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버 지망생 ‘소연’역 출연
가장 많은 아이디어 제공
10대 캐릭터 연구에 매진

감독은 여운 있는 작품 택해
공포를 만든 원인을 찾아
피해를 입은 사람들 위로

최리.

거창의 딸 최리가 출연하는 영화 <여고괴담 여섯 번째 이야기: 모교>가 지난 17일 개봉하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여고괴담>은 1998년에 첫 선을 보이며 신선한 소재와 이야기로 한국 공포영화 장르에 한 획을 그은 시리즈 영화다.

신인 배우들의 등용문과 감독의 발견작이라는 칭호를 얻으며 명실공히 그 브랜드화를 공고히 했다. 20년 동안 다섯번째 이야기까지 선보이며 국내 유일무이 한 공포영화 시리즈가 된 <여고괴담>이 6번째 이야기로 새롭게 돌아온 것이다.

모교에 교감으로 부임한 은희는 예전 기억이 잘 떠오르지 않는다. 대신 알 수 없는 환영과 환청에 시달리기 시작하며 정신과 치료를 받기에 이른다.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문제아로 내몰린 ‘하영(김현수)’은 홀리듯 들어간 학교의 폐쇄된 화장실에서 귀신 소리를 듣게 되고 그 곳에서 같은 아픔을 가진 ‘은희(김서형)’와 마주친다.

두 사람은 학교에서 벌어지는 기이한 일들이 화장실에 있는 존재와 연관됐음을 알게 되고, 곧 죽음의 공포와 마주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잊혀진 기억 속에 감춰진 충격적인 진실이 밝혀진다.

공포물의 대명사답게 순간순간 섬뜩한 장면이 이어진다. 학교는 대체적으로 어둡거나 회색빛으로 묘사된다. 시리즈의 첫 탄생을 알린 <여고괴담1>과 맞닿아 있는 부분도 있어 그 의미가 남다르다. 관객들에게 첫 선을 보인지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많이 회자가 되고 있는 <여고괴담1>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면서 다시 ‘모교’로 돌아온다는 이야기 구조가 바로 그것이다.

기억을 잃은 채 모교로 돌아온 교감 선생님 ‘은희’가 학교의 비밀을 알고 있는 학생 ‘하영’과 함께 특정한 장소에 얽힌 끔찍한 진실을 알게 되며 기이한 일을 겪는 이야기를 담은 <여고괴담 여섯번째 이야기: 모교>는 ‘누군가에게는 지옥이었을 그곳’이라는 영화의 일관된 분위기를 제대로 살렸다.

영화 ‘모교’ 시사회. 사진 왼쪽부터 배우 김서형·김현수, 이미영 감독, 배우 최리와 김형서. <사진: ktn>

‘모교’라는 타이틀만큼 많은 이들에게 추억과 함께 더욱 사실적인 공포를 선사한다. <여고괴담> 시리즈 특유의 ‘학교괴담’을 활용해 대중들에게 친근하게 접근하면서 지속적으로 사회 문제가 되고 있는 다양한 이슈들을 극적으로 담아 단순한 스토리를 넘어 보다 사실적이고 공감가능한 무서움을 안겨주는 것이다.

여기에 카리스마 있는 연기로 대중들을 압도하는 김서형, 신선한 얼굴로 영화의 스토리를 더욱 리드미컬하게 끌어가는 김현수, 최리, 김형서 등이 최고의 호흡으로 생생한 공포를 스크린 위에 살려내고 있다.

한국 공포영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던 <여고괴담> 시리즈는 매 작품마다 학교를 무대로 신선한 소재와 사회에 화두를 던지는 메시지, 그리고 혁신적인 촬영 기법을 선보였다. 또한 1편의 최강희, 2편의 김규리, 박예진, 공효진, 3편의 박한별, 송지효, 4편의 김옥빈, 서지혜, 5편의 오연서 등 스타 등용문이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을 정도로 많은 배우들을 배출해 냈다.

학교 안에서 벌어지는 끔찍한 사건과 잃어버린 기억의 실체를 마주하게 되면서 서서히 조여오는 공포를 밀도 있는 서사와 강렬한 서스펜스로 그려낸 <여고괴담 여섯번째 이야기: 모교>에서는 최근 드라마 <마인>과 <펜트하우스>를 통해 폭발적인 열연을 선보이고 있는 김서형과 김현수가 만났다.

기억을 잃은 채 모교에 교감으로 부임하게 된 ‘은희’ 역의 김서형은 시나리오를 받은 지 3일만에 출연을 결정했는데, 이미영 감독은 “눈은 슬프고 목소리는 처연하고, 김서형이 완성한 ‘은희’라는 인물은 나에게 선물이었다”고 말했다.

학교가 감추려는 비밀을 알고 있는 ‘하영’ 역의 김현수는 제작진에게 있어 오디션에 찾아온 뜻밖의 배우였다. 이미영 감독은 “제겐 너무 스타였다. 하지만 저 배우가 해야 김서형이라는 배우와 맞상대가 되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더라”라며 캐스팅 뒷이야기를 전하기도 했다. 폭발적인 에너지를 뿜어낸 김서형, 김현수의 호러 케미는 한시도 긴장을 놓을 수 없는 극강의 공포를 선사할 것이다.

스타 등용문으로 불리는 <여고괴담> 시리즈라는 점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는 배우들의 면면 역시 만만치 않다. 가장 주목되는 조연이 발랄한 유튜버 지망생 ‘소연’ 역을 맡은 변신을 거듭하는 거창의 딸 배우 최리다. 톡톡 튀는 에너지와 연기에 대한 뜨거운 열정으로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특히 최리는 자신의 실제 나이와 차이가 있는 10대를 연기하기 위해 캐릭터 연구에 매진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현장에서 대사가 매일 바뀌는 상황에서도 무리 없이 소화해냈고, 이미영 감독에게 고등학생들의 행동과 언어에 관해 가장 많은 아이디어를 제공한 배우라고 제작사 측은 밝혔다.

<여고괴담 여섯 번째 이야기: 모교>는 현재 학교에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이슈들을 담고 있다. 이미영 감독은 “만약 내가 <여고괴담>을 연출하게 된다면이라는 전제하에 아이템을 생각해보다 문득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본 이야기가 떠올랐다”며 “그 프로그램에 나온 충격적인 사건이 강력한 모티브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영화 속 ‘은희’와 ‘하영’의 이야기는 실제로 일어났던 일이자, 어쩌면 앞으로도 일어날 수 있는, 지금도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면서 “인간의 본성은 이기심이 아닌 이타심이라는 주제를 담고자 했다”고 밝혔다.

영화의 시작점으로 떠올린 ‘은희’와 ‘하영’, 그리고 또 다른 각각의 인물들이 가진 사연을 통해 이타심을 가진 인간이 스스로의 행동과 희생으로 자신의 상처와 다른 이들의 상처를 보듬어가는 과정을 세심하게 담아낸 것이다.

감독은 단순히 오락적으로 즐기고 끝나는 일회성 공포영화가 아닌 보는 이들에게 위로를 전하고, 또 위로받을 수 있는 긴 여운을 가진 작품을 택하고 있다. 공포를 불러일으키게 만든 원인을 찾아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위로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입시 비리를 비롯해 현재 학교에서도 지속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사회 이슈부터 질투, 시기심과 같은 친구들 간에 있을 수 있는 학생들의 보편적인 감정을 가감없이 담아냈다. 이전의 <여고괴담>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사회적 메시지는 물론 영화적, 스토리적으로도 중요한 연결고리를 만들어내 추억과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는 것이다.

학교를 배경으로 우리 주변에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이슈로 시작한 이야기는 충격적인 결말로 다가가며 또 한 번 사회에 화두를 던질 강렬한 메시지를 만들어낸다.

발랄한 모습으로 유튜브에 올릴 영상을 찍기 위해 친구를 꼬드겨 카메라를 들고 공포의 현장 속으로 들어가는 최리의 감초 연기 또한 인상적이다. 피가 뚝뚝 떨어지는 천장에서 그들이 본 것은 무엇이었을까?

공포에 사회적 의미를 담은 <여고괴담 여섯번째 이야기: 모교>가 최리의 영화 이력에 어떻게 작용하게 될지 궁금해진다.

이은정 기자  newsnur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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