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임위 부결되면서 빨간불 켜져
예결위·본회의 통과도 어려워
군의회, 연극제 시선은 부정적

내년 1월말까지 10억 지급해야
거창군, 상표권 매입은 불가피

5년간 연극제 두고 다투는 사이
25억 국도비·1000억 경제적 손실
연극제 상표권 가치 115억 달해

거창군의회는 지난 7일부터 22일까지 16일간의 일정으로 제253회 제2차 정례회를 개회했다. 8일 열린 총무위에서 거창국제연극제 상표권 추경 예산안 수정예산 10억5500만원이 전액 삭감됐다. <사진: 거창군의회>

거창국제연극제 정상화를 위해 거창군이 상표권을 10억원에 매입하기로 했지만 거창군의회가 어깃장을 놓으면서 또다시 빨간불이 켜졌다.

8일 거창군의회 총무위원회(권재경·권순모·최정환·김향란·박수자)는 거창국제연극제 상표권 추가경정예산안 심의에서 집행부가 제출한 매입예산 10억원과 변호사 선임비용 5500만원을 합해 수정예산 10억5500만원이 전액 삭감됐다.

해당 상임위에서 삭감된 예산안은 10일 열리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수정발의와 11일 본회의에서 재적의원 과반수(6명)를 통과하면 되살릴 수 있지만 현재 거창군의회 기류로 보면 사실상 통과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당장 곤경에 빠진 것은 거창군이다. 구인모 군수는 지난 7일 담화문을 통해 “1심 선고 결과에 대해 참담한 심정을 느끼며 군민 여러분께 대단히 죄송하다”며 “내년부터는 거창국제연극제를 정상 개최하는 것이 군의 발전을 위해 더 나은 해결책이라는 판단 하에 상표권을 매입하게 됐다”고 밝혔다.

특히 구 군수는 2심을 거쳐 대법원까지 법정공방을 이어질 경우 현실적으로 초래할 어려움도 제시했다. 다시 연극제가 열리는 데 몇 년이 더 소요된다면, 어쩌면 연극제가 거창에서 영원히 사라질 수도 있다는 것.

구 군수는 “(연극제 상표권을 매입하게 된 것은) 지금 시점이 꺼져가는 연극제의 불씨를 살려 다시 활활 타오르게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압박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그의 고뇌를 읽을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럼에도 연극제가 군의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다시 좌초될 지경에 처하자, 이제는 책임소재 논란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집행부가 되든지, 의회가 되든지 책임소재는 분명히 가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는 1심에서 패소한 거창군이 지난 7일로 마감된 항소심을 포기하면서 법원 판결대로 거창국제연극제 상표권 17억3558만원을 지급해야 할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거창군은 거창국제연극제 집행위원회 간 합의서에 따라 1월31일까지 매입금액 10억원을 지급해야 한다.

군이 2심을 포기한 것은 현실적인 어려움도 작용했다. 2심이 진행되면 거창군은 공탁금 17억3558만원과 인지대 900만원을 법원에 납부해야 한다. 여기에 변호사 선임비용과 1심 판결 가집행에 따른 집행정지신청을 해야 하고, 패소했을 경우 이자부담금도 따르게 된다.

거창군이 2심에서도 패소하게 되면 상표권 매입에 합의한 금액에 금융비용 등을 포함해 10억원이 더 늘어나면서 총 20여억원의 부담금이 발생된다.

정상준 문화관광과장은 이날 총무위 추경에서 “지금 시점에서 합의하지 않으면 항소의 실익이라든지 추가되는 비용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서 합의를 한 것으로 이해해 달라”는 호소도 이런 의미가 내포됐다. 벼랑 끝에서 내린 결정이라는 것이다.

거창군이 쟁송절차라는 현실적인 안과 문화산업에 대한 미래적인 안들을 생각했을 때 구인모 군수의 담화문 발표가 현명한 판단으로 보이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한편 거창국제연극제 보조금 지원이 삭감되면서 매칭으로 붙는 국비 3억원, 도비 2억원을 5년간 받지 못하면서 총 25억원의 국도비 지원을 날렸다. 또 2014년 거창국제연극제의 경제적 파급효과는 경남발전연구원과 한국공연예술컨설팅연구소의 조사결과 266억원으로 집계됐다. 5년간 잃어버린 경제적 가치만 해도 1000억원에 이른다.

거창국제연극제의 상표권 가치는 115억7053만원에 달한다. 이는 법원의 판결대로 30년 역사를 가진 거창국제연극제 집행위원회 기여도를 15%로 계산하고, 금액은 17억3558만원으로 환산해 이를 전체 금액으로 나눈 값이다.

공적인 영역과 사적인 부분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를 것인지, 미운 구석이 많지만 그래도 살릴 것인지는, 오로지 거창군의회 몫으로 남게 됐다.

이영철 기자  achimstor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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