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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당 10만원 땅 찾아 거창으로 낙향… 목사, 그리고 목사직이재철 목사 저, ‘목사, 그리고 목사직’ 서평

신학교가 난립한 한국에서
올곧게 목사직을
수행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지난 시간 만났던 목사들과
자신을 향해 던지는 7가지 질문
묵직한 성찰과 고민 담아

한국기독교선교 100주년기념교회 담임목사를 지낸 이재철 목사. 그는 한국교회 대표적 설교자 중 한 사람으로 불리며 ‘신학생들이 가장 만나고 싶어 하는 목회자’로 손꼽힌다. 지난 2018년 11월 거창군 웅양면으로 낙향했다.

한국기독교선교 100주년기념교회 초대 담임목사인 이재철 목사. 그는 자신이 개척한 교회에서 13년 4개월 동안 담임목사를 따르던 1만3000명의 교인들에게 “나를 철저하게 버려달라”며 2018년 11월 18일 주일예배를 끝으로 경남 거창군 웅양면으로 낙향했다.

이 목사가 퇴임 당일 거창으로 낙향한 것은 오직 한 가지 이유였다. 대한민국 어느 곳이든 평당 10만원 짜리 땅을 구할 수 있는 시골마을을 생의 마지막 정착지로 삼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전까지는 그런 지명이 있는 곳인지도 몰랐다.

이 목사가 굳이 ‘평당 10만원’이라고 특정한 이유도 “그 정도 가격이라야 저희 부부 형편에 맞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어떤 공식적인 퇴임식도 없었다. “목사에게 어울리지 않는다는 게” 그의 소신이었다. 교인들은 주일 마지막 4부 예배가 끝날 때까지 귀가하지 않고 기다렸다. 마지막 예배를 마치고 교회를 나서는 이 목사를 배웅하며 교인들은 가슴으로 울었다.

이재철 목사의 마지막 주일예배 모습. 신도들이 울먹이고 있다.

이 목사 부부는 거창군 웅양면 진마루마을 해발 560m의 산동네에 자리 잡았다. 40가구가 사는 이곳에서 이 목사 부부는 ‘마을주민’으로 살고 있다. 마을 회의에도 꼬박꼬박 참석하고, 동네 주민들과 왕래하며 생활하고 있다. 최근에는 지인들도 이곳에 정착하기 위해 빈집을 얻고 있다. 이 목사 부부가 내려오면서 가구 수도 늘어나게 된 것이다.

그는 담임목사 시절에 자신의 월급을 교인들에게 모두 공개했다. 담임목사와 부목사간의 월급 차이는 고작 10만원이었다. 거창에도 처음에는 컨테이너 2개 동을 갖다 놓고 살아갈 참이었지만, 이 소식을 전해들은 교회 교우 중에 건축설계사가 “제 아내도 투병 중이다. 암 투병 중인 목사님이 산골의 추운 집에서 살면 어떡하느냐”며 외풍이 없는 집을 기어코 설계해주었다. 한사코 거절하던 이 목사도 끝내 못 이기고 수락했다.

이재철 목사는 2013년 암 수술을 한 뒤 방사선 치료를 31차례나 받았다. 이 목사 부부는 평생 돈을 모으고 살지 않아 빚을 내어 집을 짓고, 진마루마을로 낙향했다. 그는 은퇴 당시 일종의 퇴지금과 같은 전별금도 한 푼도 받지 않았다. 남은 대출은 이 목사 사모가 운영 중인 홍성사 출판사 월급으로 갚아나갈 참이다.

거창 웅양면 진마루마을에 걸린 ‘싱어게인’ 우승 축하 현수막.

이 목사는 요즈음 100주년기념교회 담임목사보다 제티비시(jtbc) ‘싱어게인’에 출연한 30호 가수 ‘이승윤’의 아버지로 더 알려져 있다. 진마루마을 주민들은 이승윤 가수의 사진과 함께 ‘이재철 목사님 자 이승윤(30호 가수) 싱어게인 우승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내걸며 마을의 자랑거리로 함께 기뻐했다. 이승윤의 둘째 형 이승국씨는 유튜브 채널 ‘천재 이승국’의 운영자다.

이 목사가 거창으로 내려와 가장 먼저 한 일은 30년 목회 활동을 돌아보며 자신과 목사들에게 던지는 7가지 질문을 엮은 ‘목사, 그리고 목사직’이라는 책을 펴낸 것이다. 이 목사는 “이 시대 목사들에게는 과연 목사 냄새가 나고 있을까. 교인들이나 세상 사람들 보기에, 흔해 빠진 이 시대의 목사들 가운데 목사 냄새가 나는 목사는 대체 몇 명이나 될까. 이 질문에서부터 여정은 시작된다”며 지난 시간 동안 만났던 목사들을 생각하며, 그리고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향해 그간 묵혀뒀던 성찰과 고민을 담았다.

이 목사의 책은 한겨울 칼날 바람처럼 매섭다. 숨기고 싶은 치부를 그침 없이 비판하며, 어떻게 신앙생활을 해야 하는 것이 참된 것인지 거침없이 서술하고 있다. 하지만 온갖 악조건 속에서도 그리스도의 길을 쫓아 올곧은 목사직 수행을 위해 몸부림쳐온 이들에게는 용기와 힘을 주는 격려가 된다.

이 목사의 물음은 총 7가지로 시작된다. △나는 지금, 왜 목사로 살고 있는가 △나는 출애굽기에 등장하는 두 목회자 가운데 어느 유형인가 △나는 목사이기 이전에 전도인인가 △나는 얼마나 자발적으로 고독한가 △나는 얼마나 인간을 알고 있는가 △나는 나의 목회를 소위 더 큰 목회를 위한 징검다리로 이용하고 있지 않는가 △나는 하나님의 심판을 믿고 있는가. 던지는 질문마다 묵직한 울림을 준다.

이 목사는 “현재와 같은 목사 공급 과잉의 기형적인 시대에는 짝퉁 목사가 아니라, 목사직을 올곧게 수행하는 진짜 목사만 끝까지 살아남을 것이다”며 진정한 설교는 말이 아니라 삶으로 행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세상 모든 사람들의 시간이 중요하지만, 목사의 시간은 특히 중요하다. 목사가 자신의 시간을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교인들 영성의 깊이와 교회의 수준이 달라진다”며 “교인들의 눈과 귀를 막아 교인들을 기복주의의 노예로 만드는 것은 목사에게 가장 손쉬운 일이다”고 지적했다.

특히 “성경은 하나님의 말씀이다. 그렇지만 허공을 향한 하나님의 독백인 것은 아니다. 성경은 인간을 구원하고 살리기 위해 인간에게 주신 하나님의 말씀이다. 따라서 그 말씀을 인간에게 바르게 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 말씀을 들어야 할 인간에 대한 이해가 전제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목사들은 하나님의 말씀을 알려하는 만큼, 그 말씀을 들어야 할 인간을 알려고 하지는 않는다”고 안타까워했다. 성경은 인간을 위한 하나님의 말씀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예수님께서 공생애를 시작한 시기가 30세쯤 된 것도 인간을 체험하가 위한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인 것처럼 설교에는 인간을 알지 않으면 감동을 주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한 이 목사는 “한 손에는 성경, 또 다른 손에는 신문이 들려 있어야 한다”는 카를 바르트의 견해는 21세기 인공지능(AI)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하다고 설파했다. 책과 신문이 다루는 내용이 인간 및 인간이 살고 있는 세상이므로, 신문은 선악 간에 인간 삶의 다양한 무늬를 보여 주는 진열장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목사는 그 위에 한 가지가 더 있어야 한다. 하나님께서 자기에게 맡겨 주신 교인들의 삶의 무늬를 파악하는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 목사는 “목사가 자신의 야망을 위해 교인들을 갈취하는데도 하나님께서 그 목사를 마냥 내버려 두신다면, 그것은 결코 목사의 복이 아니다. 그것은 하나님께서 그 목사를 아예 버리셨음을 의미한다. 그보다 더 무서운 하나님의 심판은 없다”고 전했다.

끝으로 이 목사는 “그대가 비록 세상에서 말하는 소위 ‘작은 목회’를 하고 있어도, 하나님께서는 그대를 통로 삼아 한국 교회의 미래를 지금 현재 진행형으로 새롭게 하고 계실 것”이라며 “진리에 반발하는 온갖 ‘결박’과 ‘환난’이 도사린 역경의 길 위에서도, 목사직을 올곧게 수행하려는 목사에게 소망이 끊어지지 않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재철 목사는 한국교회 대표적 설교자 중 한 사람으로 불리며, ‘신학생들이 가장 만나고 싶어 하는 목회자’로 손꼽힌다. 그는 코로나19 등 세상의 격변기에 교회의 미래도 크게 변화하겠지만 결국 목사직을 올곧게 수행하는 이만이 끝까지 목사로서 살아남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이영철 기자  achimstor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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