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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적 투혼으로 자유로운 영혼을 사로잡은 지휘자이건형 거창예총 회장

25년간 대구시향에서 연주하다
고향 거창에서 왕성한 음악활동
하루 3시간은 꾸준히 음악연습

거창윈드오케스트라단 등 창단
후배들 진로와 새로운 꿈 위해
올해 상임지휘자 내려놓을 계획

예술 앞에서 언제나 당당한 삶
음악은 나에게 삶이자 생명
운율이 흐르는 도시 만들고 싶어

이건형 거창예총 회장은 대구시립교향악단 출신으로 거창윈드오케스트라를 창단하는 등 음악의 대중화를 위해 음악기초이론 수업을 9년간 진행하는 등 혼신의 힘을 쏟고 있다. 그의 좌우명은 ‘단 한명의 청중 앞에서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으로 “거창 구석구석 어디를 가나 음악이 흐르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음악으로 거창을 바꾸는 사람. 지난해 3월 거창예총 회장에 당선된 이건형(63) 전 한국음악협회 거창지부장은 오로지 음악 하나로 살아온 사람이다. 같은 곡도 지휘자가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듯 이 회장이 취임하면서 거창의 예술이 서로 존중하고 협력하면서 빛이 나고 있다.

이 회장은 1988년부터 25년간 대구시립교향악단에서 연주활동을 해왔다. 대구시향은 2년마다 오디션을 거쳐 재임용되기 때문에 그의 25년은 수많은 검증과정을 통과해 인정받은 시간들이다.

그는 1997년 대구트롬본앙상블을 만들어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8명이던 단원을 20명까지 늘리며 새로운 곡 위촉, 여러 장르의 곡들을 재편곡해 트롬본 연주 레퍼토리를 넓혔다. 여름캠프를 통해 국내외 저명강사를 초정하는 등 트롬본 인구의 저변확대에 힘써왔다.

이 회장은 퇴임을 준비하며 거창으로 내려와 관악 연주자들을 모아 2012년 3월 거창윈드오케스트라를 창단했다. 중·고등학교 밴드 출신, 대학 전공자 등 45명의 멤버를 단원으로 모았다. 그는 거창원드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를 맡고 있다. 2014년에는 한국음악협회 공로상도 수상했다.

그의 이런 열정과 노력, 예술혼은 감동받은 거창예술인들은 고향에 온지 10년도 안된 그를 거창예총 회장으로 뽑았다. 거창예총은 전시파트(문인·미술·사진)와 공연파트(국악·연극·연예인·음악)에 7개 회원단체가 있다. 각 장르마다 예술인 층이 두텁고, 거창은 문화예술지수 또한 높은 편이다.

이 회장은 거창예총에 대해 “7개 회원 단체의 발전이 우선적이다. 서로 잘 협조해서 돕고 각 협회의 입장을 존중하겠다. 또 예총의 전문예술인과 생활예술인과의 상생에도 힘쓰겠다. 타 시군부와의 교류도 활발하게 할 것이고, 콜라보레이션(협업) 무대로 통일성과 다양성을 이끌어내겠다”고 말했다.

이건형 거창예총 회장은 거창윈드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상임지휘자이기도 하다.

이 회장은 거창예총 회장이면서 거창원드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로 열정이 남다르다. 특히 올해는 거창원드오케스트라가 창단된 지 10년째라 각오도 대단하다. 사실 오케스트라를 창단하기까지는 힘든 과정이 많았다. 인적자원, 연습실, 타악기, 특수악기를 갖추지 못한 상태로 출발해 2000만원 정도 악기를 외상으로 구입한 것이다. 이 금액을 갚는 데만 해도 4년이 걸렸다.

지금은 연습실, 악기 등을 완벽하게 갖추었지만 군 단위에서 오케스트라 운영이 쉽지가 않은 것을 여전히 피부로 절감하고 있다. 더구나 정기적인 공연과 연습을 하는 곳은 흔치 않다. 이런 사정이다 보니 이 회장은 “예술가들과 음악인들이 모여 공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언젠가는 거창군에서 운영하는 게 맞다”고 밝혔다.

이 회장에게 거창윈드오케스트라의 성공 이유에 대해 물었다. 그는 첫째가 교육이다. 오케스트라는 여러 악기의 균형적인 배치가 요구되는데 지역여건상 아카데미를 통해 기량을 높이고 영입하는 식으로 했다. 장기적으로 배우게 했고, 일류강사를 초빙했다. 둘째는 소그룹 운영이다. 각 파트별 앙상블(금관·색소폰·클라리넷)을 하도록 했고, 그것이 오케스트라 발전에 도움이 되었다. 셋째는 지원금 유치에 있다. 매 행사마다 군보조금, 경남메세나협회 지원금, 거창농협중앙회, 수자원공사 합천지사, 개인 업체의 협찬금이 오케스트라를 유지하는데 큰 힘이 됐다고 했다.

여기에 미국에 거주하는 김성규 후배의 동참은 단원들에게도 귀감이 되었다. 후배는 정기연주회마다 귀국해 함께 연주했고, 협찬금도 많이 기부했는데 이 회장이 갚지 못할 만큼 큰 액수였다. 이런 열정과 예술인들의 헌신이 모여 거창윈드오케스트라가 올해로 10년을 맞게 된 것이다.

이 회장은 “오케스트라는 음악 단체로서 맨 꼭지점에 있는 완벽한 그룹”이라며 “단원들이 음악을 충분히 느끼고 즐기기를 바란다. 그러나 무대에 서는 순간부터는 청중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 음악을 듣는 사람이 주가 되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회장은 올해 정기연주회를 끝으로 거창윈드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 직분을 내려놓을 계획이다.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주고 싶기도 있고, 또 이젠 체계를 갖추었으니 다른 일을 찾고자 하는 생각도 들어서다.

이 회장에게 생각해 둔 후임자가 있는지 질문했다. 그는 거창청소년관악단의 지휘자이고, 거창윈드오케스트라 김채동 부지휘자를 후임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김채동 부지휘자는 제자이면서 고등학교·대학교 후배이기도 하다. 음악 전공자로 거창초등학교 관악단, 참사랑교회 성가대, 거창공업고등학교 윈드오케스트라를 맡은 경험이 있어 적격이라고 본 것이다.

사회에서도 마찬가지지만 지휘자의 역할은 상당히 중요하다. 이 회장은 “지휘자가 갖추어야 할 덕목으로 단원들 보다 월등한 음악적 지식과 감각이 있어야 한다. 단원들과 음악적 타협은 있을 수 없으며, 음악은 토론이 아니고 지휘자의 지시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회장은 단원들과의 유대관계도 중요하고, 성향을 잘 파악하는 것이 성공의 핵심이라고 꼽았다. 사실 군 단위의 민간단체 지휘자는 실력과 통솔력뿐만 아니라 기획력·행정력도 갖추어야 한다. 사업신청·사업진행·정산을 하는데 있어서도 훤히 꿰뚫고 있어야 한다. 단체 살림살이도 신경 쓸 부분이다. 정기연주회 때 협찬금 받는 것도 지휘자의 몫이고, 단원들의 불평불만도 받아들이고 참아야 하는 것이 지휘자의 숙명인 것이다.

이 회장은 음악의 대중화를 위해 음악기초이론 수업을 9년째 무료로 진행하고 있다. 재능이 풍부한 생활음악가들은 음악의 기본지식은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소신이다. 그는 “최소한 악보는 읽을 줄 알아야 한다. 말은 할 줄 아는데 글을 읽지 못한다면, 100미터 달리기를 제자리 뛰기를 하는 것과 같은 셈”이라며 “6개월만 공부하면 싹 해결된다”고 웃었다.

이건형 거창예총 회장의 공연모습.

이 회장의 개인적 목표 가운데 하나는 올해 거창색소폰오케스트라 창단이다. 색소폰은 원래 클래식용으로 만들어졌고, 20세기 프랑스를 중심으로 인상주의 음악가들이 오케스트라를 위해 색소폰을 도입했다. 그 악기가 미국으로 건너가서 재즈나 팝(POP)에 사용되면서 지금의 대중음악 속으로 들어온 것이다. 수많은 악기 중에 색소폰이 앙상블에 가장 용이하다. 이 회장은 거창윈드오케스트라 산하단체에 색소폰앙상블을 크게 확장할 계획으로, 오는 3월쯤 인원모집을 할 예정이다.

이 회장은 여가생활 대부분을 음악감상과 연습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는 기타, 가요, 팝송, 색소폰, 트롬본 등을 연습한다. 그에게 트롬본을 10년 전에 관두지 않았냐며 짓궂게 물어봤다. 이 회장은 호탕하게 웃으며 “46년 전에 시작한 악기가 트롬본이다. 정말 매력적이고 평생 놓지 못할 것이다. 협주곡 보다는 베사메무쵸(Besame Musho), 그 겨울의 찻집 등을 연습한다”고 털어놨다. 그는 지금도 하루 2시간은 음악감상, 3시간은 꾸준히 연습을 반복하고 있다. 연습을 해야 만이 감각이 녹슬지 않고 유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음악을 하면 좋은 점에 대해 “음악이란 즐겁고 아름다움을 전제로 한다. 우리가 늘 음악 속에 살고 있는데 대부분 못 느끼고 살뿐이다. 공원을 가도, 마트를 가도, 드라마 속에 흘러나오는 음악이 가슴을 따뜻하게 해준다”고 했다.

이 회장의 좌우명은 ‘단 한명의 청중 앞에서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 그는 “거창은 다른 인근 지역보다 예술인이 월등히 많은 지역인 만큼 군민들에게 수준 높은 예술 활동을 선보이는 것이 예총의 역할”이라며 “거창 구석구석 어디를 가나 음악이 흐르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음악 앞에서 당당한 삶. 예술적 투혼으로 자유로운 영혼을 사로잡은 한 남자. 긍정적이며 현실에 만족하지 않고 내일로 나아가는 사람. 그가 바로 이건형이었다.

이영철 기자  achimstor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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