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배중인 공무원노조 김일수 부위원장의 모습. ⓒ서부경남신문

1월 4일, 소한을 하루 앞둔 지리산자락에는 매서운 칼바람이 불었다. 정부와 일대 격전에서 사실상 패하고 파면과 함께 수배를 받고 있는 전국공무원노조 김일수(49·함양군 행정과 6급) 부위원장의 가슴에도 차갑고 쓰라린 고통이 엄습했다.

더구나 그 아픔은 정부의 일방적인 공무원노조 특별법이 통과될 예정이어서, 그가 느낀 절실함은 더해 보였다. 공무원노조 특별법은 법사위를 통과해 지난해 12월30일 처리될 예정이었으나 국가보안법 폐지 문제로 여야가 격돌하는 바람에 아직 본회의를 통과하지 않았다.

김 부위원장의 검고 두꺼운 안경테 너머로 희미하게 웃음 짓는 모습은 얼핏 총파업의 실패를 안고 있는 듯 보였으나, 단호한 의지와 명쾌한 논리는 '최후의 승리'를 쟁취할 수 있는 확신에 찬 모습이었다.

그는 계속 이어진 수배기간에도 '국민이 원하는 나라, 공무원 노동자가 바로 세우겠다'며 9일간 단식에 나섰다. 몸무게가 7∼8㎏ 빠져 얼굴이 몰라볼 정도로 많이 상했지만 공무원노동자의 노동3권 쟁취를 위한 투쟁의 깃발을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는 이날 저녁 공무원 총파업과 경남도청 농성을 주도한 혐의로 파면된 함양군청 노기환(49·도시환경과) 지부장과 함께 함양읍내에 있는 한 식당에서 김 부위원장을 만나 2시간30분 동안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눴다.

이들은 "당사자의 의견을 철저히 배제하고 일방적으로 졸속, 날치기 처리한 위헌적 공무원노조특별법을 14만 조합원은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특별법 무효화 투쟁과 함께 공무원 노동자를 옭아매고 있는 각종 악법에 대한 개정투쟁을 병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올해는 민중운동과의 연대를 한층 강화하는 한해가 될 것이며, 조직복원과 재정비를 통해 총파업으로 희생된 조합원이 노조를 믿고 끝까지 싸울 수 있는 물적 토대를 공고히 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무원노조 희생자 구제위원장도 겸하고 있는 김 부원장은 징계된 희생자 구제기금 확충을 위해 6일 열리는 임시대의원대회에서 '조합원 1인당 중앙분담금'을 2년간 한시적으로 2만원으로 인상키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나아가 건강하고 깨끗한 사회를 열망하는 공무원 노동자의 순수하고 참뜻을 알려, 국민과 함께 하는 조합이 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2개월간 수배중이어서 집에도 들어가지 못하고 있는 김 부위원장은 국민들에게 참으로 하고 싶은 말이 많아 보였다. 하지만 중요한 의미들은 그 깊은 가슴에 고이 새겨 잊지 않으려고, 되새기려는 듯 시간이 지나도록 그의 이야기들은 모두에게 보석처럼 여운을 남겼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국회의원의 단식으로 경찰의 1계급 특진이 해제되는 바람에 전보다는 여유가 있어 보였지만, 여전히 바쁜 그는 이날도 이야기를 마치자 바람처럼 떠나갔다. "어렵고 힘들지만 가야하기 때문에 이 길을 간다"는 김 부위원장의 말이 가슴에 사무친다.

이영철 기자  leeyc@seob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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