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양·거창·남원·무주 초등학교
학교연합으로 상생 길 찾기로

인구절벽 학교를 살리기 위한
농촌의 절박한 범국민 호소문

서하초 사례에서 희망을 찾아
주거·일자리가 함께 지원되면
전입입구 폭발적으로 늘면서
작은학교도 살아남을 수 있어

정부지원과 지자체 노력 필요
상생유토피아 모델개발 기대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29일 폐교위기에 처한 영호남 5개 학교가 합동 기자회견을 열고 작은학교 살리기에 나섰다. <사진: 농촌유토피아연구소>

폐교위기에 처한 초등학교를 살리기 위해 영호남이 함께 힘을 뭉쳤다. 1시간 거리에 있는 경남 함양군·거창군, 전북 남원시·무주군 5개 초등학교가 작은학교 살리기에 함께 나선 것이다.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29일 기자회견은 인구절벽에 처한 농촌의 절박한 현실을 타개하고, 농촌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범국민 호소문이기도 했다.

올해 초등학교 입학생 수는 산청 135명, 함양 211명, 거창 424명, 합천 200명으로 4개군을 모두 합해 970명이다. 특히 10명 미만인 입학생 수는 거창 11개교, 함양 10개교, 산청 10개교, 합천 16개교에 달해 충격을 던지고 있다. 전체 61개교 가운데 77%에 달하는 47개교가 10명 미만이다.

게다가 올해 9월까지 태어난 출생아는 산청군 61명, 함양군 77명, 거창군 194명, 합천군 83명이다. 거창군을 제외하고는 한 달 평균 10명 미만의 저출산으로 인구감소를 넘어 지방소멸까지 거론되는 심각한 수준이다.

산청·함양·거창·합천 51개면 지역 가운데 7곳은 올해 9월까지 출생아가 한 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율로 따지면 전체 중 13.7%에 달한다.

농촌지역의 경우 출생아 수 감소로 공공보육시스템이 무너져 초·중·고 등 공교육 체계가 붕괴돼 지역소멸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이미 학교현장에서는 인구절벽이 현실화되고 있다. 이같은 추세가 계속될 경우 10년 이내 면 지역의 초등학교는 폐교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

이날 열린 기자회견이 단순한 홍보가 아니라 전 국민을 향한 호소문이기도 한 이유다.

농촌의 작은학교가 희망을 얻은 것은 함양군 서하면 서하초등학교 사례 덕분이다. 함양 서하초의 경우 지난해 11월 학교살리기 프로젝트로 전교 10명밖에 없었던 학생이 30명으로 늘어났다. 그리고 학생들 전입으로 늘어난 인구는 현재까지 총 54명에 이른다.

이중에는 전입을 와서 태어난 아이도 있다. 오랜만에 시골 동네에서 아이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되면서 동네가 젊어지고 활기를 띠기 시작한 것이다. 적절한 조건이 주어지면 도시로부터 시골로의 전입 수요도 폭발적일 수 있다는 방증이다.

실제로 서하초의 경우 지원자가 너무 많아 경쟁률이 10대 1이 넘기도 했다. 여기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학부모를 위한 텃밭까지 딸린 임대주택을 지어주고, 농어업협력재단에서는 청년창업지원센터를 만들어주기로 하면서 서울·부산·대전 등지에서 사람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서하초로 인해 함양군은 전국에서 처음으로 농촌유토피아사업 시범 지자체가 되기도 했다. 작은학교 살리기를 통해 농촌공동체가 되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이에 힘입어 이번에는 농촌유토피아연구소 주관으로 영호남의 인접한 작은학교 5개가 모여 전국설명회 합동기자회견을 개최하게 되었다. 영호남의 폐교위기에 처한 작은학교가 교육문화공동체를 만들어 교육프로그램도 같이 만들고, 교환방문도 하면서 학교연합 구조를 만들어 상생의 길을 모색해보자는 것이다.

교육뿐만 아니라 주거, 일자리, 문화, 경제, 귀농귀촌 등 모든 분야에서 서로 협력구조를 구축하여 농촌유토피아를 함께 만들자는 데 뜻을 모은 것이다.

학부모들에게는 청정한 자연환경, 안전한 주거환경, 체계화된 교육과정, 정겨운 농촌 마을인심 등에 대해 설명하고 전입세대 주택 지원, 일자리 알선 등 다양한 혜택도 안내하며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처음 시도되는 일이며, 이런 식의 교육중심 영호남 ‘마을연합시스템’은 농산어촌의 새로운 상생 유토피아 모델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장원 농촌유토피아연구소 소장은 “이제 홀로는 못사는 시대이다. 학교도 마을도 각기 독립성을 유지하면서 느슨하게 연합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야 산다. 그래야 농촌이 유토피아가 될 수 있다”면서 “정부의 지원과 지자체의 적극적인 노력이 있다면 작은학교도 살리고 농촌도 살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작은학교 살리기 전국설명회’ 합동 기자회견장에는 정영일 농촌사랑범국민운동 대표, 김사열 국가균형발전위원장, 김홍상 농촌경제연구원장, 변창흠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 강영권 에디슨 모터스 회장의 축사가 이어졌다. 김경수 경남지사와 성경륭 인문경제사회연구회 이사장은 영상축사를 보내왔다.

전국설명회는 신귀자 서하초등학교 교장의 성공사례 발표에 이어 무주 부당초, 거창 가북초, 거창 신원초, 남원 사매초 순서로 학생모집 발표가 진행됐다.

작은학교 살리기 합동기자회견 이모저모

이영철 기자  achimstor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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