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해외공연 불가능해
국제연극제 이름 무색해져

실무책임자 연극과는 거리
야외연극제 특성 찾기 어려워
형식적인 공연 행사될까 우려

30년 연극제 수준에 맞는지
지역관객 평가에 관심 쏠릴 듯

거창군은 지난 23일 군청 대회의실에서 올해 새롭게 출발하는 거창국제연극제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조직위원회 간담회를 열었다. <사진: 거창군>

올해 재개되는 거창국제연극제가 공연작품들을 발표하면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해외 작품공연이 불가능해 국제연극제라는 이름이 무색해진 데다, 선정된 작품에 대해서도 예전보다 질이 떨어진다는 지적과 함께 실무책임자가 연극과는 거리가 있는 인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형식적인 공연행사로 치러질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거창연극제를 주관하는 거창문화재단은 지난 6월 15일 거창국제연극제 참가 공연작품 제안 공모작 선정 심의 결과를 발표한 데 이어 지난 6월 22일에는 야외극장에서 공연되는 14편과 프린지 작품 24편 등 38편을 공개했다.

거창문화재단은 축제극장, 구연서원, 돌담극장 참가 제안 공모작 심사의견을 통해 △자연·인간 ·연극에 맞는 장소 및 배경과 작품의 성격이 맞는 작품들로 선정했고 △가족극, 뮤지컬, 넌버벌, 마당극 등 다양한 장르의 안배와 장소와의 적합성 여부 △소요예산의 적합성 등을 고려하여 심의에 반영했다고 밝혔다.

또 “국내작품들로만 구성됐다는 한계성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소재나 주제, 주체들의 공모작 참가가 인상적”이라며 “전체적으로 훌륭한 작품이 응모했으나 행사 규모의 축소로 인해 모두 수용 못한 아쉬움이 크다”고 덧붙였다.

프린지 참가작품에 대해서는 아마추어 수준이 아닌 프로페셔날한 작품과 장르별 공연을 안배하여 프린지 참가 작품을 선정했고, 단체의 역량과 작품의 완성도, 소요예산의 적정성, 프린지 행사에 어울림 정도를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거창문화재단은 야외축제 특성과 무대와 관객들의 동선과 거창연극제의 취지에 부합하는 작품을 선정했다고 밝혔으나 공모에 응한 작품 수도 적은 데다, 30년 이어온 연극제 수준에 맞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올해 공모에 신청한 공연은 91편 정도인데, 예년 거창연극제 응모에 200~250편 정도가 응모한 것과 비교하면 편수 자체가 적다. 작품심의는 거창연극제 예술감독과 자문위원 등 5인이 담당했으나 거창문화재단은 명단에 대해서는 “그간 공개한 적이 없다”며 유보적인 태도를 나타냈다.

거창의 연극 관계자들은 “연극제의 콘셉트가 자연·인간·연극인데, 선정된 작품의 면면을 보면 표현양식의 볼륨이 강하고 메시지가 힘이 있는 야외공연에 적합한 공연작품을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예술감독이 없어 연극제의 방향성과 콘셉트가 설정되지 않은 것 같고, 선정된 대다수 작품이 야외공연예술제에 적합한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작품 선정을 담당한 심사위원들이 누군지 모르겠으나 국제적 수준의 공연작품과 야외극장에 맞는 작품을 선정한 안목을 지닌 분들이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거창문화재단 측은 “예술감독은 황국재 거창문화재단 문화사업1단장이 맡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거창연극협회 관계자는 “황국재 단장은 성악에 조예가 깊은 분으로 알고 있지 연극 전문가로 생각하지는 않는다”면서 “야외극장 15개 작품 중 경남지역 작품이 4개가 포함된 것을 보면 작품 수준만 평가한 것이 아닌 지역 안배를 한 것이 아닌가 의심된다”고 말했다.

다만 연극관계자들은 “군민들이 평가할 것”이라며 오랜 시간 연극을 관람해 보는 눈이 높은 지역 관객들이 판단한 문제라는 시선을 나타냈다.

예전 연극제가 두 개로 나뉘었을 당시 기존 거창연극제 집행위원회 쪽 공연에 관객이 몰린 반면, 거창문화재단이 주관했던 공연에는 소수의 관객만 찾아 썰렁한 모습을 나타냈다. 어떤 연극이 더 좋은지 관객이 판가름한 것이다.

한편 상표권을 넘긴 이후 연극제와는 거리를 두고 있는 옛 거창연극제 집행위원회 측은 “거창군이 잔금 2억원을 아직 해결되지 않고 있다”면서 “행정관청이 군민을 기만하면 안 된다”며 마무리를 촉구했다.

거창군은 거창연극제 정상화를 구인모 군수의 치적으로 내세우고 있으나, 올해 연극제 개최를 앞두고 있음에도 거창연극제 문제가 완전히 마무리되지는 않은 모습이다. 약속 이행을 안 할 경우 법원에 압류신청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거창연극제가 논란으로 갈 수 있는 여지는 여전히 남아있는 상태다.

제31회 거창국제연극제 포스터.

이은정 기자  newsnur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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