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원 농촌유토피아연구소 소장.

작은학교가 사라지고 있다. 전국 2000개에 달하는 작은학교가 사라질 위기에 있다. 이미 많은 학교가 벚꽃 피는 순서로 사라졌다. 말할 것도 없이 농산어촌 학교들이다. 백년 내외의 전통과 역사를 자랑하는 학교들이 눈앞에서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학교가 없어지고 학교 담장 너머로 아이들 웃음소리가 사라지면, 시골 우리 고향동네는 그만 사라지고 만다. ‘교육적으로 지속가능하고 건전한 발전’은 이제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희망이 있다. 그것은 바로 시골에 있다. 희망은 역설적으로 도시 황폐화와 현대문명의 그릇된 발전 그 갓길에서 새싹으로 움트고 있었다. 지구온난화로 비롯된 치명적 기후위기, 바이러스로 말미암은 바이러스 창궐, 갈수록 심화되는 빈부 간 격차, 인간성이라고는 1도 없는 극심한 경쟁사회, 이 모든 폐해의 원인은 오직 ‘교육’의 잘못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도대체 학교교육, 사회교육, 가정교육 어느 하나 제대로 작동하는 것이 없지 않은가! 이 3박자 교육이 제대로 되기만 한다면 세상의 모든 문제를 풀 수 있다. 3박자 교육, 그나마 여러 가지 면에서 시골이 훨씬 낫다. 그래서 시골이 희망이다. 마을공동체교육도 시골에서는 가능하고, 자연환경교육도 시골에서는 절로 된다. 경쟁을 부추기는 망국적 사교육도 시골에서는 필요 없다.

실제로 시골에서는 자연환경이 도시에 비해 훨씬 좋고, 코로나 같은 질병에도 더 안전한 뿐만 아니라, 작은학교들의 교육프로그램도 매우 훌륭하다. 시골의 작은 초등학교에서는 코로나와 상관없이 수업을 계속하고 있으며, 방과 후 돌봄 교실도 전천후로 잘 운영하고 있다. 또한 사교육이 필요 없을 정도로 음악, 미술, 체육, 외국어 등 양질의 프로그램을 항시 제공하고 있다. 자연과 문화유산을 활용한 질 좋은 체험교육 프로그램도 많다.

게다가 고등학교까지는 무상교육이다. 요즘 시골학교는 놀라울 정도로 좋은 시설과 교육환경을 가지고 있다. 심지어는 학생과 학부모를 위한 학교주치의 제도를 도입하는 곳도 있다. 학부모 입장에서는 전원생활을 즐기면서 소확행(小確幸)도 추구할 수 있다.

이른바 포스트 코로나 시대, 특히 초등학교 시절 인성교육의 중요성을 고려해 볼 때, 도시의 불완전한 비대면 교육보다 시골의 상시적 대면 교육이 훨씬 더 큰 교육효과를 발휘할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도시학교의 경우, 과밀학급 해소를 위해 학급당 학생 수를 20명 이하로 제한해야 한다는 얘기가 이제야 나오고 있지만, 시골학교는 이미 10명 이하이니 그야말로 미래형 대안학교 아닌가.

그래서 그런지 요즘 시골의 초중등학교에 도시학생들이 꽤 지원하고 있다. 시골의 작은학교에 기회가 오고 있는 것이다. 정녕 빼앗긴 시골학교에도 봄은 오고 있는가. 그러므로 이제 더 이상 시골의 작은학교가 통폐합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오히려 포스트 코로나 시대, 더욱 문제 많아진 도시와 현대문명의 대안적 중심 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작은학교 살리기를 통해 시골공동체가 제대로 살아날 수 있다. 제대로 된 교육도 할 수 있다. 거창하게 말해서 국토균형발전도 가능하다. 그러므로 작은학교살리기는 애국운동에 다름 아니다. 작은학교살리기에 애쓰는 분들이야말로 진정한 애국자라 할 수 있다. 작은학교가 살아나야 시골이 살아나고 시골이 살아나야 작은학교가 산다. 작은학교가 살아나야 교육이 살아나고 교육이 살아나야 우리나라가 살아난다.

물론 우리들의 이런 뜻과 포부가 단번에 이루어지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파인 곳은 메우고 막힌 곳은 뚫어가면서 도시의 대안으로서 새 농산어촌을 창조해보자. 작은학교살리기가 비록 우리나라의 모든 교육문제와 시골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하는 큰 연장은 아니지만, 그 큰 연장을 만드는 작은 연장은 될 수 있다. 남부럽지도 남루하지도 않은 강소학교를 일단 세워보자. 작은학교살리기, 불모의 버럭 땅에 나무 한 그루 심는 마음으로, 지금 바로 시작해보자. 우리 다 같이 시골학교의 봄을 만들어보자. 작은학교가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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