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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나는 도서관에 간다
강정애 산청 송강마을 거주, ‘까르페디엠’ 회원.

나의 책사랑은 아주 오래되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친구 집에 놀러갔다가 만난 세계문학전집은 산타할아버지의 선물과도 같은 존재였다. 책꽂이에 꽂혀있는 수많은 책을 빌려가며 읽었다. 그 중에서 <닐스의 신기한 모험>에 상상의 나래를 펼쳤으며, 어떤 상황에서든 긍정적이고 밝은 모습으로 살아가는 <소공녀>와 <키다리 아저씨>에 가슴 뭉클해졌다.

중·고등학교 때 읽은 책으로는 <들장미 소녀 캔디>와 <빨강머리 앤>이 생각난다. <들장미 소녀 캔디>에 등장하는 남자주인공은 유난히 긴 다리로 키가 더 커보였다. 그때부터 내 이상형은 키가 큰 남자였다. 두 명의 남자 주인공 중 상냥하고 다정한 안소니와 무심한 듯 챙겨주는 나쁜 남자 테리우스를 두고 친구들과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빨강머리 앤>은 엉뚱하면서도 상상력이 풍부하고 절망 속에서도 긍정적인 소녀 ‘앤’의 이야기다. 고등학교 때 우연히 헌책방에서 이 책을 만나게 되었고 모아둔 용돈을 선뜻 지불했지만 전혀 아깝지 않았다. 시간이 날 때면 몇 번이고 펼쳐 읽던 기억이 난다. 나의 재산 목록 1호였지만 안타깝게도 이사를 하면서 잃어버리고 말았다. 지금도 그 책의 행방에 대해 궁금해지고 기회가 되면 찾고 싶은 마음이다.

이십 대 후반에 지금의 남편을 만나 결혼을 하고 원지에서 살림을 시작했다. 마냥 행복할 줄만 알았던 결혼생활이 삐거덕거리기 시작했다. 사소한 일부터 하나씩 어긋나더니 점점 다툼이 잦아졌다. 나는 치약을 끝에서부터 밀어 쓰는데 남편은 중간부터 눌러 사용했다. 그리고 양말을 자주 뒤집어 벗는 남편 때문에 내 잔소리는 늘어만 갔다. 그런 나를 보고 남편은 ‘변했다’며 투덜거렸다. 주변에서는 ‘남편은 덩치 큰 애기’라며 다독거리며 살라고 했다.

속이 답답하던 차에 도서관에서 두 권의 책을 찾아 읽었다. 먼저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를 보면 남자와 여자가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대화와 적당한 타협이 원만한 가정생활을 유지한다고 말해준다. 남편을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인정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렸고 지금도 숱하게 내려놓으며 기다림의 시간을 가지려고 노력한다.

아이 둘을 키우면서 내가 고른 건 그림책이었다. 그림만 봐도 웃음이 나오고 깜짝깜짝 놀라게 하는 상상력에 계속해서 찾게 되는 신기한 힘이 있었다. 아이들을 재울 때 읽어주며 책과 친하게 만들어주었다. 아이들은 똥 이야기나 방귀소리를 흉내만 내도 깔깔대며 좋아했다. 아이들의 솔직하고 꾸밈없는 행동에 마냥 웃음이 나왔다. 지금은 두 아이 모두 성인이 되었고 각자의 생활에 집중하고 있다.

나는 시간이 날 때면 여전히 도서관으로 향한다. 출입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오랫동안 사람들의 손때가 묻은 묵은 종이 냄새와 이제 막 출판을 마치고 진열된 따끈한 신간책의 잉크냄새가 뒤섞여 코를 자극했다. 고요한 침묵 속에 들리는 건 나의 발자국 소리와 간혹 책 넘기는 소리뿐이었다. 읽고 싶은 책을 골라 집으로 돌아올 때면 마음까지 넉넉해진다. 체력이 허락하는 한 도서관을 계속 찾을 것이다.

해리포터 시리즈를 쓴 조앤 K 롤링은 “당신이 독서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아직 좋은 책을 발견하지 못한 것이다”고 말했다. 요즘 보면 독서인구가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이다. 시작이 어려울 뿐 한 권 두 권 읽다보면 알게 될 것이다. 책이 주는 즐거움과 행복감을, 그리고 책을 통해 성장하는 자신을 곧 발견하게 될 것이다.

서부경남신문  newsnur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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