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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한국사회는 풍자 상소가 만발하고 있다

진인 조은산이 쓴 풍자 상소 ‘시무7조’가 인터넷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시무7조’는 통일신라시대 최치원이 진성여왕에게 올린 시무10조를 흉내 낸 것으로 보인다. 시무는 당대 마땅히 처리해야할 일을 말한다. 최치원은 당시 해이해진 사회와 산적한 문제들로 나라가 위급해지자 이를 타개하기 위해 왕에게 10가지 내용이 담긴 ‘시무10조’의 상소문을 올렸다.

조은산이 올린 ‘시무7조’도 이와 흡사하다. 거대여당이 야당과 민심에 아랑곳하지 않고 힘의 논리로 국회를 통법부로 만들고 정부는 독선적 국정수행으로 여론이 악화되고 있다. 급기야는 친여세력에서 이탈한 진보인사들이 공동집필한 조국흑서라는‘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가 발행당일 매진되기에 이르렀다.

때맞춰 조은산이 쓴 ‘시무7조’는 정부정책에 불만이 쌓인 사람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줬다. 정권에 쌓인 불만을 해소하고 대리만족을 느끼게 하는 무더운 여름날 소나기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정치적 성향을 떠나 많은 공감을 받고 있는 듯하다. 비유와 풍자로 절묘하게 빗어낸 남다른 필력과 상소문 형태의 ‘시무7조’가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림태주 시인이 해당 글을 반박하면서 청원인 조은산과 공개 설전을 벌였다. 또 조선시대 유생들의 상소인 ‘영남만인소’형식을 취하며 ‘조은산을 탄핵한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하였다. 만인소는 제목만 보면 ‘시무7조’를 올린 진인 조은산을 비판하는 것 같지만 실상은 문재인 대통령과 현 정부관련 인사들을 풍자한 내용을 담았다. 풍자와 패러디가 봇물 터지듯 이어진다.

상소문이란 오래된 형식이 이렇게 통하는 건 글쓴이의 필력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김현미 국토부장관은 국회국토교통위원회에서 시무7조를 읽어봤느냐는 의원 질문에 읽어보지 않았다고 했다. 정책입안자나 정부의 민정라인에 근무하는 사람들은 민심동향을 알기 위해서라도 참고할 만한 글로 여겨진다.

우리국민은 해학과 풍자에 능하다. 풍자는 파급력이 있다. 예로부터 광대나 판소리를 통해 권력과 가진자를 웃음거리로 만드는 풍자가 이어져 왔다. 중앙정부든 지방정부든 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상소나 대자보 형식의 풍자글이 계속될 여지가 있다.

정치권의 구태의연한 당파싸움과 특권계층의 부정부패, 피폐해진 국민의 삶은 그 때나 지금이나 별반 다를 바가 없다. 정치가 물과 같이 편안하게 흘러갈 때 국민도 편안하다.

평범한 사람들이 쓴 송곳 같은 상소문이 국민들 마음을 흔드는 일을 예사롭게 여겨서는 안 된다.

서부경남신문  newsnur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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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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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9-12 03:54:32

    구태정치하는 국민의적들에게는 한마디로 못하면서 이 따위 글을 사설이라고 쓰냐?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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