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찬수 안의향교 유교아카데미 강사.

지난해 안의향교(전교 신왕용, 유도회장 김경두)는 임원진과 함께 교육목적과 내용, 예산 등을 숙의하여 실시한 유교아카데미와 청소년인성교육에 대해 성균관유교문화 활성화사업단의 심사에서 손진우 성균관 관장으로부터 영예의 최우수기관 표창장을 받았다. 이는 성현의 가르침을 선양함으로써 사문(斯文)진작과 지역문화 창달과 대중화에 기여한 공을 높이 평가한 것이다.

우리사회가 지금보다 건강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누구나 자신의 견해와 주장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문제의 핵심은 ‘나의 삶의 자세’에 있다. 우리 스스로 자신을 되돌아보고 반성하고 고치고 바로잡는 만큼 우리사회가 좋아질 수 있다는 소박한 생각이다. 그 모든 것은 자신에게 달려있다는 믿음이다.

그래서 먼저 교과목으로 등장한 것이 ‘우리는 왜 유교경전을 읽어야 하는가?’였다. 여기에는 인간의 본질적인 문제에 대한 해답과 바람직한 삶의 자세가 있기 때문이다. 역사상 그러한 자세로 실천하고 생활한 훌륭한 분들이 있다. 때문에 지역사회와 관련이 있는 목민관 김종직 선생, 박지원 선생의 애민사상과 선비정신, 그리고 지역사회가 가지고 있는 문화적 가치와 역사성, 애향심, 공동체의식 등을 일깨우는 데에 중점을 두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정유재란 시의 ‘황석산 전투’에 임한 지도자들의 삶의 자세와 정신이다. 아직도 제대로 역사의 평가를 받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우리부터 먼저 그 정신을 배우고 본받아야 할 최고의 가치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흔히 공(公)은 먼저, 사(私)는 나중에(先公後私). 이익만 따지면 의를 해친다(計利害義), 이익을 보면 의를 생각한다(見利思義), 국가(공동체)가 위태로우면 목숨을 바친다(見危授命), 생을 버리고 의를 취한다(捨生取義) 등 지식인들은 자신의 철학과 이상을 즐겨 이야기한다. 그러나 그 철학과 학문이 관념적인 데에 그치고 행동으로 실천되지 않는 다면 그건 죽은 이상, 죽은 철학에 불과하다.

그 사례가 조선조의 성리학이 너무 공리공론에 치우쳐 행동과 실천이 요구되는 경세제민(經世濟民), 국가의 힘을 기르는 데에는 소홀하여 그 결말이 어떻게 되었으며 얼마나 많은 백성들이 비극적인 삶을 살았는가는 상상을 초월한다. 조선왕조가 망한 것은 양반 귀족들은 스스로 할 일은 하지 않고 아래 사람에게 시키기만 하고 놀고먹으며 족보자랑, 양반자랑으로 망했다고 평하기도 한다.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남명 조식 선생은 이러한 공리공론을 배격하고 실천을 강조했다. 그 제자들은 스승의 정신을 몸에 익혀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 재산과 목숨을 내어놓고 창의(倡義)하여 나라를 구하는 데에 앞장섰다. 황석산 전투에서 ‘사생취의(捨生取義)’를 몸소 실천한 조종도 함양군수, 곽준 안의현감 역시 남명의 제자요 문인이다. 함양의 역사상 누구보다도 나라를 위하고 우리고장을 위해 가장 높은 차원의 희생을 하신 분들이 아닌가? 당연히 ‘함양역사 인물공원’에 모셔야 하지 않을까?

이러한 가치 있는 삶의 출발점이자 종착점은 수신에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국가를 다스림에 있어 덕 있는 사람, 능력 있는 사람을 중시하고 아래 사람을 자신의 몸같이 살핌은 그 근본이다. 유학에서 수신은 속세를 떠난 심산계곡이나 사찰에서 하는 것이 아니다. 수도 장소는 바로 가정이다. 그리고 부모에 대한 효도다. 효도는 부모의 은혜에 대한 보답은 물론 그보다 중요한 것은 인간다운 인간이 되는 출발점이다.

이를 확대한 이웃, 직장, 사회, 친구와의 만남 등 삶의 장소가 바로 수신하는 도장으로도 삼아야 한다는 것이 유학의 가르침이다. 따라서 교육은 생활 속에서 직접 몸으로 익히고 실천하게 해야 하고 일상적인 삶과 분리되어서는 안 된다. ‘생활 즉 교육(生活卽敎育)’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안의향교에서 실시한 교육이 이럼 점에 중점을 두었기에 좋은 평가를 받은 것이 아닐까 사료된다. 안의향교는 앞으로 이러한 점은 강조하면서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사회교육기관으로서 모범(example)이 되도록 새로운 정체성(identity) 확립에 진력 할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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