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찬 부산대 명예교수, 시조시인.

미국 펜실베니아 대학교 심리학 교수인 마틴 셀리그만 (Martin Seligman)은 긍정심리학(positive psychology)이란 말을 지어냈고, 이 말로 된 책을 썼다. 그 책에 의하면 행복은 바이올린 연주나 자전거 타기의 기술과 마찬가지여서 꾸준히 행복해지는 법을 배우고 배운 걸 복습한 자만이 행복할 수 있다고 하였다. 행복법, 일종의 학습해야 할 과학 같은 것이라는 건데 행복을 배워야 행복해진다는 말 그럴듯하지 않는가.

그는 이 책에서 ‘진정한 행복(authentic happiness)’이란 말을 하고 있는데 이 말은 개인이 만족하는 행복에 매몰되지 않는 인류가 보편적으로 요구하는 미덕, 가치를 자신의 삶 속에서 실현시켜 여기서 얻는 즐거움, 이것이 진정한 행복이라는 투로 말하였다. 30년 간 우울증을 연구한 마틴 셀리그만은 1998년 처음으로 긍정심리학이란 용어를 만들었다.

그는 미국심리학회에서 “이제 심리학은 손쓸 도리 없이 망가진 삶은 이제 그만 연구하고 모든 일이 잘될 것 같은 사람에게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지금까지 심리학이 불안, 우울, 스트레스와 같은 부정적인 감정에 초점을 맞춘 연구였다면 앞으로는 개인의 약점보다 강점과 미덕 등 인간의 긍정적 정서에 초점을 맞춘 심리학이 등장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인간이 건강한 정신을 갖고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하는 데 관심을 기울이는 심리학, 치료뿐 아니라 예방의 심리학, 삶의 질을 향상할 수 있는 심리학이어야 한다고 주장한 셈이다.

셀리그먼 교수는 그의 책에서 긍정적 사고가 행복의 지름길이라고 여러 번 말하고 있다. 긍정적 사고를 하는 방법 중 하나는 ‘음미하기’라 했다. 일상생활에서도 손쉽게 쾌락을 발견할 수 있고 그것을 즐길 수 있는 긍정적 체험 학습 방법을 말한 것이다. 가령 등산을 하였을 때, 길섶에 핀 야생화 한 송이의 놀라운 모습에서 순간의 행복을 느낄 수도 있고, 산새의 짝 부르는 소리에서도 그리운 이의 모습을 떠올릴 수도 있기 때문에 사물에서 사물의 배후 또는 사물로부터 연상할 수 있는 음미의 세계에 침몰해보자는 것이다. 다른 말로 하면 사물로부터 긍정적 상상의 세계를 잘 펼칠 필요가 있다는 말 같이 들린다.

흔히 가진 돈이 적은 사람들은 돈이 행복을 보장한다고 믿기 쉽다. 과연 그럴까. 놀랍게도 셀리그만은 그의 책에서 주목할 만한 많은 말 중에서 이런 말을 남겨놓았다. 기본적인 욕구가 채워진 후에 증가한 부의 ‘한계효용(marginal utility)’은 별것 아니라는 것. 즉 1만5000달러를 버는 사람과 4만 달러를 버는 사람 간의 차이는 돈의 무게만큼 큰 행복의 무게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행복한 사람은 광범위한 사회적 관계망 속에서 원만한 사회관계를 유지하는 것, 이것이 행복의 관건이지 수입의 과다와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서 생각한다면 세상사에 대한 자신의 호와 불호를 초월한 그 어떤 것이 행복을 선사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것은 인류가 보편적으로 요구하는 미덕, 가치를 자신의 삶 속에서 실현시켜 여기서 얻는 즐거움이 진정한 행복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곱씹어볼 만한 말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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