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3일 무주산골영화제 개막
2주에 걸쳐 7일간 주말에 열려

총 25개국 95편의 영화들 상영
명작영화 볼 수 있는 좋은 기회

덕유산국립공원 대집회장에서는
감성과 홍콩 대표영화 위주상영

올해로 9회째를 맞는 무주산골영화제가 ‘영화야! 소풍갈래’ 라는 주제로 6월 3일 개막한다. 코로나로 인해 관객들이 안전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행사기간을 6월 첫째 주(3~6일)와 둘째 주(11~13일)로 늘렸다. 총 2주에 걸쳐 7일간 열리는 영화제는 장건재 감독이 공동연출을 맡은 최신작 ‘달이 지는 밤’을 개막작으로 선정했다. <사진: 무주산골영화제>

거창에 국제연극제가 있다면 덕유산 자락을 끼고 있는 이웃 무주에는 산골영화제가 있다. 지난 2013년 시작된 무주산골영화제는 올해 9회째를 맞이한다. 길지 않은 역사지만 무주가 내세우는 반딧불 축제와 견줄 수 있을 만큼 꽤 인기 있는 행사로 자리매김했다.

성장의 원동력은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문화예술의 기조가 존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제 준비는 전적으로 영화인들이 담당하고 행정관청은 지원만 담당하면서 빠른 시간 동안 급성장했다.

‘영화야! 소풍갈래?를 영화제의 콘셉트로 설정하면서, 해마다 전국에서 찾아오는 관객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설렘’ 가득한 영화, 소풍길을 따라 깊은 ‘울림’을 발견하는 ‘어울림’의 영화제가 지향점이다.

무주산골영화제의 특징은 예전 개봉을 했던 영화나 최근에 만들어진 영화들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관객이 몰리는 이유 중의 하나다. 좋은 영화라고 알려졌으나, 미처 관람하지 못한 관객에게는 소중한 기회다.

올해 무주산골영화제는 6월 3일 개막한다. 코로나19로 인해 대부분의 문화예술 행사들이 주춤거리지만 정상적으로 개최되는 것이다. 대신 관객들이 안전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행사 기간을 6월 첫째 주(3~6일)와 둘째 주(11~13일)로 늘렸다. 총 2주에 걸쳐, 7일간 열리게 된다. 자연 친화적이고 야외 프로그램에 특화된 무주산골영화제 장점을 최대한 살려 관객들을 오프라인으로 만나되 일정을 분산시켜 관객의 밀집도를 최소화하기 위함이다.

제9회 무주산골영화제에서는 총 29개국 95편의 영화를 만나볼 수 있다. 먼저 매년 고전영화와 동시대 음악의 창조적 결합을 통한 개막작을 선보였던 무주산골영화제가 올해는 <조제>의 김종관 감독과 <한여름의 판타지아>의 장건재 감독이 공동연출을 맡은 최신작 <달이 지는 밤>을 개막작으로 선정해 특별함을 더한다.

<달이 지는 밤>은 무주에서 무주군민들의 참여와 함께 완성한 영화로, 국내 개성 있는 감독들을 응원하고 지지하기 위해 시작한 ‘무주장편영화 제작프로젝트’의 첫 번째 결과물이어서 개막작 선정에 그 의미가 크다. 6월 3일 개막식에서는 특별히 <달이 지는 밤>의 음악감독인 모그와 이민휘 감독의 새로운 음악 연출로 라이브로 연주가 더해진 <달이 지는 밤>을 만날 수 있다.

영화가 상영되는 장소는 모두 5곳으로 무주산골영화관, 무주청소년수련관, 전통생활문화체험관과 등나무운동장, 덕유산국립공원 대집회장 등이다.

이 중 덕유산국립공원 대집회장의 경우는 거창에서 고제 빼재터널만 통과하면 바로 연결되는 곳이고, 무주산골영화관과 등나무운동장도 합천을 제외한 거창, 함양, 산청에서는 1시간 정도의 거리라는 점에서 접근성이 좋다. 하루 종일 상영이 이어지는 실내상영과 다르게 야외상영의 경우는 저녁에만 진행된다.

상영작들은 매우 화려한 수준이다.

<조제>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스파이의 아내> <자산어보> <레이니 데이 인 뉴욕> <더 파더> 등 최근 개봉했던 영화에, <모험가> <무대 뒤> 등 1920년대 만들어진 찰리 채플린의 무성영화, <아비정전> <중경삼림> <화양연화> 등 추억을 자극할 홍콩영화가 이어진다.

또 <사운드 오브 메탈> <셰이프 오브 뮤직: 알렉상드르 데스플라> <자메이카 소울: 이나 데 야드> 등 음악영화, <송해 1927>, <성적표의 김민영> 등 최근 국내 영화제에서 상영된 작품들까지 망라돼 있다.

거창과 가까운 덕유산국립공원 야영장에서는 <아비정전> <중경삼림> <화양연화> <해피투게더>, <패왕별희> 등 홍콩 대표영화들과 일본 이와이 순지 감독의 <러브레터> <라스트레터> 등 감성을 자극하는 영화들이 주로 상영된다.

영화제인 만큼 배우도 빠질 수 없다. 대표 프로그램인 ‘넥스트 액터’에 배우 안재홍이 선정되면서 출연작 중 <족구왕> <소공녀> <슬픈 씬> <울렁울렁 울렁대는 가슴 안고> 등의 작품들을 상영하고, 배우연구소 백은하 소장과 함께하는 야외에서 대화를 나누는 시간도 마련된다. 화면으로만 보던 배우들을 직접 마주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관객들이 편안하게 영화제를 즐기고 있다. <사진: 무주산골영화제>

매년 큰 호응을 얻고 있는 산골콘서트(공연·토크) 프로그램에도 전문성을 강화했다. 올해에는 대중음악계 전반의 새로운 흐름과 표준을 선도하는 레이블 ‘매직 스트로베리 사운드’와 협업, 더욱 풍성한 공연 라인업으로 관객들에게 초여름 자연 속 낭만을 선물한다.

여기에 작년에 신설되어 신선한 재미를 선사했던 배순탁 작가와 두 뮤지션이 함께하는 ‘뮤직 라이크 무주’ 프로그램과 배우들을 직접 만날 수 있는 토크 프로그램, 상영작 속 주인공들의 라이브 공연이 어우러진 특별 무대까지 다채로운 볼거리가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할 예정이다.

대도시권에 비해 다양한 영화의 접근성이 떨어지는 거창, 함양, 산청, 합천 등에서는 연인이나 가족들과 함께 소풍을 겸해 명작영화들을 두루 관람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나들이하기에 좋은 기회다.

코로나19 상황이 염려되기는 하지만 국내 영화제에서 관객 간 감염사례는 전혀 나오지 않고 있다. 그렇더라도 감염 예방을 위해 올해는 100% 사전 예약제를 도입했다. 정부 방역 지침을 준수한 적정 수량의 ‘무주산골영화제 1일 관람권’을 판매해 관람권 소지자에 한정해서 영화제 현장에 입장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가격은 1만원으로 당일 상영되는 모든 영화를 관람할 수 있다. 홈페이지(www.mjff.or.kr)에서 예약을 받는데, 인기가 좋은 영화제라 어느 정도의 경쟁은 거쳐야만 한다.

무주산골영화제 추천작

덕유산국립공원 야영장에서 영화를 즐기는 관객들. <사진: 무주산골영화제> ◇ 안재홍 배우의 영화 <족구왕> <소공녀> <울렁울렁 울렁대는 가슴안고> 응팔로 불리는 드라마 <응답하라 1988>로 대중에게 이름을 각인시킨 안재홍 배우는 독립영화 쪽에서 연기력이 좋아 꽤 이름이 알려진 배우다. TV에 등장해 인기가 상승했지만 꾸준히 안정된 연기를 펼치고 있다는 점에서 촉망받는 배우기도 하다. <족구왕>은 안재홍의 연기와 재미가 보장된 작품이다. 복학생 족구왕의 활약이 흥미롭게 펼쳐진다. <소공녀>는 배우 이솜이 중심이지만 안재홍의 등장이 반갑고, <울렁울렁 울렁대는 가슴안고>는 안재홍이 감독을 맡았고, 이솜이 출연하는 단편영화다. ◇ 장국영 양조위 장만옥 유덕화 유가령… 다시 보는 홍콩 스타 40대 이상 세대들에게 홍콩영화는 젊은 날의 추억이다. 액션과 멜로가 어우러진 홍콩영화에 열광하던 때가 있었기 때문이다. 장국영이나 양조위, 장만옥, 유덕화, 유가령 등은 마음에 품던 스타들이었다. 그 시대의 영화를 다시 보는 것만으로도 옛 기억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화양연화>에서 양조위와 장만옥의 멜로는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가슴 설레게 만든다. <아비정전>에서는 고 장국영이 러닝셔츠와 트렁크를 입고 맘보춤을 추는 장면이 인상 깊게 남는다. <중경삼림>은 “사랑에도 유통기한이 있다면 나의 사랑은 만년으로 하고 싶다”는 명대사가 20년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고, 흘러가는 인파 속 천천히 움직이는 인물을 담아낸 감각적 영상도 일품이다. 배우 금성무와 임청하, 양조위의 뛰어난 연기가 오래도록 잔상에 남는다. 시간이 흘렀어도 요즘 세대들도 감탄할 만큼 청년과 중년, 노년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영화다.

이영철 기자  achimstor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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