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적 돌봄 체계를 구축하여
다양한 수요 정책에 반영해야

젊은 여성 외부유출 방지하고
지방으로의 유입 늘리기 위해
직장·가정 인프라구축이 시급

청년창업에 대한 시책은 없어
민간·지역 거버넌스 확대 필요

여야 국회의원 40명이 참여하는 국회의원 연구단체인 ‘저출생·인구절벽대응 국회포럼’이 2일 창립총회를 갖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사진: 민주당 남인순 의원실>

지난해 2월말 함양군의 주민등록인구는 3만9954명으로 4만명 아래로 떨어지면서 비상이 걸렸다. 거창·함양·산청·합천 중 산청군에 이어 4만명 아래로 인구가 내려간 두 번째 경우였다.

인구 하락으로 인해 지방소멸 위험도가 높아지면서 위기의식이 커졌다. 함양군은 다양한 정책적 시도를 했지만 인구 감소를 막아내지 못했다.

문제는 지방소멸 문제가 함양군만 해당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한국고용정보원의 ‘지방소멸지수 2019’에 따르면 합천군과 산청군은 소멸 고위험 단계에 접어들었다. 이중에서도 합천군은 전국 228개 시군구 가운데 4번째로 지수가 높다. 이들 지역은 노령인구 증가와 청년인구 감소가 맞물려 교육, 주거, 산업, 재정자립도가 점차 악화되고 있는 추세다.

다른 군에 비해 인구가 많은 거창군도 안심할 처지는 아니다. 경상남도 조사에 따르면 경남에서 사라질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이 거창군 신원면이다. 지난 3월 기준 신원면의 가임여성은 41명이고 65세 이상 노령인구는 790명이었다. 소멸위험지수가 0.05로 경남에서 가장 낮다.

당면한 위기는 국가적 차원에서도 중요한 정책적 의제이다. ‘저출생·인구절벽대응 국회포럼’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급속한 저출산·고령화가 진행됨에 따라 2000년 ‘고령화사회’(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 인구의 비율 7% 이상)에, 2017년 ‘고령사회’(위 비율 14% 이상)에 진입했으며, 2025년 ‘초고령사회’(위 비율 20% 이상)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2019년 합계출산율이 0.92명으로 1970년 출생통계 작성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 19년간 합계출산율 1.3명 미만의 초저출산 현상이 지속되고 있고, 2020년은 통계청이 출생아와 사망자 통계를 함께 작성한 이래로 출생아 수에서 사망자 수를 뺀 자연증가 인구가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첫해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인구절벽이 미래가 아니라 현실이 되는 순간이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 2일 국회포럼에서 “저출생·인구절벽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지역사회 존립가능성(교육·의료·일자리 등)을 제고하는 등 새로운 접근의 인구정책이 필요하며, 삶의 질을 개선하고, 가족 중심에서 벗어나 국가적 돌봄 체계를 구축하며, 성 평등 확립에 역량을 집중하는 것은 물론 청년층과 고령층의 다양한 수요를 반영한 맞춤형 정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게다가 지방소멸 위기는 코로나19 이후로 더욱 가속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국 288개 시군구 기준으로 지난해 5월 93곳(40.8%)이었던 소멸위험지역은 지난 4월 105곳(46.1%)으로 12곳 증가했다.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쓰는 법 컨설팅을 듣고 있는 학생들. <사진: 거창대학>

한국고용정보원이 펴낸 ‘포스트 코로나19와 지역의 기회’ 보고서에 따르면 수도권 유입인구의 75.5%를 20대가 차지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지방에서 수도권으로의 인구 이동이 증가했을 뿐만 아니라, 지방인구의 유출이 20대 청년층에 집중되었던 것이다. 코로나19가 비수도권의 청년인구 유출을 증가시킨다면 지방소멸의 가속화는 당연한 수순일 것이다.

이상호 한국고용정보원 연구위원은 “통상적으로 1~2월에는 인구이동이 증가하다가, 3월 이후로는 이동 규모가 감소하게 된다. 이런 추세와 달리 올해 3~4월에 1~2월과 유사한 규모의 수도권 유입이 발생했다는 것은 코로나19의 영향이라고 밖에 해석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가 더욱 적극적인 자세로 근본적인 문제점을 찾아 실효성 있는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사실 유례없는 충격을 가져다준 코로나19 사태를 우리나라가 다른 국가들보다 훨씬 효율적이고 신속하게 방어할 수 있었던 데에는 지방행정의 대응 능력이 컸다. 방대한 조직과 법 규정에 따라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중앙정부에 비해 지방자치단체는 국지적 차원에서 훨씬 유연하고 신속한 대응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이런 행정경험을 살려 지방소멸 위기도 극복해 나가야 할 것이다.

위기극복을 위해 인구문제 전문가들은 청년층, 특히 젊은 여성에 주목한다. 여성의 역할이 중요시되고 있는 현실에서 젊은 여성의 외부 유출을 방지하고 지방으로의 유입을 늘림으로서 지역 활성에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수도권 유입 규모도 남성보다 여성이 더 크다.

그동안 거창·함양·산청·합천 4개 지자체는 다양한 여성인구증가 시책을 추진했지만 출산장려금, 전입정착금, 영유아·양육비 등 단기적인 지원금 위주의 정책으로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지방에서 결혼해 아이를 낳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일하고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더욱 시급한 일이다. 젊은 여성들이 선호하는 일자리를 창출하고 그들이 삶을 향유할 수 있는 문화 인프라를 조성하는 등의 거시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기업을 유치해 일자리를 만드는 것 외에 청년창업을 활성화하는 것도 중요한 부분이다. 지역에 특화된 농산물, 관광자원을 활용한 청년들의 사업적인 도전은 전국적으로 계속 늘고 있다. 우리 지역에도 이런 청년 기업들이 늘어난다면 자연스레 일자리도 늘고 기존 재래식 산업과 농업에 치우친 산업구조도 다양화할 수 있을 것이다.

학생들의 취업 지원을 위한 ‘면접 패션 지도’ 프로그램. <사진: 거창대학>

희망적인 사실은 우리 지역에도 이러한 청년들이 부분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역 특산물인 사과를 활용한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을 만들어나가거나, 약초를 기존의 방식과는 다른 방법으로 디자인 및 유통하는 등의 도전을 해가는 청년들이 있다. 또 지역의 농산물을 활용하여 젊은 세대의 입맛에 맞는 창의적인 요리와 음료를 선보이는 레스토랑도 있다.

아쉬운 것은 이러한 시도를 확장하여 사업화하는 데 따른 한계성이다. 일반적으로 자금력이 모자라고 경험이 부족한 청년 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투자가 병행되어야 한다. 그런데 도시와는 달리 지방에서는 벤처캐피탈(VC)이 전무하고 활용 가능한 공간적, 물적 인프라도 부족한 실정이다.

이와 관련해 거창군 실무관계자는 “청년 일자리 관련해서는 국·도비 매칭사업을 진행 중이지만 청년 창업에 관한 시책이나 사업은 없다”고 말했다.

권순모 거창군의회 의원은 “청년들이 창업을 시도하기까지 많은 부담이 따른다. 실패할 지도 모른다는 부담도 있을 것이다. 청년들이 창조적 시도를 이어갈 수 있게끔 정책적 고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행정적 지원이 필요한데 지자체의 역량이 부족하다면 민간단체, 지역 간 거버넌스를 확대하는 방법이 있다. 젊은 공무원들이 부족한 지방 행정기관의 특성상 빠르게 변화하는 신산업 트렌드를 따라잡기는 사실상 힘들기 때문이다. 청년단체, 벤처캐피탈, 중앙 정부기관과 협력한다면 시의적절한 정책의 생산이 가능할 것이다. 지방소멸을 막기 위한 정책이 절실한 시점이다.

강대식 기자  kangds@seob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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