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소 독림가.

은행나무야, 내가 너의 깊은 속을 아는데 80여년이 필요했구나. 5년여 남았다든 시한부 나의생명, 30여년을 더해주고도 그도 부족했든지 가지마다 황금열매 주렁주렁 안겨 주었네. 이 보다 더 큰 사랑과 축복, 감사는 세상천지에 없으리라.

어느 독림가의 농장을 관리하면서 해 본 필자의 생각이다. 백년대계라는 인간교육도 나무 키우는 일에 비하면 그건 기다림도 아니다. 30여 년 전 심은 은행나무는 이제 수확을 시작하는 청춘이고, 그 나무를 심은 인생은 노년이다.

가업승계는 해당산업의 발전을 가져온다. 대부분 소농상공인의 경우 그렇게 되지 않는 게 우리임업의 현실이다. 무엇보다 부모가 힘들다는 이유로 원치 않는다. 임업의 고유한 특수성으로 볼 때 더욱 그렇다. 안타까운 생각이다.

나라의 흥망성쇠는 그 나라의 숲과 괘를 같이하고 건강한 숲은 복지국가의 바로미터라고 하면 지나친 억측일까? 우리는 국토의 3분의 2가 산으로 되어있는 산림국에 살고 있다. 우리의 가장 확실한 미래 또한 산림에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필자의 강변이다.

현대사회에서 지구촌 환경문제가 대두되면서 산림의 공익적 가치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에서 산림의 공익적 기능을 12가지로 분류하여 2018년도 기준 경제적 가치로 평가 환산한 자료를 소개하고자 한다.

△온실가스흡수저장기능 75.6조원 △산림경관 28.4조원 △토사유출방지 23.5조원 △산림휴양 18.4조원 △수원함양 18.3조원 △산림정수 13.6조원 △산소생산 13.1조원 △생물다양성보전 10.2조원 △토사붕괴방지 8.1조원 △대기질개선 5.9조원 △산림치유 5.2조원 △열섬완화기능 0.8조원으로 총 년간 221조원규모라고 한다.

이는 우리 국민 일인당 년 간 428만원의 수혜를 받고 있는 셈이라고 하는 데 이를 알고 있는 국민이 얼마나 될까싶다. 평가액 221조원은 2014년도 기존평가액 126조에 올해부터는 입목 및 산림토양의 탄소저장기능이 추가되면서 76%(95조원)가 높게 평가된 것이다. 이 어마어마한 가치는 점점증가하고 있다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이다.

또한 이 평가액은 국민총생산액(GDP)의 11.7%, 농림어업총생산액의 6.4배, 임업총생산액의 92.6배에 해당한다고 한다. 특히 주목되는 부분은 산림청예산(2조)의 108배라고 하는데, 이 보다 생산성이 높은 산업이 어디에 있을까싶다. 연구 자료에 의하면 가중나무 14그루만 심는다면 승용차 한 대가 일 년 동안 내뿜는 아황산가스를 모두 없앨 수 있고, 숲 1㏊는 성인 50명이 일 년 동안 마실 수 있는 산소를 만들어 낸다고 한다. 산림의 낼 숨은 인간의 들숨이고, 인간의 낼 숨은 산림의 들숨이다.

그래서 산림은 생명유지에 필요한 지구촌의 허파이다. 멸종동물의 마지막 피난처이며 이 시대 환경을 지키는 마지막 보루이다. 한편으로, 산림의 직접적인 가치 또한 어마어마하다. 자원전쟁으로 국가 간 분쟁이 더해지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산림은 각종 산업용 재생산과 질 높은 삶에 필요한 각종 신물질추출의 보물창고이다.

다가오고 있는 자원전쟁에 대비한 유용한 용재 및 임산물생산을 위한 과감한 투자가 있어야겠다. 그러나 국토의 3분의2를 산림으로 가지고 있으면서, 목재의 자급률은 겨우 20%정도이다. 이 세상에 이 보다 중하고 다양한 기능의 재화는 없다. 그래서 산림산업에의 투자는 국가천년 미래를 보장하는 가장 확실한 종합보험가입이라 할 수 있다. 경제논리에 따른 선택산업이 아닌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할 것이다.

숲과 나무가 있는 그 곳엔 신이내린 완벽한 건강처방전이 있고, 지친 심신이 찾고 싶은 태고의 시공간이 있다. 또한 반목의 사회에 꼭 필요한 조화로운 삶의 지혜도 있다. 부디, 우리는 축복받은 이 땅 잘 가꾸며 지켜가야겠고, 자랑스러운 긍지 또한 가져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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