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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문학제 전국대회 열려… 김명수 시인 유고시집 출판

전국 문인 100여명 함양서 모여
공연 어우러진 문학한마당 축제

‘지리산문학상’ 김참 시인 수상
‘최치원신인문학상’ 정성원 시인

곽실로 ‘지리산지역문학상’ 받아
상금 전액 유고시집 출판에 기부
고 김명수 출판기념회 의미 깊어

사진설명) 시월의 마지막 날 ‘지리산문학제’가 함양문화예술회관에서 전국 문인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성대하게 열렸다. 특히 이날 김명수(50) 시인의 유고시집 ‘길 끝에서 너를 만났다’ 출판기념회를 겸해 의미가 깊었다. <사진: 지리산문학회>

엄정한 객관성 확보를 위해 전국의 권위 있는 문학상으로 부상하고 있는 지리산문학제가 시월의 마지막 날 함양문화예술회관에서 성대하게 열렸다.

이날 지리산문학제는 지리산문학회(회장 박철)와 계간 시산맥(대표 문정영)이 주관으로 서춘수 함양군수, 황태진 군의회의장, 군의원 등 내빈을 비롯해 전국 문인과 문학회원 등 100여명이 참석해 수상을 축하하고 공연 등이 어우러진 문학한마당 축제로 펼쳐졌다. 코로나 여파로 예년 대비 프로그램을 간소화하고 방역과 거리두기 등에 만전을 기하며 축제가 진행됐다.

올해로 15회째를 맞은 지리산문학상은 김참(48) 시인이 ‘거미와 나’ 등 5편을 수상했다. 김 시인은 경남 김해 출신으로 1995년 ‘문학사상’으로 등단했다.

최치원신인문학상은 경남 통영 출신 정성원(44) 시인이 ‘안개제조공장 굴뚝에 사는 소녀를 아니?’ 등 5편으로 수상하며 문단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이번 문학제에서는 얼마 전 작고한 지리산문학회원 김명수(50) 시인의 유고시집 ‘길 끝에서 너를 만났다’ 출판기념회를 겸해 의미가 깊었다. 뇌변병 장애를 안고 생전 “세상 사람들에게 희망과 빛을 주는 시를 쓰고 싶다”며 시집 출간을 소원하던 김 시인의 소망을 이번 축제 지리산문학회원들이 뜻을 모아 이뤄줬다.

지리산문학회 곽실로(55) 전 회장이 이번 지리산지역문학상 상금 200만원을 전액 기부하고 주관사 시산맥을 통해 출간이 성사돼 고인의 뜻을 기리는 시간이 됐다.

서춘수 군수는 “오랫동안 함양의 문학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지리산문학회 회원 여러분들의 열정에 감사드린다”며 “앞으로 함양군의 문학과 문화예술이 더욱 발전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지리산문학상은 함양군과 지리산문학회에서 제정해 첫해 정병근 시인이 수상한 것을 비롯해 유종인·김왕노·정호승·최승자·이경림·고영민·홍일표·김륭·류인서·박지웅·김상미·정윤천·조정인 시인이 각각 수상했다.

거미와 나 

- 김참

김참 시인.
내우리 집엔 귀가 넷 달린 거미가 산다. 내가 소파에 누워 책을 읽는 동안 배고픈 거미는 내 발톱을 갉아먹고 조금씩 살이 오른다. 내가 낮잠을 자면 거미도 내 귓속에서 낮잠을 자고 내가 노란 꽃 활짝 핀 해변을 거닐면 거미도 내 귓속에 누워 꿈을 꾼다. 어두운 부엌에서 늦은 저녁을 먹는 동안 거미는 줄을 타고 내려와 내 발가락을 갉아먹는다. 봄이 와서 마당 가득 분홍빛 모란이 피면 거미는 집 곳곳에 투명한 집을 짓는다. 벌레들의 무덤을 만든다. 우리 집엔 귀가 넷 달린 거미가 산다. 초승달 뜬 하늘에 하얀 별 총총 박힌 어둡고 깊은 밤 거미는 네 귀를 쫑긋 세우고 내 귓속에 하얀 알을 낳는다. 여름이면 새로 태어난 거미들이 집 곳곳을 기어 다닌다. 귀가 넷 달린 수백 마리 회색 거미들. 내 살을 파먹고 통통하게 살이 오를 작은 거미들. 장마가 지나가면 거미들은 투명한 줄을 타고 논다. 습하고 무더운 날이 계속된다. 거미는 내 살을 갉아먹으며 무럭무럭 자라고 나는 빨랫줄에 걸린 생선처럼 조금씩 야위어간다.용을 입력하세요.

 

안개제조공장 굴뚝에 사는 소녀를 아니?

- 정성원

정성원 시인.

일정한 무게를 가진 안개
폐가 부풀어 하늘로 붕붕 뜬다면 누구 배 좀 눌러주실 분?

허공에서 소녀가 뿜는 안개는 단조로운 모양이야

이를테면

안개공장장이 소녀로 가득 찬 옷장을 가졌다든지 한 명씩 꺼내 속을 갈라본다든지 겉은 늙고 속은 생생한 아이러니를 마주한다든지

옷장의 소녀가 갈라지는 건 단추야
그럼에도 심장이라 우겨볼까

상관없고,

소녀는 달마다 죽은 태양을 낳는다

죽은 태양에 뿌리내린 안개나무, 온기를 흡수하지 못한 꽃송이, <찾습니다> 전단지가 소리 지르며 피어나는 계절에

나무마다 물이 오르고

수많은 실종이 만개하는 모습은 어떨 것 같아?

멈추지 않는 는개, 머리어깨무릎발무릎발, 멈추지 않는 노래,

상실은 자주 노래를 부르게 한다
노래를 뿜어내는 굴뚝에서

포식자가 된 안개를 모른 척해줘

이은정 기자  newsnur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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