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창연극제 상표권과 관련해 거창연극제 집행위원회의 손을 들어준 법원의 1심 판결은 연극제를 만들어 온 사람들의 30년 기여도를 인정한 것이었다. 사실 거창연극제 문제는 합의사항만 제대로 이행했으면 굳이 소송으로 가서 소모적 논쟁이 일어날 필요가 없는 사안이었다.

법원의 판결 역시 처음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쪽에 책임을 물은 것이었다. 항소심으로 가도 괜한 소송비용만 낭비할 뿐 판결이 뒤집힐 가능성이 낮게 보이는 것은 양측이 도장을 찍은 합의서 때문이기도 하다.

특히 법원이 원만한 합의를 위해 두 차례에 걸쳐 조정과 화해 권고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거부한 것은 거창군의 책임은 가볍지 않다. 군의회도 일정한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이 문제가 법적으로 마무리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지역의 대표 연극축제인 거창연극제를 살리겠다는 마음만 있으면 충분히 합의할 수 있는 사안이기에 더욱 그렇다. 다행히 거창연극제 측은 1심 승소에도 불구하고 합의를 원한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따라서 우리 역시 거창군과 거창연극제의 원만한 합의를 주문하고자 한다. 판결 이행보다는 거창연극제의 미래를 고민하며 장기적 관점에서 대승적으로 문제를 봉합하는 것이 낫기 때문이다.

1심 판결의 핵심은 기여도를 인정한 것이다 상표권 매매가 아닌 상표권 가치에 대한 기여도를 평가한 금액이었다. 30년 동안 거창연극제를 키워온 노력에 대한 평가였다. 판결에 앞서 법원은 조정을 통해 14억8473만원을, 이후 화해권고결정 금액으로 11억261만원을 제시했고, 거창연극제 측은 이를 받아들이겠다고 했었다. 늦었지만 법원이 제시한 조정과 화해권고 결정 금액에서 양측이 합의할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거창군은 민간 자율 연극제의 지원을 보장해야 한다.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팔길이 원칙을 준수하고, 대신 예산에 대한 관리감독을 철저히 하면 된다.

물론 거창연극제의 쇄신도 필요하다. 30년을 이어왔지만 거창연극제는 많이 노화되고 노쇠한 모습이 역력하다. 대학로에서 주목받고 있는 젊은 배우들이 거창연극제에 얼마나 참여하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이제는 세대교체도 필요한 시점이다. 지금껏 연극제를 이끌어왔던 사람들이 새로운 인물을 세우고, 명예로운 2선 후퇴로 연극제 도약의 발판을 만들어내면 좋을 것이다.

거창군이 쇄신을 조건으로 한시적인 지원을 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지역의 대표적인 연극 축제를 놓고 볼썽사나운 법적 싸움보다는 서로가 한발씩 양보해서 원만한 합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전체 군민들에 대한 예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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