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판세 지방선거까지 연결
국민의힘 공천자가 다수 차지
민주당과 무소속 출마자 적어
변화하는 민심 잡는자가 유리

내년 6월 1일 실시되는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거창·함양·산청·합천 군수선거 출마예상자 현황. 오른쪽 사진은 천연기념물 324-3호인 솔부엉이로 “큰 눈으로 군민들을 돌보고, 군민들에게 행운과 복을 나눠준다는 의미”를 담았다. <그래픽: 서부경남신문>

내년 6월 전국동시지방선거가 1년 앞으로 다가왔다. 지역 정치권도 서서히 기지개를 켜고 있는 모양새다. 군수를 비롯해 도의원·군의원 출마자들이 잇따라 시동을 걸고 있다.

그중에서도 유권자들이 가장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지방선거의 꽃’이라 불리며 인사·예산권을 가지고 있는 군수 선거다. 2018년 자치단제창 선거에서는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의 공천을 받은 거창·산청·합천 후보자가 모두 당선됐고, 함양은 무소속 후보자가 뽑혔다.

권력이 집중되는 곳이다 보니 견제와 변화의 바람도 심하다. 국민의힘 공천자는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데 비해 민주당과 무소속은 2018년 지방선거보다는 하마평에 오르내리는 출마후보가 적은 편이다.

특히 이번 지방선거는 2022년 3월 9일 대통령 선거 석달 뒤인 6월 1일 실시하다보니 대선 판세가 지방선거까지 이어질 것으로 점쳐진다. 대선의 흐름은 각 정당의 공천자 결정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변화하는 민심을 누가 잡을지 예측불허다.

◇거창군수= 거창군수 선거에는 6명이 출마를 희망하고 있다. 현직군수에 전직군수 2명, 김태호 의원과 홍준표 의원의 최측근까지 한판 혈투를 준비 중이다. 경남에서 공천권 다툼이 가장 치열한 곳이기도 하다.

관심은 누가 공천을 받을지에 달려 있다. 구인모 현 군수와 이홍기 전 군수, 최기봉 김태호 의원 보좌관, 김기범 거창뉴딜정책연구소 소장이 공천을 두고 치열하게 다툴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가운데 1~2명은 공천에서 떨어질 경우 무소속 출마도 염두에 두고 있다.

국민의힘 후보 가운데 구인모 군수는 현직 프리미엄을 이점으로 군정의 연속성에 호소하며 한 표를 호소하고 있다. 4년 임기로는 사업에 마침표를 찍기에는 부족하다는 것. 이홍기 군수는 중도낙마에 대해 명예회복과 중장년층 지지에 기대를 걸고 있다. 최기봉 보좌관은 지난번 선거에서 구 군수와 공천을 두고 다툰 경험이 있어 절치부심 기회를 노리고 있다. 김기범 소장은 참신성과 변화를 무기로 선거판을 흔들 계획이다.

양동인 전 거창군수도 선거 출마가 확실시 되고 있다. 양 전 군수는 보궐선거에서만 무소속으로 2번 당선된 독특한 이력이 있다. 2018년에는 군수선거에는 불출마했으나 이번에는 시민사회단체의 도움을 바라고 있다. 다자구도로 흐를 경우 승기를 잡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박권범 전 경남도 보건복지국장은 2016년 4·13 재선거에서 새누리당 거창군수 후보로 출마했으나 536표 차이로 낙선한 경험이 있다. 마타도어로 피해를 본 만큼 이번에는 실패하지 않겠다는 복안으로 국민의힘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공천에 유리한 국면을 가져올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내부적으로 후보자를 찾고 있으나, 적합한 인물이 없을 경우 정책이 비슷한 무소속 후보를 도와줄 전망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아직 1년이 남은만큼 후보자 선정에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다.

◇함양군수= 함양군수 선거는 1995년 6월 실시된 제1회 전국동시지방선거부터 정당과 무소속 후보 양자대결로 확실히 나누어져 있다. 현재까지 무소속 출마자는 윤곽을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2018년 지방선거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된 서춘수 함양군수의 국민의힘 입당 여부가 변수다. 서 군수는 입당을 신청했지만 아직까지 경남도당에서 보류중이다. 공천을 희망하고 있으나, 여의치 않을 경우 무소속 출마를 강행하겠다는 의지다.

서 군수와 함께 국민의힘 공천에 가장 근접한 이는 진병영 전 경남도의원과 황태진 함양군의회 의장이다. 진 전 도의원은 2018년 지방선거에서 자유한국당 공천을 받았으나 429표 차이로 패했다. 근소한 차이로 낙선한 만큼 이번 선거에는 사력을 다한다는 방침이다.

황태진 함양군의회 의장은 2020년 4월 총선에서 무소속 김태호 후보를 돕기 위해 탈당했다가 지난 4월 복당했다. 군수 출마가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황 의장은 전반기 의장에 이어 후반기 의장을 맡으면서 3회나 군의회의장을 역임하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다.

김재웅 도의원은 지난 4월 치러진 경남도의회 함양군 보궐선거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되면서 극적으로 회생했다. 2018년 민주당 군수 공천에서 패하면서 정계은퇴도 생각했지만 마지막 순간에 군민들의 선택을 받았다. 김 도의원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재도전은 필수가 됐다. 상황에 따라 군수 도전의 발판도 마련한 것이다. 서춘수 군수와의 연대 가능성이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은 서필상 지역위원장과 이영재 군의원이 우열을 가릴 수 없을 정도로 호각을 다투고 있다. 서 위원장은 2018년, 2020년 선거에서 민주당 군수·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하며 인지도를 쌓았다. 하지만 이 의원 역시 도의원·군의원과 함양청년회의소 회장을 역임하면서 지역에서 마당발로 정평이 나 있다. 공천싸움에서 밀리지 않는다는 입장으로 임창호 전 함양군수의 표심도 기대하고 있다.

◇산청군수= 산청군은 현재 5명이 국민의힘 공천을 준비하며 산청군수 선거를 준비 중이다. 가장 큰 화두는 이재근 군수의 재출마 여부다. 이 군수는 2016년 당선, 2010년 재선을 거쳐 2014년엔 본인 스스로 물러났다. 이후 2018년 지방선거에 자유한국당 공천을 받아 3선 군수가 됐다. 이번에 출마하게 되면 4선에 도전하게 되는 셈이다.

이재근 군수의 가장 큰 치적은 동의보감촌이다. 이 군수가 집중한 동의보감촌은 경남을 넘어 전국적으로 유명한 관광지로 이름을 날리며, 연간 수십만명의 관광객들이 찾아오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 군수의 치적이 오히려 독이 되어 돌아왔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지속적으로 예산이 투입되면서 다른 사업에는 소홀할 수밖에 없었다는 목소리가 수년째 나오고 있다. 산청군은 2013년에 이어 2023년 제2회 산청세계전통의약항노화엑스포를 준비하고 있다.

이승화 전 산청군의회 의장은 설욕을 위해 몸을 풀고 있다. 2018년 산청군수 선거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해 26.4%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인지도를 끌어올렸다. 당시 허기도 현직 군수가 민주당으로 출마하면서 4파전 끝에 나온 득표율이라 도의원·군의원을 역임한 그의 이력을 증명했다. 지난 총선에서 무소속 김태호 후보를 도왔으며, 현재 산청군체육회장을 맡고 있다.

고위 공직자 출신으로는 송병권 전 진주부시장과 박우식 전 함안부군수가 선거를 준비 중이다. 송 전 부시장은 자유한국당 여의도연구원 정책자문위원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르네상스 연구원장을 맡고 있다. 박 전 부군수는 박우범 산청도의원의 사촌형으로 경남개발공사 상임이사, 민간기업체 사장을 지내다 지난해 말 퇴직하고, 올해 산청군으로 귀향했다.

2018년 산청군수 선거에서 이재근 군수, 송병권 전 부시장과 당내 경선을 치렀던 노용수 전 산청군의원도 이재근 군수가 4선에 도전하게 되면 출마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산청군은 더불어민주당과 무소속으로 출마할 마땅한 후보는 보이지 않고 있다.

◇합천군수= 합천군수 선거는 문준희 군수의 정치자금법 위반 여부가 최대 쟁점이다. 검찰은 지난달 13일 창원지방법원 거창지원 제1형사부(신종환·정지원·강영선)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벌금 500만원과 추징금 1000만원을 구형했다. 문 군수에 대한 1심 선거공판은 6월 10일 열린다. 1심 선고 결과에 따라 출마자들의 윤곽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된 김윤철 도의원은 지난 4월 30일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김 의원은 21대 총선 당시 무소속 김태호 후보 캠프에서 합천지역을 총괄하며 적극적으로 도왔다. 입당은 공천경쟁의 신호탄이다.

무소속으로 출마했던 윤정호 후보는 젊음과 참신성을 내세워 국민의힘 공천경쟁에 뛰어들 태세다. 지역정서상 공천이 당선에 가까운 만큼 예선전에 전력을 쏟아 부을 계획이다.

합천군 공직사회는 특이하게도 공무원 출신 군수를 바라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합천군 기획감사실장을 역임하며 2010년부터 8년간 합천군수를 지낸 하창환 군수시절 행정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는 부분으로 명확히 장·단점을 지니고 있다.

문준희 군수가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1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을 경우 정인용 전 합천군 기획감사실장과 조수일 전 합천군 기획예산실장이 본격적인 선거운동에 돌입할 태세다. 공직사회는 환영하는 분위기지만, 일반 유권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관건이다. 선거운동 과정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경남도체육회 사무처장을 지낸 지현철 전 양산부시장의 이름도 오르내린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박경호 합천군협의회 회장의 출마가 유력하다. 박 회장은 지역현안인 ‘일해공원’ 명칭 변경을 주도하고 있다.

이영철 기자  achimstor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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