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이슈 3.0 기획특집
2100년 추석에는 기후변화로 사라지는 ‘빨간 거창사과’환경부 기후변화평가보고서

80년 후 빨간 사과 찾기 어려워
사과재배지 적합 지역 0% 예상
2030년 기후변화로 전역에 영향

사과재배지 강원 산지까기 확대
거창은 단감 안전재배 가능지점

거창군 고제면 봉산리 사과재배 농가에서 추석을 앞두고 홍로를 수확하고 있다. 하지만 환경부는 기후변화로 인해 한반도 전역은 80년 후 추석에는 빨간 사과를 찾아볼 수 없을 것으로 예측했다. <사진: 거창군>

지난해 길게 이어지며 많은 피해를 입혔던 장마에 비해 올해 장마는 반짝하고 끝났다. 하지만, 가을장마라 불리는 집중호우는 농가들의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잘 자란 과수들이 행여나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는 삶에 민감하게 다가오고 있는데, 농업에서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환경부가 펴낸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 2020’은 기후변화가 농업에 미치는 영향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수십년 간의 흐름 속에 농사 환경의 변화를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21세기 말에는 거창의 사과 재배지가 줄어들고 단감 재배가 늘어날지도 모르겠다. 만일 실제 그렇게 된다면 기후변화 때문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주요 과수의 경우도 재배적지가 북상하고 주산지가 변화했다. 이중 온대과수인 사과는 온난화에 따라 재배적지가 북상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아열대 기후대가 증가하면서 재배적지 감소로 재배면적이 감소하는 추세를 나타냈다.

지난 2018년 통계청이 1970~2015년 기간 과수작물의 재배면적 변화를 분석한 결과, 사과 재배면적은 과거 사과의 주산지인 대구 및 인근 지역(경산, 영천, 경주 등)에서 감소했다.

반면 경북, 충북, 충남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증가했으며, 강원 산간지역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또한 복숭아, 포도, 단감, 감귤 등의 주요 과수 작물의 주산지도 점차 북상하고 있음이 보고됐다.

거창군이 기후변화에 대비해 지난해부터 10회 40시간에 걸쳐 1년간 미래형 사과형 아카데미 강좌를 열고 있다. 수강생들은 다축수형, 토양이해, 재배관리 등 사과에 대한 전 과정을 교육받는다. <사진: 거창군>

지난 2014년 한국기후변화학회지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단감의 안전재배 가능지점을 분석한 결과, 과거 40년 동안에는 남한의 기상관측지점 61개 중에 38개 지점에서 단감의 안전재배가 가능하였던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2003~2012년까지 10년 동안에는 거창을 비롯해 속초, 원주, 충주, 서산, 울진, 양평, 이천, 천안 등 9개 지점이 추가되어, 단감의 안전재배 가능지점이 총 47개로 확대됐다.

작물의 생산성은 재배기간 동안의 평균 기상의 변화에도 영향을 받지만 단기적인 이상기상에도 크게 영향을 받는다. 지난 2018년 한국농림기상학회지 이상기후가 과수 생산성에 미치는 악영향 연구에 따르면 2007~2016년까지 10년 동안의 자료를 이용해 이상기상이 과수 생산성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한 결과, 건조특보의 발효횟수가 증가함에 따라 유자, 사과, 배 등의 생산 효율성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과 갈색무늬병은 여름철 비가 많고 기온이 낮은 해에 많이 발생하여 사과나무에서 조기낙엽을 가장 심하게 일으키는 병이다. 2000년대 들어서는 주요 지역이 2~4등급의 위험도를 보인 반면, 2030년대 이후부터 우리나라 전역에서 위험도가 매우 높을 것으로 예측됐다.

또한 폭염 특보의 발효 횟수가 증가함에 따라 참다래와 유자의 생산 효율성은 감소하고, 호우 특보의 발효 횟수가 증가함에 따라 유자의 생산 효율성이 감소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기후 변화 시나리오에 근거한 잠재적 재배지 변화 연구에 따르면 온도구배하우스(온도차에 따른 작물반응을 위해 만든 하우스)에서의 실험 결과(최대 대기온+5.0도) 기온상승에 의해 ‘후지’ 사과의 만개기는 빨라지고 영양생장도 왕성해지나, 지나친 고온은 영양생장과 과실비대를 억제하고 착색을 불량하게 된다. 반면 착과량에는 온도 상승이 문제가 되지 않아, 생산량보다는 과실 품질에 영향을 많이 미칠 것으로 예상됐다.

전자기후도를 이용하여 사과의 재배적지를 예측한 결과, 1981~2010년 평년 기후자료에 의한 사과 재배적지는 우리나라 전체 농경지 면적 중 적지 23.2%, 가능지 34.4%, 저위생산지 42.4%로 나타났다.

전국 사과 평가회에서 수상한 거창사과 ‘아리수’ 품종. 사과가 붉게 변하는 건 10월 이후 밤 기온이 15~18도 정도로 떨어져야 안토시아닌 성분이 늘어나면서 껍질이 붉게 변한다. 하지만 2100년에는 국내산 붉은 사과는 찾아볼 수 없게 된다. <사진: 거창군>

그러나 2100년 사과 재배적지는 적지와 가능지는 각각 22.4%, 33.1%가 감소했고, 저위생산지는 55.6% 증가하는 것으로 모의되었다. 기후변화가 심할 경우 적지와 가능지가 0%, 0.2%로 고품질의 사과 재배가 가능한 지역이 거의 없을 것으로 예측됐다. 국내산 붉은 사과는 말 그대로 찾아볼 수 없게 된다. 온난화로 인해 밤 기온이 올라가면 사과는 빨간색으로 변하지 못하고 녹색으로 남게 된다. 사과가 붉게 변하는 건 10월 이후 밤 기온이 15~18도 정도로 떨어져야 안토시아닌 성분이 늘어나면서 껍질이 붉게 변한다.

‘제주 감귤’은 ‘강원도 감귤’로 대체된다. 귤(온주밀감)의 재배 적지는 제주다. 그러나 2090년이 되면 제주는 한라산 산간을 빼곤 재배가 불가능하다. 대신 2030년대 전남 해안가를 시작으로 경남, 강원도 해안으로 재배지가 확대되면서 경북, 충북, 전북도 감귤 재배가 가능해진다. 1년 내내 수확하는 부지화감귤도 2090년대엔 강원도 해안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나주 배’도 사라진다. 2010년이면 배의 주요 산지가 전남에서 충남으로 바뀌며, 배 재배에 적합한 지역은 2040년 이후 급격히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포도도 2090년대가 되면 재배 적지가 농경지의 0.2%로 준다. 반면 속초, 원주, 이천, 천안 등 재배 가능지역이 북상한 단감은 앞으로도 생산량이 꾸준히 늘어난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이상기상 현상의 발생빈도수가 늘어나며 사회 여러 분야에 경제적인 피해가 증가하고 있다.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이용하여, 미래 개화일의 변화를 예측하고, 개화 후 온도 분포를 정량화한 결과, 온난화로 인해 개화기는 현재 재배 중인 지역을 대상으로 모든 과종에 대하여 현재 평년을 기준으로 미래 평년(2071~2100)에는 약 20일 정도 앞당겨질 것으로 예상됐다. 개화 후 저온의 분포는 과종, 지역별로 일정 부분 차이가 있을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해역의 연평균 표층수온은 최근 49년간(1968~2016) 약 1.23도 올랐다. 환경부의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는 2100년 우리나라 주변 표층수온은 지금보다 3~6도 더 오를 수 있다고 봤다.

기후변화가 거창의 과수 재배 환경에 끼칠 영향이 만만치 않은 것이다.

강대식 기자  kangds@seobunews.com

<저작권자 © 서부경남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강대식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