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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경쟁력 복원, 마을공동체 교육에서 해법을 찾자

도시와 농촌의 교육격차 심화
송충이는 솔잎만 먹어야 하는가

공정하지 않은 교육의 출발선
승자독식의 세상 격차는 여전

코로나는 위기극복의 좋은 기회
디지털 교육에서 해법 찾아야

어느 시골마을 개천에서 유래된 이야기가 있다. 그 개천엔 제법 물도 많았고 물길을 따라 위로 올라가면 똑똑한 물고기들만 들어갈 수 있는 용의문(龍門)도 있다. 거센 물살을 헤치고 용문을 오르는 물고기는 용이 되었다는 전설이었다. 개천의 물고기가 용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가족뿐만 아니라 마을 물고기들이 힘을 합쳐 도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물고기들이 용문을 지나 용이 되는 것을 등용문(登龍門)이라고 했다. 그 땅의 기운이 좋아서인지 마을공동체가 합심한 덕분인지 매년 여러 마리의 용이 나왔다. 도시로 간 용들은 수구초심(首丘初心)의 옛말처럼 고향의 은혜를 잊지 않고 개천에 남아 있는 가재, 붕어, 개구리들이 잘 살 수 있도록 돌봤다.

그러던 어느 날 개천에 물이 마르고 더 이상 용이 나타나지 않는 세상이 되었다. 물고기들을 도시로 보내고 학업 뒷바라지까지 다해주면 모두가 잘 사는 나라가 될 줄 알았다. 소까지 팔아 돈을 부쳐주고 식량까지 보내주는 것은 당연지사였다. 그런데 시골은 점점 가난해졌고 용이 될 물고기마저 사라졌다. 시골에서 투자해준 덕분에 도시는 점점 발전해갔고 나라의 재화 대부분이 도시에 집중됐다. 넉넉한 환경에 자란 도시의 부유한 물고기들은 쉽게 용이 되었다. 그들은 거센 물길을 거슬러 올라야 하는 시골 물고기들의 고생을 손쉽게 생략할 수 있었다.

심지어 아들딸 또 그 아들딸들만 계속해서 용이 되었다. 시골마을의 희생을 바탕으로 출세한 용들은 자신의 뿌리를 잊어버렸다. 아예 원래부터 도시의 용이었다고 착각하고 더 이상 고향의 개천은 돌보지 않았다. 이제 시골에는 가재, 붕어, 개구리들만 남았고 용이 된 도시 물고기들은 “모두가 용이 될 필요는 없다. 가재, 붕어, 개구리로 살아도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상한 이야기만 지껄이는 세상이 되었다.

도농 학력격차의 안타까운 현실과 불편한 진실

지난 6월 2일 교육부는 ‘2020년 국가 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를 발표했다. 이 평가는 교육과정에서 규정하는 교육목표와 내용을 충실하게 학습하였는지 파악하기 위해 국가에서 시행하는 평가 시스템이다. 평가는 전국의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2학년 전체 학생(77만1563명)의 약 3%에 해당하는 2만1179명(424교)를 표집해 조사했다. 표집 대상 학교에는 전체 중학교, 일반고, 자율고, 특수목적고, 특성화고까지 포함된 조사이다. 평가결과는 ‘역대 최악’이라는 참담한 결과였다.

대한민국 중고생의 학력이 전반적으로 하락한 이번 평가 결과를 간단하게 요약해보면 ‘고2, 중3 영어 학력미달 두 배’ ‘공부 잘하는 학생 비율 감소’ ‘교육여건 차이로 도농격차 심화’에 있다.

이번 결과에서 더욱 주목해야 할 것 도농간의 교육격차가 더욱 심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고등학교는 도농간 차이가 다소 적게 나타나지만 중학교의 경우 국어, 영어, 수학 모든 교과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보통 수준 이상(‘3수준 이상’의 비율)의 학생들은 대도시 지역에 비해 읍면지역이 훨씬 적다. 국어의 경우 약 10% 수준의 도농간 차이를 보였지만 수학은 17%, 영어는 18%의 더 큰 차이를 보였다. 나아가 기초학력 미달에 해당되는 ‘1수준’의 비율 또한 읍면지역에서 훨씬 높게 나타났다. 도시 학생들에 비해 농어촌 지역 학생들의 학력이 많이 뒤처진다는 셈이다.

학생마다의 다양한 소질을 들여다보고 이를 인정해주는 수백 가지의 대입전형들이 있지만 사실상 수학과 영어 성적이 청소년들의 진학 대학을 결정한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결국 지금 입시제도에서는 읍면지역의 학생들이 소위 ‘in서울’ 대학에 진학하기가 훨씬 어렵다. 인서울 대학 진학이 만병통치약은 아니지만 농어촌 지역 청소년들의 꿈이 인서울 대학에 있는데, 이룰 수 없는 꿈이라면 얼마나 안타까운 현실인가.

더욱 안타까운 것은 교육부가 이번 결과에 대해 ‘코로나19로 인한 학습 결손’ 때문이라고 진단해버렸다는 점이다. 사실 기초학력 저하는 오랫동안 지속되어 왔다. 심지어 지금과 같은 표집방식이 아닌 ‘전수평가’가 실시되었던 2012~2016년에도 중고생 기초학력 미달 비율은 이미 증가세였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이번 학력 미달의 대안으로 ‘맞춤형 학업성취도 자율평가 지원시스템’을 구축·운영하겠다는 교육부의 상황인식에 실망할 수밖에 없다. 하필 코로나가 터졌고 평가 시스템이 잘못됐으니 앞으로 다른 방식으로 평가하면 청소년들의 기초학력 평가 결과가 좋아질 것이라는 것인가.

교육혁신은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는 것

개천에서 용이 나는 대한민국을 만들 순 없을까?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개천부터 살려야 한다. 우선 기울어진 운동장을 평평하게 만들어야 한다. 낮은 곳을 끌어 올려 수평을 맞춰줘야 한다. 그런 다음 시골이든 도시이든 교육만큼은 모두 같이 성장해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보다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길이 될 것이다. 한편으로는 우리 부모님들 머릿속에 뿌리 깊게 박혀있는 ‘점수 높은 대학=행복한 인생’이라는 고정관념 또한 버려야 한다. 강제로 고정관념을 버리라 할 순 없는 일이기 때문에 그런 고정관념이 자연스레 사라질 수 있게끔 정부 당국의 교육혁신이 있어야 한다.

이종학 배움과 사람 이사장은 개천에서 용이 나는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서는 마을공동교육체에서 교육불평등의 기회를 찾아내고, 디지털 교육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했다.

교육은 함께 고민하면서 해법을 찾는 것

프랑스 사회학자 뒤르켐(Emile Durkheim)은 그의 저서 ‘사회분업론’에서 전체의 공통성이 개인의 의식을 지배하는 사회적 결합형태인 기계적 연대에서 사회 분화가 진전되어 개성적이고 이질적인 개인들의 느슨한 유기적 연대로 사회가 변동되어 간다고 전망했다. 가족과 같은 연고주의 공동체로부터 산업사회의 다양한 모임 중심의 사회변동을 지적한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전체주의와 연고주의의 공동체에 매몰되지 않는 ‘느슨한 관계’에서 공동체의 ‘사회적’ 의미와 ‘협동’의 의미를 살린 ‘마을교육공동체’를 만드는 것에서부터 대한민국 교육의 문제를 고민하고 해법을 찾아야 할 때이다.

옛날의 교육은 가족과 마을이 담당했다. 이제는 지방자치단체와 지역사회가 함께 관심을 갖고 제 역할을 찾아야 하는 시대다. 마을교육공동체는 이미 시작된 셈이다. 지금부터는 모든 마을 구성원들이 나서 어떻게 하면 건강한 ‘마을교육공동체’를 복원할 수 있는가 더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함께 힘을 모으고 집단지성을 발휘해야만 지역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지역의 초중고, 대학, 평생학습센터 등 지역의 교육기관이 플랫폼이 되어 각자의 역할을 분담해야 한다. 교육청과 지방자치단체는 공교육과 사교육으로 서로 구분 지을 것이 아니라 ‘미래교육’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고 지원해야할 것이다.

마을공동체교육에서 교육불평등 기회 찾아야

코로나 이후 디지털 전환에 가장 잘 대응하고 적응한 분야가 바로 교육이다. 디지털 전환은 교육 분야의 유기적 연대를 촉진하고 있다. 학력격차와 학습기회 소외 등의 새로운 문제에 대해서도 디지털 전환의 시대에 맞게 대응해나가야 한다. 기존의 ‘평가 위주’의 교육 방식으로 회귀하려는 시도를 통해 디지털 시대 교육의 격차를 극복해낼 수 없을 것이라고 본다. 소득격차가 교육격차를 가져오고 다시 또 교육격차가 소득격차를 재생산해내는 사회에서 코로나 19로 인한 교육 분야의 디지털 전환은 위기가 아니라 분명 기회이다.

분명 누구나, 언제, 어디서든 다양한 교육의 기회가 닿을 수 있도록 준비해야한다. 다만 획일화된 기계적 연대의 디지털화 된 교육이 아니라 마을과 학교, 아이들 모두가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마을교육공동체의 철학과 가치가 공유되어 신뢰가 형성될 수 있는 방향이어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다름과 차이를 인정하고 국제사회에서 경쟁력을 갖춘 인재, 변화하는 미래에 같이 변화하고 적응하는 인재를 만들어 내야 한다. 점점 인구는 줄고, 농촌지역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교육 경쟁력의 강화는 지역발전의 지름길이라 확신한다.

서부경남신문  newsnur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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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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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감쟁이 2021-07-08 10:08:06

    깊이 공감합니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점수 높은 대학=성공한 인생'이라는 고정관념이 남아있지만, 현실은 그것이 곧 정답은 아니라는 너무나 많은 사례들이 존재하는 것 같네요.
    도농의 교육 격차 해소를 위한 정부 당국의 교육 혁신에는 전통적인 '교육'의 사고방식이나 인식의 전환이 함께하면 좋겠습니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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