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추석문화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추석을 앞두고 지자체들이 앞 다퉈 자녀들의 고향방문 자제를 당부했다. 거리의 홍보물부터 달라졌다. “애들아, 올 추석은 내려오지 마라”고 문자도 보내고 동네방송도 하였다. 매년 듣던 ‘민족 대이동’이란 말이 온데간데 없어졌다. 집단감염우려 때문이다.

명절문화가 크게 바뀌는 추세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추석·설 명절이 되어도 성묘를 하지 않거나, 할아버지 할머니를 뵈려가지 않고 직계가족끼리 모이는 집이 많다. 성묘도 추모도 온라인으로 하는 가족이 생겼다. 안부는 영상통화로 전했다. 처음이 어색하지 하다보면 익숙해지는 게 삶의 방식이다. 어른들과 지내는 것이 어딘가 불편해 하는 젊은 세대들이 명절이면 용돈만 보내드리고 전화로 안부를 전하는 명절문화가 정착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없지 않다.

옛날 같으면 아무리 정부에서 말려도 고향의 부모님을 뵈러가야 한다고 억지를 부렸을 것이다. 일제 강점기에 단발령이 내려 머리를 깎으려하자 신체는 부모님으로부터 타고난 것이라며 반대하던 민족이다.

그러나 올해는 고향대신 관광지로 발길을 돌리는 엉뚱한 상황이 벌어졌다. 코로나19로 사회적 분위기가 할아버지·할머니 보러가지 않아도 되는 것이 용인된 이번 추석이 향후 명절에도 여행을 가거나 집에 있어도 되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계기가 되지나 않을까 염려된다.

나누고 베푸는 인심도 예전만 못했다. 인심은 광에서 난다고 농산물이 흉작이라 친척과 이웃 간에 나누는 인심도 옅어졌다. 선물준비와 장보기는 인터넷 쇼핑으로 해결하였다. 현재 강조되는 코로나 예방의 가장 유효한 대책은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산다’로 알려지고 있다.

코로나가 바꾼 추석풍속도는 할아버지 할머니에겐 참 낯설고 서글픈 현실이었다. 일 년에 몇 번 만나지 못했던 손자손녀들을 볼 수 있는 기회를 빼앗겼다. 자손들이 모처럼 모두 모여 웃고 떠들며 정담을 나누던 예년과 달리 조용하여 사람들이 모여 떠들썩한 것을 좋아하는 고향의 어른들에게 쓸쓸함을 느끼게 했다.

명절에 온 가족이 모이지 못하는 건 아쉽지만 어른들에 대한 가장 큰 효도는 자손들 건강이다. 다만, 사회적 거리두기가 마음마저 거리두기가 되지 않도록 모두가 각별히 유념해야 할 사항이다. 서로 자주 만나고 대화하지 않으면 마음도 멀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미풍양속의 전통문화를 계승하는 장이였던 추석명절이 변화의 갈림길에 섰다. 내년에는 더욱 알차고 풍요로운 추석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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