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이슈 3.0 기획특집
권력과 세금 분배되는 곳에 감시가 없다면 부패는 필연적함양군의정참여실천단 모니터링

2년 연속 함양군의회 의정 평가
지난해와 비슷한 것은 아쉬운 점
그래도 ‘작은 희망’ 발견해 위안

지방의회는 집행기관 감시 역할
혈연·학연·지연 엮여 곤란할 때도

군의회는 군민들의 이익을 대변
집행부는 행정 효율성을 우선시
합의점 찾는 과정서 소음은 당연

함양군의정참여실천단 2019년 7월 출범식 모습. 실천단은 함양군 행정과 함양군의회 의정활동에 대한 나름의 판단 기준을 정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평가기준도 전문성, 구체성, 대표성을 기준으로 정성평가를 하고 있다. <사진: 함양군의정참여실천단>
함양군의정을 감시하는 ‘함양군의정참여실천단’은 2019년 7월30일 출범했다. 군정 임시회, 정기회 및 행정사무감사 모니터링을 통해 의정 운영에 대한 비판적 제언 등 적극적인 활동에 나서고 있다. 함양군의회가 집행기관을 제대로 감시하고 대안을 제시하며 변화를 보이고 있는 데는 실천단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함양군의정참여실천단 실무를 맡고 있는 정수천 사무국장의 2년간 느낌을 글로 옮긴다. <편집자주>


함양군의정참여실천단은 2019년에 이어 2020년에도 ‘2020년 함양군의회 행정사무감사 모니터링 평가보고서’를 만들었다. 이 보고서는 2020년 5월26일에서 6월12일까지 진행된 제254회 제1차 정례회 회의록을 모니터링 한 것이다.

2019년 첫 번째 보고서가 발간된 이후 반응은 다양했다. 무슨 자격으로 의정활동을 평가하느냐는 질문도 있었다. 그에 대한 실천단의 대답은 한결같았다. 의정활동 모니터링을 하는 것은 민주시민의 권리이자 의무라고. 물론 그런 질문보다는 군민들의 격려와 응원이 더 많았다. 지방 행정부와 의회의 활동을 지켜보는 눈이 생겨서 다행이라는 의견들이었다. 군민들의 그러한 열렬한 응원과 지지 덕분에 실천단은 2020년에도 보고서를 만들 수 있었다.

사실 인구가 4만명이 안 되는 함양군 같은 군 단위의 사회에서, 지방 행정부와 의회의 구성원들은 아무래도 혈연·지연·학연으로 엮여 있을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1991년 6월에 다시 지방의회가 부활된 이후로, 함양군을 비롯해서 거의 모든 지역에서 지방 행정부와 의회는 서로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것이 아니라 심하게 말하자면 이심전심 혹은 일심동체의 관계였다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실천단은 2019년에 처음으로 의정활동 모니터링을 시작하면서 작은 희망을 발견했다. 몇몇 군의원들이 지방의회의 진정한 역할인 집행기관에 대한 견제와 감시활동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의원들 개개인의 이해관계나 사적인 감정이 집행부에 대한 견제와 감시로 이어졌을 수도 있다. 실천단은 사실 그러한 부분을 알지도 못하고, 알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실천단이 모니터링을 하는 것은 군의원들의 이해관계나 내면의 상태가 아니라 의원들이 의회에서 발언하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이번 보고서의 내용은 2개의 상임위원회인 기획행정위원회와 산업건설위원회가 진행한 행정사무감사를 분석한 것이다. 실천단은 의원들이 행정사무감사에서 보여준 집행감시 능력을 전문성, 구체성, 대표성을 기준으로 정성평가를 했다. 그리고 집행부를 대표해서 행정사무감사를 받은 공무원들의 문제 발언도 함께 기록했다.

실천단은 2020년에도 모니터링을 행정사무감사에만 한정하고, 집행감시에만 평가 내용의 초점을 맞췄다. 의회와 함께 집행부를 감시하고, 예산이 올바르게 집행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왜냐하면 함양군의회 이외에는 함양군 집행기관을 제대로 감시하고 견제할 수 있는 기관이나 단체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2020년 행정사무감사를 모니터링 하면서 실천단이 느낀 것은 함양군의회의 집행부에 대한 견제·감시 기능이 점점 강화되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집행부 역시 의회의 그러한 고유한 역할에 대해 서서히 인식을 하기 시작하고 있었다. 참으로 다행스러운 변화의 조짐이었다.

함양의 일부 언론사에서는 함양군의회와 집행부 사이의 견제와 감시를 불화라고 표현한 적도 있지만, 그것은 해당 언론사의 인식의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다. 원래 민주주의란 시끄러운 것이고, 의회와 집행부는 많은 부분에서 의견이 달라야 한다. 군의회는 군민들의 이익을 대변해야 하고, 집행부는 행정의 효율성을 우선으로 두기 때문이다. 따라서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합의점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소음이 발생하는 것은 당연하다.

2020년 6월1일 기획행정위원회의 제4차 행정사무감사에서 있었던 쿠팡 물류센터와 관련된 질의와 답변이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집행부는 쿠팡 측의 보도자제 요구를 사업의 진척을 위해 수용할 수밖에 없었지만, 의회는 보다 투명한 정보공개와 군민들의 알권리를 주장할 수밖에 없었다. 행정 업무를 관장하는 집행부에서는 그러한 입장이 당연했고, 군민들을 대표하는 의회의 관점에서는 그렇게 질의를 하는 것이 마땅했다. 이런 종류의 논쟁을 불화라고 할 수 없는 것이다.

물론 쿠팡 물류센터와 관련해서 실천단은 의회의 입장을 지지한다. 어떤 사업이든 결과만이 중요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결과에 이르는 과정이 불투명하다면, 좋은 결과가 확정된다고 해도, 그 불투명한 과정으로 인해 치러야 할 사회적 비용이 군민들의 몫으로 떠넘겨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함양군의정참여실천단 관계자들이 모여 함양군의회에 대한 평가준비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함양군의정참여실천단>

실천단은 2020년 행정사무감사를 한 의원들에게 아쉬움을 느꼈다. 2019년처럼 파악하지 못한 내용을 확인하는 질문과 원론적인 질의가 많았기 때문이다. 담당 공무원들이 답변을 마치기도 전에 다른 질의로 넘어가는 순간들도 흔했다. 답변을 끝까지 듣지 않고, 준비해 놓은 다음 질의로 급하게 논점을 바꿔버린 장면이 넘쳐났다. 물론 행정사무감사 일정도 빡빡하고 처리해야 할 사안도 많다는 점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군민들이 의원들에게 원하는 것은 질의의 양이 아니라, 중요한 사안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과 질의 그리고 대안 마련이다.

가장 아쉬운 것은 2019년 행정사무감사의 내용과 거의 다른 점이 없었다는 것이다. 마치 재방송을 보는 듯했다. 물론 군의회의 지적 사항에 대해 반성이나 변화 없이 관행적으로 행정을 처리하는 함양군 집행부 때문일 수도 있다. 매년 똑같은 패턴으로 실수와 실수로 위장한 실수를 거듭하는 집행부를 상대하다 보니, 행정사무감사의 내용이 반복적일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사실 매년 되풀이되는 실수는 사회 통념상 실수라고 부르지 않고 의도라고 한다.

2020년 6월2일 기획행정위원회 제5차 행정사무감사에서 지적된 연꽃사회복지법인에 관한 문제도 전년도와 다를 바 없었다. 2019년 행정사무감사에서 온갖 특혜 의혹에 휘말렸던 연꽃사회복지법인이 2020년 행정사무감사에서도 ‘시니어클럽 추진계획’과 관련해서 특혜가 있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런 단체들이 고소·고발은커녕 국민의 혈세로 매년 다른 종류의 지원을 꾸준히 받는 것은 이상하기 그지없는 일이다.

또 다른 사례를 들자면, 2020년 6월2일 산업건설위원회 제5차 행정사무감사에서 지적된 ‘토속어류’에 관한 것이다. 수익성 없이 투자만 계속되는 철갑상어에 관련해서는 2019년 행정사무감사에서 의원들이 더 이상 군의 예산을 지원하면 안 된다고 질타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다시 예산이 편성되었고 사업이 실행되었다. 의원들의 끊임없는 지적에도 철갑상어와 관련된 사업에 계속해서 예산이 투입되는 이유는 대체 무엇 때문일까?

2020년 행정사무감사를 맞이한 함양군 집행부의 준비는 2019년과 달라진 게 거의 없었다. 제출된 자료는 부실했고, 의원들이 원하는 자료는 제출되지 않은 경우가 허다했다. 각 부서별로 감사가 시작될 때마다 잘못된 자료를 지적하며 시간을 허비하는 것은 2019년과 같았다.

담당 공무원들의 태도와 답변 내용도 여전히 문제였다. 퇴직을 앞둔 공무원은 ‘배 째라’ 식의 답변을 토해 냈고, 다들 말문이 막히면 관행이라는 단어를 남발했다. 물론 엄격한 기준으로 축사 허가를 심사한 훌륭한 공무원들도 있었고, 함양군의 세입 증가를 위해 헌신한 공무원들도 다수였다. 그리고 성실하게 행정사무감사를 준비해서 군의원들에게 격려를 받은 공무원들도 많았다. 하지만 2020년 행정사무감사를 준비하고 치러낸 집행부의 점수는 2019년과 마찬가지로 100점 만점에 10점을 주기도 아까웠다.

2019년 함양군의회 행정사무감사 우수 의원은 기획행정위원회 소속의 모든 의원들이었다. 시설관리공단을 한목소리로 반대하고, 해당 조례안을 부결시켰다는 점에서 선정됐다. 사실 평가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의원들도 행정사무감사 우수 의원으로 선정된 이유는 막무가내의 집행부를 상대로 고군분투하는 의원들에게 격려와 응원을 보내고 싶어서였다.

그런데 2019년 12월27일 행정사무감사 우수 의원 시상식 당일, 해당 의원들 모두 시상식에 불참 의사를 통보했다. 산업건설위원회 소속의 의원들에게 눈치가 보인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참으로 개탄스러운 상황이었다.

다른 지자체들의 경우, 의원들은 의정 활동 우수 의원으로 선정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한다. 자신에게 투표하는 시민들에게 받는 상은 영광일 뿐만 아니라, 그러한 상을 수상했을 때 의원직 재선에 상당히 유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함양군의회 의원들에게 중요한 것은 동료애였다. 군민들의 응원과 격려, 지지를 담은 의정활동 우수 의원이 되기보다는 의원들의 좋은 동료가 되기로 선택한 것이다. 그러한 선택을 존중한다.

올해 2020년 행정사무감사 우수 의원에 선정된 의원은 없다. 응원과 격려의 차원에서 선정하려고 했다면 상을 받는 의원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실천단은 이제부터 엄밀한 의미에서 우수한 의원에게 상을 전달할 것이다. 실천단은 2021년에는 의정활동 우수 의원이 등장하기를 기대해본다.

모든 종류의 권력, 그리고 세금이 모이고 분배되는 곳에서 견제와 감시가 없다면 부패는 필연적이다. 실천단은 군의회가 서서히 변화하는 모습에서 부패에 저항하는 작은 희망을 본다. 함양군의회 의원들이 2021년 의정활동에서 보다 나은 모습을 보이기를 기대한다. 함양시민연대와 함양군의정참여실천단은 함양군의회와 집행부가 자신들의 역할과 책임에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열심히 그리고 꾸준하게 모니터링을 진행할 것이다.

/글·사진: 정수천 함양군의정참여실천단 사무국장

서부경남신문  newsnuri@hanmail.net

<저작권자 © 서부경남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서부경남신문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