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문제점도 복원시키는 힘
자정능력, 항상성 농촌에 있다
국토균형발전 위한 절호의 기회

장원 농촌유토피아연구소 소장.

유토피아(Utopia)는 ‘어디에도 없는 곳’이란 뜻이니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 그러나 유토피아(有土彼我)는 가능하다. ‘너와 내게 흙이 있다’ ‘너와 내게 자연이 있다’ 이렇게 해석한다면 말이다. 농촌에는 흙과 자연이 있으므로 유토피아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반면에 현대 도시들은 디스토피아(Distopia)나 실낙원(失樂園)에 가깝다. 경제, 사회, 문화, 환경, 방역 등 거의 모든 분야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 물론 농촌도 문제 많기로는 다를 바 없다. 도시가 실낙원이라면 농촌은 실지역(失地域) 수준이니까.

그런데 농촌에서 유토피아가 가능할까? 가능하다. 유토피아(有土彼我)는 기본적으로 자급자족 생태계에 기반하기 때문이다. 또 환경오염을 비롯해 무슨 문제가 생기더라도 복원시키는 힘, 즉 자정 능력이나 항상성이 농촌에는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것만으로는 농촌이 유토피아가 될 수 없다. 무엇보다 사람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 사람들이 일하고 잠자고 놀고 치료받을 곳이 있어야 한다. 이런 일들은 대체 누가 해야 할까. 중앙정부, 지방정부. 아니다.

지난 반세기 동안 정부가 제 역할을 했더라면 우리나라 농산어촌이 이 모양이 되었을까.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그 엄청난 ‘농산어촌 살리기’ 예산은 누가 다 먹었을까. 그러므로 농촌 유토피아 만들기는 정부 정책과 예산에 의존하기보다 지역주민 스스로가 먼저 시작하는 것이 맞는다.

바야흐로 농촌이 유토피아가 될 기회가 왔다. 진정한 의미에서 국토 균형발전이 가능한 절호의 기회가 왔다. 갈수록 힘들어지는 도시적 삶의 대안이 바로 농촌에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해야 하나. 농촌에 혁신도시 만들기, 농촌에 대기업 내려 보내기, 그야말로 국비를 쏟아 붓는 화수분식 농산어촌 개발사업? 아니다. 다 아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우선 민의를 모으는 일부터 해야 한다. 상향식으로, 리빙랩(Living Lab) 식으로 정책과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그리고 지역주민 스스로가 의지를 보이는 곳부터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 살 의지가 없는 환자를 살려낸다는 것은 정말 힘든 일 아닌가.

이를 위해서는 농산어촌의 역량 강화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작금의 소위 ‘역량 강화’ 사업은 ‘역량 약화’ 사업과 다름없다. 현실성도 없고 지역 특성도 고려하지 않는 천편일률적 사업은 이제 그만둬야 한다.

다행히 농산어촌을 유토피아로 만들기 위한 민간 차원의 움직임이 전국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정부 일각에서도 경제인문사회연구회를 필두로 농산어촌을 유토피아로 만들기 위해 꽤 의미 있는 시도를 하고 있다. 아직은 시작 단계지만 함양 서하면 같은 성공 사례도 만들어지고 있다. 차제에 우리 농촌을 ‘어디에도 있는 곳’ 유토피아(有土彼我)로 만들어보자.

서부경남신문  newsnur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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