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소 독림가.

환경문제는 국경이 있을 수 없다. 숲과 나무는 지구촌의 허파이다, 중병을 앓고 있는 지구촌의 허파로 인해 기상이변 등 여러 가지 증세를 보이고 있다. 복원이 된다고 해도 수세대가 걸린다.

국토의 3분의 2가 산림으로 되어 있어 희소가치를 느끼지 못해 그런지 숲과 나무의 가치에 대한 우리국민의 인식은 매우 낮은 수준이다. 따라서 정책 또한 매우 소극적이며 인식의 전환이 절실한 오늘이다.

나무의 이름을 익히는 일은 인식전환의 시작이 될 수 있으며, 또한 바른 정보를 통한 각별한 사랑으로 이어진다. 이는 인간교류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식물에는 학술적인 분류학상의 명칭보다 생태적인 특성을 쉽게 알 수 있는 재미있기도 한 토속적인 이름이 있다. 이런 이름은 숲과 나무를 쉽게 식별하고 오래 기억할 수 있도록 한다.

우리국민의 오랜 정서가 있는 소나무의 ‘솔’의 말뜻은 가장 으뜸이며 우두머리라는 의미의 ‘수리’라는 말이 ‘술’에서 ‘솔’로 변했다고 한다. 은행나무는 열매가 은빛이 나는 살구를 닮았다고 해서 은(銀)자와 살구 행(杏)자를 쓴다고 한다. 또한 공룡시대부터 살아 온 살아있는 화석이라 불리고, 은행나무의 강한 살균성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정보이다. 용문사의 은행나무는 나이가 1300살이라 한다.

동백나무는 겨울에도 핀다하여 지어진 이름이고, 무궁화는 오랫동안 계속하여 무진장하게 꽃이 핀다하여 우리 국화가 되었고, 자작나무는 수피를 태울 때 ‘자작자작소리가 난다하여 지어 졌다고 한다. 물푸레나무는 잔가지를 꺾어서 물속에 넣어두면 푸른 물이 우러난다고 하며, 때죽나무는 열매껍질에 마취성분이 있어 찌어서 물에 풀면 고기가 떼로 죽는다는 이름이다. 작살나무는 고기잡이 도구인 작살을 만드는 나무이며, 참빛살나무는 머리를 빚는 참빗의 살을 만드는 나무라는 이름이라고 한다.

말채나무는 가지가 낭창낭창하여 말채찍으로 쓰였다고 하며, 약제로 쓰이는 오갈피나무는 잎이 5개로 각각 갈라진다고 하고, 마가목은 말의 이빨처럼 튼튼하게 생겼다는 호칭이라고 한다. 일본에 수출하고 있는 떡갈나무 잎은 잎에 떡을 싸서 먹으면 맛이 더 난다는 이름이며, 층층나무는 나뭇가지가 층층 계단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노각나무는 껍질이 사슴 뿔 같은 황금빛이 난다는 이름이라고 한다.

수액을 마시면 머리에 좋다는 고로쇠나무, 가시에 잘 찔린다하여 찔레나무, 잎의 가장자리가 단단한 침으로 변하여 호랑이가 등이 가려울 때 찾는 나무라고 하여 호랑가시나무라고 한다. 삶의 애환이 있는 이름도 있다. 신갈나무는 지난날 나무꾼들이 짚신 바닥이 헤지면 신갈나무 잎을 깔았다는 ‘신을 갈다’라는 의미가 들어있다고 한다.

벌과 나비는 꿀을 얻어가는 대신 꽃의 수정을 도와준다. 토양의 유기물을 먹고 사는 말똥개의 배설물은 버드나무의 영양이 되며 아울러 버드나무가 잘 살 수 있도록 그곳을 살아있는 흙으로 만들어 준다. 자세히 보면 생태계는 본능적인 것 같지만 매우 이성적 이라고 한다.

우리가 자연에 돌려 준 것은 무엇일까? 생활쓰레기, 수질오염 말고는 별로 없는 것 같다. 우리도 누리는 만큼 돌려 줄줄 알아야 하며, 나도 있고 상대도 있는 어울려 살아가는 순환의 지혜를 생태계에서 배워야 한다.

사랑하는 손자 손녀들에게 어머니 가슴 같은 국토! 생명의 태동소리가 영원히 이어지는 건강한 국토를 물려주어야 할 의무가 우리에게 있다. 도시의 공원이나 가로수, 등산로에 나무의 이름표를 많이 달아 주었으면 싶다. 우리가 사용하는 화폐에도 멎진 자태의 노송을 그려 넣어 축복받은 산림국임을 새겨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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