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부산하게 돌아가는 세모의 거리에서 우리는 절규에 가까운 소리를 듣게 된다. ‘불우이웃을 도웁시다’ 구세군의 메가폰에선 같은 호소가 되풀이 되고 있지만 발길을 멈추고 선뜻 성금을 집어넣는 시민은 드물다. 심한 불황으로 인심은 각박하고 메말라 있다.

매년 이맘때면 행해지던 TV방송국 등의 ‘성금 모으기 행사’도 보이지 않는다. 더욱 씁쓸한 소식은 예년 같으면 사회각계의 온정이 답지하던 고아원, 양로원 등 불우시설에도 올해는 ‘자선의 손길’이 뜸하여 그렇지 않아도 외로운 사람들을 더욱 씁쓸하게 만들고 있다는 얘기다. 코로나 사태로 인한 심한 불안감과 강추위에 사람들의 온정마저도 얼어붙은 것일까.

한해를 마감하는 연말이 되면 누구나 마음이 설레게 된다. 묵은해를 뒤로 하고 새해를 맞이하려는 소망스런 설레임 속에서 연말의 느낌은 순수해질 수 있다. 때문에 연말이면 누구나 ‘송년회다 망년회다’ 하는 모임에 참석하게 되는 기회를 갖게 된다. 사람과 사람이 어울리는 무리 속에 살면서 한 해를 보내는 송년회 모임에조차 초대되지 못한다는 것은 조금은 서글픈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올해는 코로나 사태로 정부에서 ‘모임 없는 연말’을 권장하고 있다.

좋았던 일, 궂은 일 등을 한번쯤 되새겨보고 새해를 보다 보람 있게 맞이하기 위한 마음준비의 한 방법으로 발상된 송년회이고 보면, 그렇게 흥분할 것도 없고 조용하게 보내는 것이 더욱 뜻있는 송년회가 될 것이므로 이를 준비하고 계획하고 있는 사람들은 한번쯤 생각을 정리해볼 일이다. 우리주변에는 사회의 따뜻한 온정에 목마른 불쌍한 사람들이 얼마든지 있다. 요양시설에서 여생의 날짜만 세고 있는 무의무탁의 노인들, 부모의 정을 모르는 고아들, 그리고 아직도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가난한 사람들 등.

예로부터 ‘가난은 나라도 구제 못 한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나라는 못 구해도 국민은 구할 수가 있다. 모두 십시일반의 부조로 가능하다. 곳간에서 인심난다고 했다. 이것 역시 지도층과 가진 자가 앞장설 일이다. 올해는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를 차분히 보내게 될 것 같다. 관광호텔이나 고급음식점에서 동창회, 향우회, 친목회, 계모임 등을 계획했던 개인, 단체에서는 다 함께 불우이웃돕기를 골똘히 생각하고 실천할 때이다.

복지사회는 단순히 풍요를 누릴 수 있는 사회만이 아니고 사랑과 인정이 오가는 인간다운 사회이기 때문이다. 이런 사회건설이 우리의 이상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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