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문화
어디에나 있지만 주목하지 않았던 그녀들의 이야기조화진 작가의 신작 ‘캐리어 끌기’

작품 관통 키워드 여성의 삶

조화진 작가.

경남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조화진 작가의 신작 소설집 <캐리어 끌기>가 발간됐다. 이 책은 일곱 편의 단편소설이 담겨있다.

표제작 <캐리어 끌기>는 가정불화를 겪는 중년 여성이 초등학생 아이를 돌봐 주는 이야기로, ‘상실’이라는 감정을 매개로 교감하는 둘의 이야기를 그린다. 친구한테도 털어놓지 못하는 ‘속얘기’를 아이와 아줌마는 소통하면서, 미세먼지 같은 혼탁한 현실을 피하고 싶은 절박한 심리를 그렸다.

첫 번째 순서로 수록된 <귀환>은 집을 나간 딸이 아버지의 제삿날에 예고 없이 집으로 들어오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깊어가는 밤 딸과 엄마의 대화는 서로 생각의 틈을 확인함과 동시에 메우기도 한다. 가장 가까운 모녀 사이가 가장 먼 사이가 될 수도 있음을 시사하며 ‘각자 인생관’의 틈에 대해 말한다.

소설집 <캐리어 끌기>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작가의 표현대로 ‘여성의 삶’이다. 불화하는 여성, 실연당한 여성, 사랑의 실수를 저지르는 여성, 어긋나는 모녀관계, 불안에 사로잡힌 여성 등 다채로운 여성의 삶이 담겨있다. 어디에나 있지만 주목하지 않는 여성들의 이야기다. 작가는 이번 소설집에서뿐만 아니라 이전에도 일관되게 여성 화자를 내세워 여성의 삶을 썼다. 조화진 작가의 문체는 여성 화자에 어울리는 산문체이고 묘사가 풍부하다.

소설집 속 여성들은 어디에나 있는 보통의 사람들이다. 개개인을 들여다보면 하나같이 자기만의 아픔과 갈등 속에서 살아간다. 우리의 삶도 알고 보면 사연 없는 사람이 없고, 말할 수 없을 만치 아픈 기억 몇 개 쯤은 누구나 갖고 있듯이. 그래서 소설 속 상황들에 공감하기가 어렵지 않다. 소설을 따라가면서 내 삶은 이 소설 속 어디와 닮았는지, 문득 내 삶의 일면들을 반추하게도 한다.

조하진 작가는 “삶이란, 딱 이거야, 이렇게 살거야. 하고 살아지지 않는다. 망설이면서 머뭇머뭇, 닥치는 대로, 주어진 대로, 성향대로 추구하며 살아가는 게 보통사람일 것이다. 강인한 심성이 있고 나약한 심성이 있다”고 말했다.

작가는 후자에 초점을 맞추면서 “직접적으로 살아지지 않는 것이 인생 같다. 손에 잡히지도 않고 잡았더라도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것. 원하는 대로 살아지지 않는 것. 그것이 인생의 실체다”면서 “‘얼크러지고 바스라지는 삶’의 어떤 순간을 포착하려고 했다”고 강조했다.

소설집 <캐리어 끌기>는 자세히 읽어야만 보이는 강렬하게 박히는 문장과, 작가만의 잔잔한 문체로 현재를 살고 있는 주변부 평범한 여성의 삶에 대해 말하며, 인생의 간극, 행간, 그런 것에 대해 생각해보는 빌미를 준다. 산지니 도서출판. 240페이지. 1만5000원. /이은정 기자

조화진 작가 : 경남신문 신춘문예에 당선 후 소설을 쓰고 있다. 책을 좋아하다 보니 작가가 되었다. <조용한 밤> <풍선을 불어봐>를 출간했다. 창원에 살고 있다.

이은정 기자  newsnuri@hanmail.net

<저작권자 © 서부경남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은정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