쨌거나 통합당은 완패했다. 하지만 이를 대한민국 보수의 패배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 통합당이 그동안 보여준 일련의 행보만 본다면 진정한 ‘보수’ 정당으로 인정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보수를 정의하는 여러 말들이 있지만 기본적으로 보수는 안보와 전통을 중시한다. 국가 안위를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대한민국이 지켜온 자유주의, 시장경제 질서를 옹호해야 한다. 그간의 통합당은 어떠했나. 비판을 위한 비판을 이어가고 눈앞의 실리를 위해 이념적 편가르기에 앞장섰다. 원칙과 소신, 품격은 사라지고 충신만을 찾았다.

통합당은 국민이 내린 준엄한 심판을 받아들이고 이제는 진정한 보수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 더 이상 수구 정당이라는 비판을 듣지 않도록 보수의 원칙과 소신을 지키고 정부와 여당에 무조건적인 비판을 하기보다 건설적인 대안을 먼저 제시하기를 기대한다. 또한 국감이나 청문회에서 호통 치는 모습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는 대신 적극적 소통을 바탕으로 합리적인 정책 개발에 앞장서야 한다.

180석을 차지해 슈퍼여당으로 거듭난 민주당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야당이 필요하다. 이번 총선에서 국민은 정당 몇 개가 합치는 것이 변화가 아니라고 명확한 답을 내렸다. 이번 총선을 계기로 환골탈태하여 보수의 근본 가치를 바로 세울 수 있는 미래통합당이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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