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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퇴직 공무원 6개월의 소회 ‘새로운 아침이다’강현관 전 함양군 건설교통과장

42년 간 정겨웠던 공무원 생활
분에 넘친 ‘녹조근정훈장’ 까지

삶은 하나의 매듭이라고 생각
때마다 해야 할 일들이 넘쳐
변화의 순간들을 잘 정리해야

주어진 일 최선 다하면 후회 없어
‘소명의식’ 가져야 성장에도 도움

강현관 전 함양군 건설교통과장.

새로운 아침이다. 신선한 공기 기지개켜며 마셔보는데 밝아오는 여명조차도 새로운 기회 앞에 나를 세운다.

벌써 퇴직하고 며칠이 지나간다. 아이들 부대가 내 주변에서 사랑으로 왁자지껄한다. 신기하다. 새로운 여상이 구름처럼 흐른다.

에벤에셀의 하나님을 뵙는다. 큰 돌을 준비하고 저 멀리 그분의 미소를 느낀다. 아내가 그 옆을 지키며 동행의 여정을 살핀다. 참 좋은 그림이다. 오랜만에 긴 잠을 자면서 또 게으른 나를 즐겨본다. 바람처럼, 허새비처럼, 좋다. 잔소리꾼 마누라가 내 주변을 서성인다.

이렇게 시작된 나의 은퇴 생활이 벌써 쓩! 6개월이 지나간다. 퇴직시즌에 참 많이 들었다. 날 걱정해 주는 지인들로부터 “어이 강 과장 퇴임 후 6개월이 엄청 중요해! 제2인생 출발 잘 준비하셔”

그래! 건강도 챙기고 몸과 맘도 추스르고, 무엇보다 규칙적인 생활이 중요하다. 손주바라기 멍때리는 노친네가 되기보단 내 일이 중요하다. 아자! 그간 노후를 위해 장만해 놓은 밭떼기를 예쁘게 가꿔보자. 초보 농태꾼으로 직장을 갈아타는 거야. 아자자!

이렇게 맘먹고 위성아파트에서 자가용으로 7분 거리 상림 위 월암 뒤편 하천가에서 나의 농부수업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공무원처럼 거의 매일 출퇴근이다. 조그맣게 예쁜 돔하우스도 짓고, 집 앞 정원도 가꾸고, 이것저것 꽃나무도 심어보고, 무엇보다 퇴직 선배인 사촌 형이 가르쳐준 대로 여분의 땅에다 아스파라거스 농장조성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미있게 6개월이 지났다.

베트남 다낭을 찾아 즐거운 한 때를 보낸 가족여행. 강 전 과장은 공직뿐만 아니라 가정에서도 자상하고 배려하는 모습으로 정평이 나 있다.

그간 지인들과 교회 식구들도 다녀가면서, 고생했네. 넘 좋다. 부러워 등 격려의 말들에 더욱 신이 난다. 난 신나고 엔돌핀이 도는데 일에 지친 아내의 푸념은 항상 따라다닌다. 미안하고 고맙다. 사실 아내 손길이 이 농장(내나랑 설아랑 농원: 손주이름)을 아기자기하게 가꿔 온 일등 공신이다.

이제 먹거리도 쏟아지니 더 즐겁다. 내 손으로 가꿔 온 온갖 채소로 밥상이 그득하다. 여름 시원하게 집 앞 도랑가에 고동(다슬기)을 잡아 영양 보충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도랑에 펼쳐진 멋진 반석에 의자 깔고 플롯 연습하는 나의 일상이 꼭 베짱이를 닮았다.

덕분에 내 피부는 누렇게 타서 제법 농태꾼의 모습을 갖췄고, 체중도 4㎏ 줄었다. 돌이켜 보면 참 감사하다. 퇴직 후 시작된 코로나19로 삶의 패턴이 많이 바뀌었다. 나의 농장은 아주 멋진 코로나 피난처가 된 것이다. 서울 두 번째 손자가 태어났는데도 일면식을 하지 못하고 스마트폰 영상으로만 축하를 했는데 드디어 얘들이 식구 채로 나의 농장에 코로나 피난 휴가로 내려온단다. 반갑고 기대된다. 내 작은 농장이 코로나 피난처, 안식처가 되는 것 같아 지난 6개월이 참 감사하다.

퇴직 6개월을 유유자적하며 지나오면서 평생직장에 대한 나의 공직생활이 뿌듯하면서도 한편 성심을 다하지 못했던 여러 일상들이 후회스럽기도 하다. 특히 함양 역사의 한 페이지가 되어야 하는 항노화산삼엑스포를 성공적으로 치러야 하는 기반시설들을 구축하는 건설 현장들이 아직까지 마무리가 되지 않아 멀리서 가까이서 지켜만 보는 내 맘이 편치 않다. 한데 얼마 전 올해 9월 개최 계획인 엑스포가 코로나19로 인해 1년 연기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가족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베트남 다낭 가족여행.

퇴직 6개월 소회를 적으면서 후배 공무원들에게 감히 한마디 하자면 “엑스포로 인한 업무 피로도가 가중되겠지만 이는 오히려 함양 미래 발전에 더 좋은 기회라고 생각됩니다. 더 꼼꼼히 챙기고 여유를 가지고 소명의식으로 공무원 여러분들의 화이팅을 외쳐봅니다. 그리고 이왕이면 스트레스 속에서도 오히려 즐기면서 서로 응원하면서 잘 준비해 주셨으면 합니다. 저도 기회 앞에 자신을 세우는 일에 용감하지 못했던 터라, 작은 역할이 있다면 찾아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까까중 머리시절부터 공무원을 일찍 시작해서 신출내기 좌충우돌 하면서 때론 모난 돌이 되기도 하고, 겁 없이 서투른 업무로 큰 물레방아를 네 번 이상 돌렸네요. 직렬이 시설직(토목직)이라 긴 공직생활 동안 크고 작은 일들이 함양 어느 곳을 지나가도 흔적으로 남아 어떨 땐 뿌듯하기도 하고, 또 어떤 시설물들을 만나면 조금은 아쉬운 현장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후배 공무원 여러분! 다 잘 할 수는 없습니다. 단지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해보는 게 답이겠지요. 42년 금방 지나 가 더라고요. 가능하면 즐기면서 할 수 있음 정말 좋겠네요. 때론 갑갑하고 앞이 잘 보이지 않을 때가 있을 겁니다. 이 또한 지나 가 더라고요. 휘파람과 같이.

더불어 포스트 코로나시대에 공무원이 모범과 귀감이 되어야 하는 또 하나의 짐을 지고가야 하네요. 아직까지 청정 함양을 지켜주셔서 감사하네요. 참 수고 많으십니다. 이 또한 좋은 기회라 여기고 긍정의 힘을 불어 넣어 주세요. 하하 퇴직 공무원 넋두리가 길었습니다.

삶은 매듭이라고 생각해 봅니다. 태어나서 친구도 사귀고 공부도 하고 남자는 군대도 가고, 결혼도 하고 직장생활로 온몸 불살라 보기도 하고 나처럼 때가 되어 퇴직도 하고 등등.

굵직굵직한 삶의 뒤안길 마다 반추하며 한 단계씩 성장하는 느낌! 대나무가 마디마디를 잘 엮어 쭉쭉 하늘 키를 키우는 것처럼 우리의 삶도 변화의 순간들을 잘 정리해서 하늘 키를 키워가야지.

녹조근정훈장.
강 전 과장이 가꾸는 농장.

아! 오늘 함양군청에서 반가운 손님이 왔다 갔다. 퇴직 공무원들 훈·표창장 수여를 군청에 모여 별도 전수식을 하려고 했으나, 근간 수해 등 군정 일정이 녹녹치 않아 개별 전달을 하러 온 게다. 역시 난 행운아다.

‘녹조근정훈장’ 공무원 42년 무고하게 잘 지내왔는데 이렇게 분에 넘치는 상까지 받았으니 말이다. 아내의 목에 살짝 장난스럽게 훈장을 걸쳐 보는데 울컥 한 느낌이다. 또 하나의 나이테를 두르며 멋진 매듭을 지은 기분이다.

이제 길거리에서 옛 동료들을 만나도 서먹서먹하다. 어쩜 새로운 일상이 모두 어색하다. 손주 걸음마 따라 요리조리 뒤뚱거리는 꼴이다.

손주바라기로 직장을 갈아타면서 “아하! 손주놈 새근새근 자는 모습에 천사가 황급히 내려오는 구나”를 느끼고 삽니다.

내 농장에서 잘 차린 시골 밥상처럼, 촌스럽게 허새비 모자 비껴쓰고 소박하게 살아가야 하는 나 자신한테 매일 “굿모닝”하면서 나를 세워가고 싶다.

서부경남신문  newsnur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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