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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로니아 예찬
박수연 경남문인협회·경남아동문학회 회원.

어김없이 아로니아 열매가 익었다.

온 세계 코로나 바이러스 누적 확진자 수는 하루하루 끝 모르게 오르는 현실에도. 백신은 개발 중이고 어떤 실험에서는 백신을 맞은 전원에게 항체가 생겼다는 보도가 나온 것도 같은데 다른 부작용이 있어 생산 단계로 넘어가지 못하고 있는 것인지 알 수 가 없다.

이른 봄 새움을 틔우는 버드나무와는 다르게 아로니아는 새싹을 내는 일도 다른 나무보다 늦다. 아로니아 꽃은 사월 말에서 오월 초경 핀다. 눈에 띄지 않는 젖은 한지 같은 꽃잎은 자세히 관찰하지 않고는 알아차리기 힘들다. 이런 아름다운 자연의 순환은 늘 우리 곁에서 편안함과 안전함을 보장하고 있다고 믿었다. 유기농 식품이나 로컬푸드 같은 안전한 먹거리와 함께 자연 속 평안은 보험 같은 안전띠로 생각되었다.

희미한 꽃이 지고 꽃 떨어진 자리마다 초록 열매가 송이로 자란다. 한 송이에 달린 아로니아도 각각 자라는 속도가 다르다. 열매는 초록에서 갈색이 되었다가 연보라에서 짙은 보라까지 한 송이에서 모두 볼 수 있다. 모두 익은 상태는 검은색으로 보인다. 열매 무게를 못 이겨 땅으로 가지가 기울면 송이 째 딴다. 그땐 흡사 아로니아 잎은 산후 여인네 낯빛처럼 스산하고 까칠하다.

포스트 코로나에 대한 예견들이 많다. 4차 산업혁명을 앞당기는 계기가 되기도 한단다. 비대면이 일상이 되는 직업들로 변화하고 있다. 그런 와중에 컴퓨터랑 친해지지 않은 어르신들은 점점 소통하는 방식을 잃어가고 있는 현실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는 낯설고 먼 이방인이다.

7월 초순부터 말까지 열매는 익고 거두지 못한 아로니아는 말라서 가지에 붙어 있거나 새들에 먹이가 되거나 떨어져 버린다. 그 기간은 장마와 함께 한다. 다시 햇살 좋은 날이 계속 되면 어느새 알록달록 단풍을 매달고 미풍에 하늘하늘 떨어지면 나목이 된다.

잎 떨군 유난히 앙상한 가지 사이로 바람이 지나가고 가을 따끈한 햇살 잠시 머물다 간다. 아로니아는 일 년 중 4월에서 9월까지 6개월 간 활동하고 긴 잠을 잔다. 자연은 최선을 다해야 할 때와 쉴 때를 구분한다. 그리고 변화하는 환경에 순응한다. 지금까지 우리는 개발에 혁신, 발전이라는 단어들을 수없이 대입하며 살아왔다. 지속가능한 발전인지 되짚어 보아야 하는 시간마저 미친 속도에 열광하지 않았나 싶다.

다른 유실수도 아로니아처럼 온 힘을 모아 열매를 키운다. 해거리를 하는 나무는 열매가 적지만 그것마저도 젖 먹던 힘까지 모두 다 쓴 결과다. 대충하는 법이 없다. 다시는 새잎을 피우지 않을 것처럼. 나는 유독 가까이에 아로니아 두 그루를 가꾸며 위로와 충고를 함께 받는다.

북미가 원산지고 영하 40도까지 내려가는 험지에서도 새순을 틔우는 강한 아로니아는 베리류의 왕이라고 불린다. 그런 깨알 같은 정보가 없어도 아로니아 나무 한살이를 함께 하면 자연 알게 되는 것들이다. 아로니아는 화려한 꽃, 과즙이 흐르는 열매는 아니라도 충분히 사랑받을 자격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키를 키우지 않는 편안함이나 가시를 키우지 않는 넉넉함, 그리고 아로니아 열매가 주는 고마움을 나는 아낀다.

코로나 바이러스를 잠재울 치료약을 기다리며 지금 코로나로 소외되어 가는 이웃과 함께 소소한 것에 만족하고 행복한 오늘을 산다는 것, 코로나 바이러스 수면제다.

서부경남신문  newsnur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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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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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밤토리 2020-07-27 07:29:06

    아로니아처럼 자연의 변화에 순응하며 최선을 다해 살다보면 코로나19도 너끈히 이겨낼 수 있음을 가슴 갚이 새기고 갑니다. 그래요~ 오늘도 아로니아처럼 열심히~ 잘 읽고 갑니다~   삭제

    • 박둘여 2020-07-26 21:43:35

      아로니아를 상세하게 알게되었습니다.좋은글잘읽었습니다.아로니아를 많이좋아합니다.작가님의 넉넉한마음이 느껴집니다.   삭제

      • 재요니 2020-07-26 21:19:45

        아로니아를 바라보는 시선끝에 이웃에 대한 사랑이 있네요♡♡ 작가님의 따스한 눈길에 마음을 녹이고 갑니다   삭제

        • 유짱 2020-07-26 20:37:12

          잘읽었어요!>,<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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