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식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뜨겁다. 대선후보 지지율은 몇 달 전부터 1위에서 내려와 본 적이 없고 본격적으로 정치를 시작하면서부터는 일거수일투족이 언론에 오르내린다. 그가 박근혜 정권과 문재인 정권을 상대로 보여준 원칙과 소신이 정치적 실망감을 안고 있던 국민들에게 시원함을 안겨주었고, 그로 인해 ‘정의’의 아이콘이 되어 곧바로 유력 대선주자가 된 것이다.

하지만 정치인 윤석열은 다소 아쉬운 점이 많다. 국민의힘 경선 버스가 조금 있으면 출발하는데 결국 완주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 이유로는 첫째, 콘텐츠가 부족하다. 정치는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실마리를 풀어나가는 일이기에 정치·경제·사회·문화·복지·국제관계·예술 등 여러 분야에 대한 경험과 식견이 필요하다. 인문학적 소양이 필수이고 스페셜리스트보다는 제너럴리스트가 되어야 하지만 평생을 검사로 살아온 윤석열 후보는 누가 보아도 스페셜리스트이다.

지금이야 참모진들이 윤석열의 입이 되어 정책 현안이나 정치 사회적 이슈에 대한 의견을 언론사에 배포하면 그만이지만 앞으로는 경쟁 후보들과의 토론이나 언론 기자회견에 직접 나서야 한다. 이 단계에서는 짧은 지식 암기가 아니라 오랜 시간의 경험과 공부로 다듬어진 후보 개인의 콘텐츠와 철학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과연 윤석열 후보가 다른 경쟁자들과 경제·복지·외교·국방 등과 관련해 능숙하게 토론을 펼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최근 논란이 되었던 일들을 보면 이를 단적으로 알 수 있다. 이한열 열사의 사진을 보면서 ‘6월항쟁’이 아닌 ‘부마항쟁’을 이야기하고 경제학자인 프리드먼을 인용하면서 부정식품 선택의 자유를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120시간 발언’ ‘페미니즘 발언’ ‘후쿠시마 원전 발언’ 등 연일 부정적 이슈를 만들고 있다. 분명 헷갈릴 수 있는 부분이고 본인의 의도와 다르게 해석된 여지도 있지만 이러한 것들이 반복되는 것을 보면 인문학적인 준비가 부족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있을 수 밖에 없다.

정치 입문 전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을 만나며 공부를 했다고 하지만 단순 지식 암기가 아니라 자신만의 철학이 담긴 콘텐츠가 부족해 보이는 것이 아쉽다. 대선에서 국민들에게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이것저것 섞은 실속 없는 정책 남발이 아닌 자신만의 확실한 국정철학이 필수적이다.

둘째, 리더십과 조직이 부족하다. 이러한 능력은 특히 대선주자에게는 필수적이다. 경선과 본선을 치루기 위해서는 여당, 야당, 언론의 무한 검증을 거쳐야 하는데 이를 방어해야 하고 참신하고 후보의 철학이 담긴 대선 공약과 정책도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방대한 조직과 인재들이 필요한데 이를 관리하고 컨트롤하기 위해서는 윤석열 후보만의 리더십이 필요하다.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대통령을 돌아보면 각기 다르지만 특유의 카리스마와 리더십이 있었고 튼튼한 조직이 있었다. 역대 대통령들은 공통적으로 귀천을 가리지 않고 인재를 영입했고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보좌진들로 하여금 ‘진심’을 다해 일하게끔 만들었다. 하지만 윤석열 후보는 한 조직에서 오래 근무했고 정치 경력도 짧아 각계각층의 리더들을 포섭할만한 리더십을 보여줄 시간이 부족했다.

당장에 캠프의 상황실장인 장제원 의원만 봐도 그렇다. 장제원 의원은 검찰총장 인사청문회에서 누구보다 매섭게 윤석열 후보를 공격했던 사람인데 지금은 대선 캠프를 총괄하고 있다. 또 공정과상식 위원장을 맡은 정점식 의원은 당내 경쟁주자인 황교안 전 대표의 최측근이었고 이 외에도 윤석열 캠프에서 영입한 인사들의 면면을 보면 끈끈한 유대감으로 뭉친 조직이라고 보기 힘들다.

셋째, 정치력이 부족하다. 대선은 차치하고 당장에 국민의힘 경선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소속 의원들과 당원의 지지가 필수적인데 그들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설득할 수 있는 정치력이 있는지 의문이 드는 게 사실이다. 상명하복 문화가 짙은 검찰에서는 이러한 것들이 중요하지 않을 수 있었지만 복잡한 이해관계가 난립하는 정당과 국회에서는 얘기가 다르다.

경선에 승리해서 국민의힘 후보로 선출된다 하더라도 100명이 넘는 국회의원들의 지지를 끌어내야하고 깊이 있는 대선 공약을 위해서는 각계각층의 전문가들이 의기투합해야 한다. 하지만 입당할 때부터 국민의힘 지도부와 갈등을 유발하고 몇몇 다선 의원들에 등 떠밀려 움직인다는 인상을 지우기 힘들다. 시의 적절하게 메시지를 던지고 조직을 뭉치게 하거나 균열을 봉합하며 본인만의 확고한 철학 아래 사람들을 모을 수 있는 정치력이 현재의 윤석열 후보에게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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