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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냉면이 먹고 싶다이경재

통일 냉면이 먹고 싶다
지리산 고령토
투박하게 빚은 뚝배기에
한라산 백록 백두산 천지
맑은 물을 길어다
봉평장 메밀 갈아 꾹꾹
면발 뽑아 낸
통일 냉면이 먹고 싶다
거창 누렁소 등심 몇 점 버물고
청송 땡초 송송 썰어 다진 양념과
최루탄 지랄탄보다 더 매운
개성 겨자 살짝 곁들인
통일 냉면이 먹고 싶다
꼬꼬댁 꼭꼭 힘차게 탄생한
뽀송뽀송한 토종 계란 고명 내고
두만강 거슬러오른 삼지연 얼음을 잰
통일 냉면이 먹고 싶다
만수대 부벽루 혹은
촉석루 영남루에 올라
입가에는 개운한 맛 썬하게 다셔가며
헤어져 살아온 이야기
시베리아로 만주벌판으로
달려갈 이야기
냉면가락처럼 버물고
가슴까지 쩡하게 식혀 낼 육수같이
푸른 한강 대동강 바라보며
오늘따라 유독
통일 냉면이 먹고 싶다
오늘부터 다시 더워 진다네요
점심, 통일을 생각하며
냉면 한 그릇 하이소.

거창의 민족예술인이었던 이경재 시인이 통일 냉면을 먹어보지 못하고 3월 1일 귀천했다. 시인으로 작가로 농부로 살면서 시대의 불의와 맞섰던 올곧은 문인이었다. 지인들의 아쉬움처럼 “거창을 글로 맛깔나게 풀어냈고, 부드러움과 꼿꼿함이 혼재하며 어떤 날카로움도 스스로 힘을 잃게 하는 따뜻하고 강철같은 사람”이었다. 1990년 임수경 통일문학상과 1992년 청년통일문학상 수상을 발판으로 시인이 된 이후 따스한 동화와 함께 거창을 글로 담아냈다. 비록 그는 떠났지만 그의 글과 정신은 길이길이 남을 것이다. <우민>

서부경남신문  newsnur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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