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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해복구중 사망 이장 의사자 지정해야

루이스 캐롤의 ‘이상한 나라 앨리스’에서 앨리스는 “영원이라는 게 얼마나 긴 시간이지”라고 묻는다. 그러자 하얀 토끼는 “가끔은 단지 1초”라고 대답한다. 죽음은 순간이다. 죽음에서 순간은 영원과 같다.

지난 13일 함양군 지곡면 보산리 보가기 마을 농수로에서 60대 마을이장과 70대 주민 등 2명이 물빠짐 작업을 하다 숨졌다. 지곡면은 지난 12일부터 13일까지 160㎜ 이상 장대비가 내렸다. 갑자기 쏟아진 폭우로 토사가 흘러내리고 떠내려 온 나뭇가지, 폐비닐 등이 엉켜 배수로 흄관이 막히면서 물이 옆의 전답으로 넘쳐 인근 가옥으로 쏟아졌다.

마을이장은 면사무소에 수해상황을 설명하고 포크레인 장비요청을 한 후, 피해주민과 함께 막힌 흄관을 뚫는 작업을 시작하였다. 잠시 후 현장에 도착한 포크레인 기사가 배수로에서 작업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밖으로 나오라고 소리치고 막힌 윗부분의 쓰레기를 걷어내자, 갇혔던 상부의 물이 한꺼번에 쏟아져 내렸다.

배수로가 뚫리면서 급류가 배수로를 뚫는데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려다 미처 밖으로 나오지 못한 이들을 덮쳤다. 마을 이장 등 주민 2명은 허망하게 죽음을 당하였다. 눈 깜빡하는 순간이었다. 유가족 측은 당초 예정된 3일장을 연기하면서 의사자 지정을 요구하여 군청에서는 가족들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하여 4일장으로 치렀다.

의사자는 자신의 일이 아님에도 자신의 생명 또는 신체에 가해질 위험에도 불구하고 구조행위를 하다가 사망한, 말 그대로 의롭게 사망한 사람이다. 정부는 의사자와 그 유족, 가족들에 대해 그에 걸 맞는 예우와 지원을 하기 위해 ‘의사상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시행하고 있다. 살신성인의 행동과 숭고한 용기를 기리고 사회정의를 실현하는데 이바지하는 것이 법제정의 목적이다.

희생된 보기기마을 이장의 처지를 아는 사람들은 의사자지정을 바라고 있다. 희생된 이장은 고령일 뿐 아니라 암수술로 몸이 불편함에도 자신의 처지를 아랑곳하지 않고 마을 일에 솔선수범하다 안타깝게도 희생되었다. 희생된 70대 주민은 월남전 참전 국가유공자로 마을 발전에 앞장서온 일꾼이었다.

희생된 이들을 아는 사람들은 의사자로 지정되어 고인들의 숭고한 뜻이 기억되기를 소망한다. 희생된 이들의 헌신을 기억하고 솔선수범정신이 확산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 함양군과 군의회는 이들의 의사자지정을 청원함은 물론 이의 관철을 위한 주민서명도 추진해봄직하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고 유족에게 애도를 전한다.

서부경남신문  newsnur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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