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사용에 익숙한 청년들
편리함과 직관성 영향으로
지방 외식 소비형태 변화시켜

외식업계도 배달앱 사용에 활력
지리적 불리함 극복할 수 있어

전통시장은 배달앱 사용 없어
영업방식 바뀌어야 시장도 진화

전국의 외식업체 5곳 중 1곳은 배달의민족, 요기요 등 배달앱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거창·함양·산청·합천 4개 군에서도 이러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특히 다른 군에 비해 읍의 인구밀집도가 높은 거창에서 더욱 뚜렷하다.

전국의 외식업체 5곳 중 1곳은 배달의민족, 요기요 등 배달앱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 시국, 1인 가구 증가, 비대면 소비 활성화 등으로 인해 밖에서 사 먹는 것보다 집에서 음식을 시켜 먹는 외식 트렌드가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트렌드는 급격하게 확산 중이다. 

지난달 21일 농림축산식품부의 ‘외식업체 경영실태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외식업체들의 배달앱 이용률은 19.9%로 전년도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었다. 2019년 11.2%, 2018년 7.6%에 비하면 급상승세다.

배달앱 이용률은 거창읍이 단연 높아

거창·함양·산청·합천 4개 군에서도 이러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특히 다른 군에 비해 읍의 인구밀집도가 높은 거창에서 더욱 뚜렷하다. 당장 거창읍 시내만 보더라도 배달대행사의 배달용 오토바이의 숫자가 급격하게 늘어난 것을 한눈에 알 수 있다.

현재 배달의민족 앱의 ‘한식’ 카테고리에 등록된 거창읍의 외식업체는 6월 30일 기준 41개 업체이다. 이에 반해 함양군 5개, 산청군 1개, 합천군 0개의 외식업체가 등록되어 있다. 분식, 카페·디저트, 치킨, 피자, 중국집, 야식, 찜·탕 등 다른 카테고리에 등록된 업체의 수도 거창군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러한 숫자는 읍 단위 인구수와 청년 거주 비율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를 보면 올해 5월말 기준으로 거창읍의 인구는 4만1032명으로 함양읍 1만8363명, 산청읍 6792명, 합천읍 1만1201명보다 훨씬 많았다. 여기에 더해 거창읍에는 다른 읍 단위와 비교해 중·고등학교가 많았고 2개의 대학도 위치하고 있어 청년층 비율이 다른 읍보다 높았다. 스마트폰 사용에 익숙한 청년들이 지방 외식소비의 형태를 변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기존의 전화주문 방식보다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배달을 시키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 데에는 ‘편리함’과 ‘직관성’이 큰 영향을 미쳤다.

배달앱을 이용하기 전에는 전단지를 뒤적거리거나 어느 식당이 맛있는지 일일이 찾고 전화를 걸어 주소를 불러주어야 했다. 하지만 배달앱을 이용하면 이러한 과정 없이 메뉴만 고르면 저장된 주소로 주문한 음식이 배달된다. 또 배달앱에 결제 카드를 등록해두면 10초도 안 되는 시간에 결제까지 완료할 수 있다. 돈을 이체하거나 현금을 챙기고 잔돈을 주고받는 등의 번거로운 일을 줄일 수 있는 것이다.

직관적으로 메뉴를 확인하고 업체 사장과 소통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한 몫 했다. 먼저 음식을 시켜본 사람들의 후기를 읽어보면 맛이 어떤지, 어떻게 배달되어 오는지 가늠해볼 수 있고, 사업주가 단 댓글도 확인할 수 있다.

배달앱 사용이 늘어나면서 지역의 외식업계가 조금씩 활력을 찾고 있다. 거창읍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H씨(50)는 “코로나 때문에 매출이 전보다 확연히 줄어 고민이 많았습니다. 인건비도 안 나오는 지경이었죠. 하지만 배달을 시작하면서 매출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어 다행이에요. 처음에는 어떤 용기를 사용해야 할지, 포장은 어떻게 해야하는지 준비할 거리가 많아 어려움이 많았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시작하길 잘 했다는 생각”이라며 식당을 하는 지인들에게도 배달을 시작할 것을 추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밖에도 카페를 운영하는 A씨(32)는 “저희 카페의 경우 다소 외진 곳에 위치하고 있어 매출을 늘리기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배달앱을 사용함으로써 지리적 불리함을 극복할 수 있었죠”라고 밝혔다.

소상공인 디지털 전환 중요한 정책의제

배달앱을 이용하는 것뿐만 아니라 스마트 결제 시스템, 주문솔루션 구축, 유통 효율화 등 소상공인의 디지털화는 앞으로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기술 혁신의 속도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고 코로나로 인한 비대면 소비행태는 ‘편리함’을 등에 업고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령인구가 많은 거창·함양·산청·합천의 지역 특성상 영세상인, 소상공인들이 이러한 흐름에 적응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전통시장 안에 위치한 식당 몇 군데에 배달앱을 이용하냐고 물어보았지만 대다수의 상인들은 그런 것이 있는 줄도 모르고 있었다.

‘소상공인 디지털 전환’은 비단 우리 서부경남 지역뿐만 아니라 조만간 우리 사회를 관통하는 정책 의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은 지난달 13일 ‘소상공인 디지털 전환 현황 및 단계별 추진전략’ 보고서를 통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는 소상공인은 15.4%였고 필요성을 느끼는 소상공인은 29.7%에 불과했다”며 “소상공인의 디지털 전환은 신속하게 유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소상공인 디지털화 수준에 따른 단계별 추진전략을 제안했다. 첫째, 필요성 인식을 위해 맞춤형 교육 및 컨설팅, 온라인 플랫폼 활용, 아날로그 정보의 디지털 콘텐츠 전환을 추진한다. 둘째, 디지털 결제환경 조성, 상권단위 온라인 판매·배송 체계 구축, 상권 내 디지털 청년창업 및 협업 지원을 추진한다. 셋째, 스스로 혁신 가능한 소상공인을 발굴하고 스마트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영업방식으로 진화를 촉진하여 디지털 기반의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한다.

이재영 행정안전부 차관도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디지털 전환’이 풀뿌리 상권 생존의 필수요건”이라며 정부·지자체 차원의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골목상권의 체질을 개선해야만 지역경제 활성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다.

이러한 흐름에 발 맞춰 실제로 민·관 차원에서 다양한 시도들이 진행되고 있다. 민간 차원에서는 네이버, 우아한형제들, 위메프 등 정보통신(IT)기업이 적극 나서고 있는 모양새다. 네이버는 소상공인들을 대상으로 쇼핑라이브 교육을 진행하고 전용 스튜디오를 대여해주고 있다. 실제로 네이버 쇼핑라이브 판매의 85%가 소상공인으로 확인됐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최근 50대 이상이면서 외식업 경력 5년 이상인 시니어 사장님들을 대상으로 디지털 집중 교육을 진행하기로 했다.

정부도 다방면으로 정책을 제시하거나 법안을 내놓고 있다. 정부는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생산·유통·경영 등 비즈니스 모델 스마트·온라인화, 소상공인의 디지털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훈련, 오프라인 창업 공간조성 사업의 온·오프라인 융합모델 전환 등을 과제로 제시했다.

강대식 기자  kangds@seobunews.com

<저작권자 © 서부경남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