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창예총 주관으로 포럼 열려
문화예술 미래에 대해 논의
박재환 대표·황무현 교수 발제

문화도시 경남에서 3곳 신청
문화도시 시민추진단 등 구성
예비지정은 오는 10월말 결정

“지역의 한계를 벗어나 새로운 발상의 전환으로 지역을 돌아보자. 지역과 세계는 따로 떨어져 있지 않고, 세계인과 함께 공유하는 지구촌 시대의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있다. 작지만 문화예술이 경쟁력 있는 세계적인 거창을 그려보자.”

거창예총은 지난 7일 ‘지역 예술문화 발전을 위한 과제와 전략분석’ 이라는 주제로 거창문화원 상살미홀에서 제1회 거창예술포럼을 진행했다. 참석자들은 한결같이 거창 문화예술의 미래에 대해 이같이 의견을 밝혔다.

포럼은 권진상 한국미술협회 거창지부장이 좌장을 맡고, 대구문화예술회관 관장을 역임한 박재환 대구아트파크 대표와 마산대학교 교수인 황무현 창원문화도시지원센터장이 발제자로 참여했다. 지정질의자로는 조호경 거창군 문화관광과장, 이혜명 거창음악협회 사무국장이 참여했다.

특히 이날 포럼은 거창군이 문화관광부에 문화예술도시 신청을 앞둔 가운데 거창예총 주관으로 행사가 진행되어 거창 전역에서 많은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참가하면서 높은 관심을 보였다. 거창군은 15일 문화도시 지정 공모사업을 신청했다.

거창문화예술 지금보다 젊어져야 한다

‘거창예술포럼’은 2시간 동안 진지하게 진행됐다.

박재환 대표는 ‘문화예술: 세상을 바꾸는 힘’이라는 주제로 대구시의 문화예술 인프라에 대해 설명했다. 대구는 2017년 유네스코 지정 음악창의도시로 선정되면서 콘서트하우스·오페라하우스·수성아트피아·아양아트센터 등 인프라를 구축했다.

유네스코 창의도시는 문학·음악·민속공예·디자인·영화·미디어·음식 등 7개 분야에서 뛰어난 창의성으로 인류문화 발전에 기여하는 세계의 도시 중에서 심사를 통해 선정된다. 2021년 6월말 기준 대한민국 창의도시는 8곳이 지정돼있다. 서울(디자인), 광주(미디어아트), 부산(영화), 통영·대구(음악), 전주(음식), 이천(민속공예), 부천(문학)이 선정됐다.

박 대표는 “거창이 문화예술도시로 지정되기 위해서는 시민들이 일상에서 문화예술을 마음껏 즐길 수 있고, 열정과 재능을 발휘하는 예술가들의 창작 혼이 가득하며, 감동을 전하는 문화서비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런 사례로 베네수엘라의 ‘엘 시스테마’를 사례로 들었다. 엘 시스테마는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의 빈민가 차고에서 빈민층 청소년 11명의 단원으로 출발한 음악교육 프로그램을 가리키는 말이다. 마약과 폭력, 총기사고 등 각종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베네수엘라 빈민가의 아이들에게 음악을 가르침으로써 범죄를 예방할 뿐 아니라 미래에 대한 비전과 꿈을 제시해 세계 각국의 사회 개혁 프로그램으로 확산됐다.

음악을 통해 사회적 변화를 추구하는 ‘엘 시스테마’는 세계적인 음악가인 로스앤젤레스(LA) 필하모닉 상임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과 베를린 필하모닉 최연소 더블베이스 연주자 에딕슨 루이즈 등 세계적 음악가를 배출하면서 문화예술이 사회에 끼친 기능을 설명하고 있다. 박 대표는 “태양이 꽃을 물들이듯 예술은 사람을 물들인다”고 의견을 밝혔다.

황무현 교수는 거창국제연극제를 예를 들며 문화도시 조성을 위해 지역 정체성에 기반한 인문 정신의 중요성과 시민 참여의식, 그리고 도시발전을 위해 현재를 이어 달릴 수 있는 적극적인 청년 정책이 한 도시의 성패를 좌우하는 미래의 비전이라고 강조했다.

황 교수는 “문화예술도시 지정은 서둘지 말고 차근차근 기초를 다지는 게 더 중요하다”며 “한 도시의 미래가치를 새롭게 엮어가는 로드맵이자 마중물을 어떻게 구성할지 구성원들의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황 교수는 자신이 센터장을 맡고 있는 창원문화도시에 대해 상세하게 들려주었다. 마산·창원·진해 3개 시가 합쳐진 창원시는 아직도 생활권·문화권별 다양성이 존재하고 있어 ‘이야기가 가득海(해)! 일상을 회복海(해)! 삼시삼색 문화도시 창원’을 비전을 잡았지만 시민들과의 토론을 통해 비전을 다시 모색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지정질의자로 참석한 이혜명 거창음악협회 사무국장은 예술가들에 대한 실질적인 행정의 지원 방안에 대해 언급했다. 조호경 거창군 문화관광과장은 문화도시 추진을 위한 시민참여의 방안에 대해 질의했다. 이에 황 교수는 “문화도시 거창으로의 전환을 위해서는 단순한 언어가 필요하다”며 “지금 거창의 문화예술은 늙었다. 젊어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객석에서는 김향란 거창군의원이 현재 거창지원·지청 자리에 미술관 건립을 건의했다. 또 30년 역사의 거창국제연극제에 대한 행정지원과 예산확대를 요청했다.

이건형 거창예총 회장은 “지역예술의 발전은 예술인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성숙한 시민의식과 교육·행정·기업 등 당양한 구성요소에 의해 함게 이루어질 수 있다”면서 “이번 포럼을 통해 새로운 사고의 전환으로 지역사회의 예술문화 인프라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고 말했다.

문화도시 지정되면 5년간 200억 지원

거창예총이 문화체육관광부에 ‘거창문화도시’ 신청을 앞두고 거창의 현재와 미래를 짚어보는 ‘거창예술포럼’을 진행했다. 참석자들이 포럼을 마치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사진: 거창예총>

거창군은 15일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하는 문화도시 선정 공모를 신청했다. ‘문화도시’는 지역별 특색 있는 자원을 활용해 도시브랜드 창출 및 지역 사회·경제 활성화를 추진하는 사업으로 문화도시 선정시 5년간 국비를 포함해 최대 200억원의 문화예술 사업비를 지원받는다.

경남에서는 거창군·창원시·진주시 3개 지자체가 신청했다. 전국적으로는 70여개의 시군이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광부는 심사를 통해 10월말 예비문화도시 지정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대략 5~7곳이 선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거창군은 2020년 처음 문화도시 공모에 신청했지만, 1차 서류심사에서 탈락한 경험이 있다.

이에 따라 이번에는 ‘오래된 지혜, 새로운 공동체’라는 비전으로 ‘(농촌)살리다, (생태)지키다, (사람)키우다, (기반)함께하다’을 핵심가치로 두었다. 군은 이를 위해 기초·기본·특성화 사업 3개 분야 11개 항목 42개 세부사업을 진행해왔다.

거창군은 2018년 문화도시 조성을 군수공약으로 선정해 계획을 수립했으며, 문화도시 마중물 사업추진 라운드테이블을 17차례 가지고 홍보사업 등에 치중했다. 2020년 12월 문화영향평가와 거창문화도시 조성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기도 했다.

또한 올해 3월에는 14명의 거창문화도시 시민추진단을 구성해 문화도시 멘토, 사업기획 및 실행을 맡기도 했다. 이밖에 찾아가는 마을문화 청년리더 양성교육, 찾아가는 문화도시 읍면 설명회, 거창 가치발견을 위한 마을문화 반상회, 유휴공간 활용 문화 공유공간 조성사업 등을 펼쳐왔다.

조호경 문화관광과장은 “문화도시는 구인모 군수님의 공약사업으로 군민들이 직접 문화정책을 만들어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다양한 의견을 경청해 군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영철 기자  achimstor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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