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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 가는 것들
박종득 시인, 소나무5길문학회 회장.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더니 가기 싫은 겨울과 와야만 하는 봄이 한바탕 씨름을 한다. 여름 폭풍이 무색할 정도로 휘몰아치는 바람 덕분에 겨울의 판정승이다. 해마다 치르는 계절의 몸살이다.

우리의 삶 주변에는 많은 것들이 소리 소문 없이 사라져 가고 있다. 어릴 적 함께 뛰놀던 이웃집 순이와 학교 친구들과 선생님도 기억 저편으로 떠난 지 오래다. 정월대보름날 보름달이 뜨기를 기다려 옥수 한 그릇, 소지 한 장 올리며 아이들과 가족의 건강을 빌던 젊은 나는 어디로 갔을까. 그 시절 내 나이보다 훨씬 많아져 버린 아이들이 또 다른 아이를 낳아 기르고 있다. 무탈하게 잘 자라준 것이 그저 고맙고 감사할 뿐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는 제사를 지내지 않으면 죽는 줄 알았다. 조상과 신벌을 받아 집안이 쑥대밭이 되는 것을 많이 보고 살았다. 언제부터인가 제사와 차례, 장례문화, 벌초와 시사 등 민족문화가 시들하고 너나 할 것 없이 모르는 척 외면하며 살고 있다. 가을걷이가 끝나는 시월상달이면 마을 어귀의 산자락엔 묘사라고 하는 시제를 지냈고 그럴 땐 동내 조무래기들이 몰려가 떡을 얻어 오기도 하던 것들도 어느새 사라졌다. 왜 이런 일이 생길까. 시대에 맞지 않고 귀찮고 하기 싫은 일들이기 때문이다. 제사를 지내지 않고 차례를 지내지 않아도 벌을 받거나 문제가 생기지 않으니 너도나도 얼씨구나 하고 제사와 차례를 슬그머니 놓쳐버렸다.

사라져 가는 것은 또 있다. 부모와 형제들이 같이 살기보다는 개나 고양이 같은 애완동물들과 함께 살고 있다. 이유와 까닭도 모르고 남들이 그렇게 하니 따라 하는 것일까. 혹 인간과 대화는 함께하기 힘들고 동물은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으니까 그런 것이 아닐까.

인간의 존엄 자체가 사라져가는 곳도 있다. 사회의 뒷면에 가려져 있다가 코로나로 인해 밝혀진 요양병원과 시설. 그곳엔 수십만의 우리 부모형제들이 용도폐기 되어 살아가고 있다. 굶기를 밥 먹듯 하며 허리띠를 졸라매고 자식들 공부시키고 일하여 오늘의 반듯한 나라를 만들어 놓은 위대한 분들이다.

그들이 왜 저렇게 설움과 분노 속에서 한을 품고 죽을 날만 기다리며 살아야 할까. 동방예의지국이라 자랑하던 대한민국에서 일어나는 현대판 고려장, 가고 싶다고 가고, 가기 싫다고 안 가는 것이 아니다. 당신의 생각과 바람은 완전히 무시되는 현실을 그대들은 아는가. 당신은 비켜 갈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라. 바르게 살지 않으면 누구나가 다 가야 할 곳이고 길이다.

코로나 이후의 세상은 생각지도 못한 엄청나 것들이 기다리고 있다. 정신 차리지 않으면 살아남기조차 버거울 것이다. 하기야 자신도 살아남기 힘든 이 상황에서 누가 이들을 안타까워하고 챙길까마는 아직은 살만한 사람들부터 자신을 바르게 바꿀 깊은 생각과 성찰과 결정이 필요하다.

자신에게 물어보라. 역사 위에 나는 어떤 그루터기를 남기고 갈 것인가. 그 누구든 그 무엇이든 절대 탓하지 마라. 탓한 만큼 자신이 어려워진다. 그리고 모든 문제는 나에게 있고 세상은 내가 주인이다. 내가 만들어가야 한다. 사라지고 잊혀진 것들을 모아 놓고 한없이 바라본다. 왜 이렇게 되어 갈까. 우리들의 내일은 어떻게 펼쳐져 갈 것인가.

현자 말을 빌리면 2025년 가을에 평화통일이 된다고 한다. 통일되면 무엇을 할 것인가. 새로운 아이템이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앞으로 대한민국엔 개인과 집단이기주의는 사라질 것이다. 우리는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 이제 때가 되었다. 저마다의 소질을 발휘할 때 말이다. 사라진 자리에 꽃을 피우자. 대한민국의 꽃을.

서부경남신문  newsnur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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