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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피어나는 지리산 운해

언제나 아름다운 지리산이지만 겨울의 설경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이른 아침 피어나는 지리산의 운해가 눈을 만났을 때의 아름다움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지경이다. 지리산 자락은 하동·산청·함양(경남) 남원·장수(전북), 곡성·구례(전남)를 아우른다. 지리산권(圈)은 서울 여의도면적의 530배 가량. 어느 곳에서 올라도 지리산으로 갈 수 있다. 천왕봉(1915미터), 반야봉(1732미터), 노고단(1507미터) 등 준봉들이 병풍처럼 펼쳐져있고, 20여개의 능선들 사이로 계곡들이 자리하고 있다. 지리산국립공원을 에워싸는 둘레만 해도 320㎞를 넘는다. 코로나19로 힘든 한해였지만 어머니 같은 산, 지리산에 쌓인 설경을 보고 모두 위안을 받으시길 소망한다. 사진은 2015년 겨울 모습이다. <사진: 박종성 작가>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 이원규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천왕봉 일출을 보러 오시라
삼대째 내리 적선한 사람만 볼 수 있으니
아무나 오시지 마시고
노고단 구름바다에 빠지려면
원추리 꽃 무리에 흑심을 품지 않는
이슬의 눈으로 오시라

행여 반야봉 저녁노을을 품으려면
여인의 둔부를 스치는 유장한 바람으로 오고
피아골의 단풍을 만나려면
먼저 온 몸이 달아오른 절정으로 오시라

굳이 지리산에 오려거든
불일폭포의 물 방망이를 맞으러
벌 받은 아이처럼 등짝 시퍼렇게 오고
벽소령의 눈 시린 달빛을 받으려면
뼈마저 부스러지는 회한으로 오시라

그래도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세석평전의 철쭉꽃 길을 따라
온몸 불사르는 혁명의 이름으로 오고
최후의 처녀림 칠선계곡에는
아무 죄도 없는 나무꾼으로만 오시라

진실로 진실로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섬진강 푸른 산 그림자 속으로
백사장의 모래알처럼 겸허하게 오고
연화봉의 벼랑과 고사목을 보려면
툭하면 자살을 꿈꾸는 이만 반성하러 오시라

그러나 굳이 지리산에 오고 싶다면
언제 어느 곳이든 아무렇게나 오시라
그대는 나날이 변덕스럽지만
지리산은 변하면서도 언제나 첫 마음이니
행여 견딜만하다면 제발 오지 마시라

 

서부경남신문  newsnur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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