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창군은 행정안전부가 주관한 전국 243개 자치단체 대상 지자체 협력·분쟁 해결 및 숙의기반 주민참여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거창법조타운 조성사업, 5자협의체 협력사례’가 최우수상을 수상했다고 18일 밝혔다.

거창법조타운 조성사업은 거창읍 가지리·상림리 일원 22만6174㎡(6만8537평)에 1200여억 원을 투입하여 거창구치소를 포함해 보호관찰소, 거창지원·지청 등 법조 관련기관을 타운화하는 사업으로 2014년 7월부터 6년간 주민 찬·반 갈등이 치열했던 사업이다.

이에 경남도가 중재하고, 찬·반 주민대표, 거창군, 거창군의회, 법무부가 참여하는 5자협의체를 구성하여 2019년 10월16일 ‘거창구치소 주민투표’로 현재 장소에서 짓기로 결정했다. 거창군 투표청구권자 5만3186명 가운데 현재 장소 추진 찬성 64.75%(1만8041명), 거창 내 이전 찬성 35.24%(9820명)으로 마무리됐다.

그러나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다. 법무부도 당초 현재 장소에 구치소를 짓는데 우려를 표명했다. 지난 2011년 5월18일 법무부가 거창군으로 보낸 ‘거창교도소 신축후보지 답사 결과 의견 통보’ 공문에 따르면 “신축 후보지를 답사한 결과, (인접 아파트 조망·주거지 이전·각종 보상 등) 과다한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판단되어 후보지로 선정하기에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뿐인가. 김경수 경남도지사도 “교육도시 거창의 명성에 금이 가지 않게 하겠다”면서 현 부지에는 거창교도소 건립을 반대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민주당은 박광온 최고위원, 박주민·민홍철 의원까지 반대에 나섰다. 청와대도 행정관을 보내 민심을 살피기도 했다.

2017년 10월에는 이낙연 국무총리가 거창을 방문해 교도소 갈등문제를 해결할 예정이었으나 거창군의회 의원들의 몽니로 무산되기도 했다. 2018년 11월에도 박상기 법무부장관은 국회 예결위에서 “현 위치에 신축하는 대신 주민들과의 지속적인 협의 하에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거창군이 의지만 모으면 얼마든지 거창구치소를 외곽으로 이전할 기회는 많았던 셈이다. 거창구치소 갈등이 얼마나 뜨거웠으면 2016년 4·13 총선과 거창군수 재선거에서 군수와 국회의원이 바뀌기까지 했는가. 물론 여러 이유가 있었겠지만, 가장 큰 결정타는 거창교도소가 거창군의 가장 큰 쟁점으로 부상했기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거창군민들의 열망은 교도소 이전이 더 가까웠다.

아쉬운 점은 또 있다. 2019년 7월 거창구치소 주민투표 실시구역을 두고 거창군 12개 읍면 전체로 할 것인지, 거창읍에 한정해 할 것인지 총회를 열고 결정하기로 했는데 48명의 선택으로만 판가름 난 것이다. 체인지 거창이 “지난 6년간 교도소 반대운동에 동참한 사람이 수천명은 넘을 것이다. 집행부도 몇 차례 바뀌었다. 48명이 교도소를 반대하는 전체 주민들을 대신할 수 없다”고 지적한 점은 모두가 새겨들을 부분이다. 교도소 운동에 전면적으로 나섰던 민주당의 패착으로도 볼 수 있다.

교도소를 불과 몇 ㎞밖으로 옮기는 게 그렇게 어려웠던 일일까. 거창군에 구치소가 들어오지 않는 것도 아니고, 조금 옮겨 들어오는 것에 불과한데 말이다. 지금 교도소 자리는 거창군의 노른자위 해당될 수 있는 곳이다. 거창군의 미래성장 동력을 위해 고민하고, 또 고민해야 할 자리다.

혹자는 도시와 비교해서 거창구치소가 법조타운화되면 근사하다고 말들을 하는데 빌딩숲으로 이루어진 도시와 숲으로 둘러싸인 농촌지역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다. 거창은 거창만의 특색이 필요한 것이다. “거짓서명으로 유치된 거창교도소, 그 자리는 교도소 자리가 아니다”는 군민들의 외침이 무색할 지경이다.

그동안 거창구치소 장소를 둘러싸고 찬·반으로 갈라진 주민들을 화해하기 위해 발로 뛰고 노력한 공무원들의 고생을 결코 모르는 바는 아니다. 2004년 7월30일 주민투표법이 시행된 이후 전국에서 10번째, 경남에서는 2번째로 치러진 주민투표에서 이를 해결한 공로도 결코 폄훼할 생각이 없다.

하지만 거창구치소가 현재 장소에 들어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아픔이 있었는지를 기억해야 한다. 처음에 순수하게 시작된 학부모들의 운동이 시민단체, 정당 간의 주장으로 넘어가면서 기득권 싸움의 양상을 보이면서 변질되기도 했다.

비록 주민투표는 원안 찬성으로 끝났지만, 6년에 걸친 피로감에 젖어 주민들이 쉽게 포기하게 만들었는지도 들여다봐야 한다. 주민투표가 그 이전이든지, 혹은 ‘공론화갈등위원회’를 통해 충분한 정보가 군민들에게 전달됐으면 다른 결과가 나왔을지도 모른다.

따라서 주민갈등을 해결한 거창군 사례가 전국 최우수로 선정됐지만 박수를 보내기보다는 유감을 표시한 이유이기도 하다. 주민투표에서 이겼다는 기쁨보다는, 35%의 눈물을 거창군은 한시라도 잊어서는 안 된다.

‘거창구치소 주민투표’를 두고 스스로에게 합당했는지 질문은 아직도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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