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여창·정온·강익 선생 가르침과
역사의 흔적 그대로 품고 있어

남계서원은 ‘전학후묘’ 양식으로
우리나라 서원의 건축유형 대표

세계문화유산 등재 1주년 맞아
한시 백일장 등 프로그램 진행

함양 남계서원을 비롯한 ‘한국의 서원’ 9곳이 지난 10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지 1주년을 맞았다. 남계서원은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 건립된 서원으로 앞쪽에 강당과 기숙사를 두고 뒤쪽에는 사당을 짓는 ‘전학후묘’ 전통서원의 건축성을 대표하고 있다. <사진: 함양군>

지난해 7월10일 아제르바이잔의 수도 바쿠에서 열린 제43차 세계유산총회에서 함양 남계서원을 비롯해 ‘한국의 서원’ 9곳이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지 1주년을 맞아 ‘서원, 세계의 꽃이 되다’는 주제로 이달 31일까지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준비된다.

유네스코에 등재된 ‘한국의 서원’은 △남계서원(경남 함양) △소수서원(경북 영주) △도산서원(경북 안동) △병산서원(경북 안동) △옥산서원(경북 경주) △도동서원(대구 달성) △필암서원(전남 장성) △무성서원(전북 정읍) △돈암서원(충남 논산) 등 총 9개로 구성된 연속유산이다.

경남에서 유일하게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함양 남계서원은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건립된 서원이다. 1552년(명종 7년)에 개암 강익 선생을 비롯한 지방유생들이 일두 정여창(1450~1504) 선생을 제향하기 창건했다. ‘남계(溪)’는 서원 앞의 시내이름에서 따왔다.

서원은 공립학교인 향교(鄕校)와 달리 향촌사회에서 자체적으로 설립한 사설교육기관으로 선현들을 모시고 제향을 올리는 곳이다.

특히 남계서원은 제향, 강학, 교류공간을 종축에 배치한 최초의 서원이자 앞쪽에 강당과 기숙사를 두고 뒤쪽에는 사당을 짓는 ‘전학후묘(前學後廟)’ 전통서원의 건축유형을 대표하고 있다. 1868년 흥선대원군의 서원 철폐령에도 꿋꿋하게 자리를 지키며 남아있던 47개 서원 중 하나이며 경남 유일의 존속 서원이다.

이창구 남계서원 원장과 서춘수 함양군수(오른쪽). <사진: 함양군>

함양 남계서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확정을 축하하고 있다. <사진: 함양군>

남계서원은 입구에 들어가기 전 홍살문이 자리하고 있다. 붉은 홍살문은 잡귀를 쫓는 문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래서 학문과 함께 제사를 지내는 향교와 서원 입구에 항상 설치되어 있다. 조선의 왕 무덤인 정릉과 선릉 입구에도 설치가 되어있다.

남계서원은 사당, 정사청, 내삼문, 강당, 경판고, 동재, 서재, 묘정비, 풍영루, 관리사, 문간재, 연지로 구성되어 있다. 정면에는 강당이 배치되어 있고, 언덕 뒤쪽에는 제사를 지내는 곳이 있다. 좌우로는 동재와 서재가 있으며 마당 앞에는 2개의 연지가 있는데 모든 구조물이 완벽하게 대칭을 이루고 있다.

정문인 풍영루(風詠樓)는 유생들이 공부하거나 학문을 토론하는 장으로 그 이름은 논어 증점욕기(曾點浴沂)에서 따왔다. 풍영은 “증점이 기수(沂水)에서 목욕하고 무우(無雩)에서 바람을 쐬면서 시를 읊고 돌아오겠다”고 공자에게 말한 대목에서 인용했다. 풍영루의 안쪽에는 또 다른 현판이 있는데 ‘도를 쫓아 행하는 문이’라는 뜻의 준도문(遵道文)이 있다.

풍영루 오른쪽 문을 통해 마당으로 들어가면 동편과 서편에 연지(蓮池)가 조성되어 있다. 군자의 꽃을 피워내기를 갈망하고 있는 모습이다. 연지 서쪽편에는 묘정비가 있고, 비각으로 보호하고 있다.

남계서원은 일두 정여창, 동계 정온, 개암 강익 선생 세 분을 모시고 향사를 올리고 있음에도 이를 찬양하는 송덕비가 없어 안타까워하다가 남계서원 건립 200여년이 지난 1779년 묘정비를 세우면서 글을 새겼다고 한다. 비문은 조성 후기 정조 때 문관 김종후가 지었다.

서원 중앙의 강학공간인 명성당(明誠堂)으로 오르기 전 양 옆으로 유생들이 거처하며 공부하던 곳으로 동재와 서재가 자리 잡고 있다. 동재는 강당 동쪽에 위치하고 있어 동재, 서재는 강당 서쪽에 있어 서재라고 한다.

동재는 양정재(養正齋)라고 하는데 이는 ‘역경’에 나오는 말로 “교육을 함으로써 사람을 바르게 기르는 것은 성인의 공덕이다”는 의미다. 동재는 2칸의 건물로 1칸은 온돌방이며 나머지 1칸은 ‘애련헌(愛蓮軒)’이라 이름 붙인 누마루로 되어 있다.

서재는 ‘보인재(輔仁齋)’라고도 하는데, 이는 ‘논어’에 나오는 “군자는 글로서 벗을 사귀고 벗으로서 인을 돕는다”라는 구절에서 따온 말로 정여창과 김굉필이 벗으로써 서로 도운 사우 관계를 함축하고 있다. 서재는 동재와 같은 2칸의 건물로 1칸은 온돌방이며 나머지 1칸은 ‘영매헌’이라고 이름 붙인 누마루로 되어 있다.

정여창 선생은 송나라 때의 성리학자 주돈이의 ‘애련설’에 영향을 받아 매화와 연꽃을 사랑하여 누이름을 애련헌과 영매헌이라고 지었다고 전해진다.

남계서원을 찾은 탐방객들. <사진: 함양군>

서원관리단이 남계서원을 방문했다. <사진: 함양군>

명성당(明誠堂)은 서원 중앙 한 가운데 위치하며 경과 논을 연구하고 학습하는 곳으로 중용의 “참된 것을 밝히는 것을 가르침이라 하니, 참되면 밝아지고 밝아지면 참되게 된다”는 뜻으로 교육을 통해 참됨에 이르게 한다는 의미다.

명성당은 강학영역을 구성하는 중심 건물로 1559년에 완성되었으며 정면 4칸, 측면 2칸으로 구성되어 있다. 중앙 2칸은 대청마루이고, 양쪽 각 1칸은 온돌방으로 되어 있다. 동쪽 방은 거경재(居敬齋)라 하며 내적인 마음을 하나로 하여 성실함을 통해 사물의 이치를 궁구함으로써 정확한 지식을 얻는 것을 말한다. 서쪽 방은 집의재(集義齋)로 공명정대하여 조금도 부끄러운 바가 없는 용기를 집의를 통해 행동마다 실천함을 일컫는다.

남계서원에는 경판고가 자리 잡고 있다. 경판고는 ‘장판각’이라고도 하며, 서원에서 보유하는 책이나 판각 등을 보관하는 곳이다. 유생들을 교육한 ‘어정호경’ 등의 서적이 이곳에 보관되어 있었으나 현재는 박물관으로 옮겨 보관하고 있다. 정면 2칸, 측면 1칸으로 건물을 지면에 붙이지 않고 4면을 모두 터놓아 공기의 유통을 자유롭게 하여 판각을 보관하기 쉽도록 했다.

명성당 뒤쪽에 있는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내삼문을 거쳐 사당이 나온다. 계단을 오르다 잠시 고개를 들면 백일홍(배롱나무)과 서원 밖에 있는 소나무들은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사당은 선현의 위패를 모시고 제향을 올리는 곳으로 일두 정여창, 동계 정온, 개암 강익 세 분을 배향한다. 사당 오른쪽은 전사청으로 향사에 필요한 제기를 보관하고 제관을 준비하는 공간이다.

이창구 남계서원 원장은 “남계서원은 우리나라 서원 양식의 전형으로 세계인이 함께 보존해야 할 인류 공동의 문화유산”이라며 “앞으로 어린아이부터 어른들까지 함께 배우고 즐기는 체험과 교육의 장으로 만들어 남계서원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세계문화유산 등재 1주년을 맞아 남계서원을 비롯해 9개 서원은 특색에 맞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남계서원은 ‘일두 정여창 선생을 그리며’라는 주제로 10일 서예휘호대회, 17일에는 한시 백일장을 진행한다. 입상한 작품은 축전기간 중 남계서원 내에 전시된다. 서원을 구경하기 좋은 계절이다.

이은정 기자  newsnuri@hanmail.net

<저작권자 © 서부경남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