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단, 발신기 통해 모니터링
합천·영동·무주 일대에도 나타나

곰은 법적으로 수렵 금지 대상
거창군 대비책 마련 필요한 상황

지난 13일 거창군 가북면 수재마을에 나타난 곰은 지리산 반달곰 오삼이(KM-53)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립공원공단 관계자는 "거창에 나타난 곰은 오삼이로 들었다. 계속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 국립공원공단 생물종보존원>

별명은 ‘콜럼버스’. 정식 이름은 ‘KM-53’이다. 그래서 오삼이라고도 불린다. 국내에서 수컷 반달곰으로 53번째 지리산에 방사된 개체다.

지난 13일 거창군 가북면 중촌리 수재마을에 나타난 곰은 콜럼버스 오삼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립공원공단 관계자는 15일 서부경남신문 문의에 “거창에 나타난 곰은 오삼이인 것으로 들었다”면서 “(발신기를 통해)공단에서 계속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삼이는 2018년 지리산을 떠나 경북 김천 수도산을 중심으로 경남 거창과 합천, 충북 영동, 전북 무주군을 일대 중부지역 백두대간 숲 속에서 살아왔다.

오삼이에게 콜럼버스라는 별명이 붙은 건 2017년 6월 지리산이 아닌 김천 수도산으로 ‘가출’한 것이 확인되면서다. 일반적으로 다른 지리산 곰들이 15㎞ 반경에서 활동하는 것과 비교할 때 90㎞ 거리까지 이동했다는 것은 특별한 것이었다. 국립공원공단에서 포획해 지리산으로 옮겨 놓기도 했다.

그러나 오삼이는 지리산을 다시 떠나 김천 수도산으로 향했다. 단순한 가출이 아닌 새로운 터전을 잡고 싶어 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2018년 5월 대전~통영 고속도로를 건너다 버스에 치이는 교통사고를 당했다. 장시간 수술 끝에 건강을 회복한 이후, 국립공원공단은 오삼이가 원했던 수도산으로 보냈다.

그렇게 정착할 줄 알았는데, 오삼이의 모험은 또 이어졌다. 지난 2020년 6월 30㎞ 떨어진 충북 영동에서 벌통 4개를 털어 꿀을 먹다 걸린 것이다. 다시 수도산으로 돌아갔으나 꿀맛 때문인지 다시 영동에 나타나 민폐를 끼친다. 그리고 지난 6월에는 다시 고향 지리산에 나타났다. 남원 도로에 몸무게 200㎏ 곰이 마을 수백 미터 거리에 나타나면서 소방대원들이 출동하기도 했다.

오삼이가 수도산에서 지리산으로 온 것은 짝짓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국립공원공단 측은 “오삼이가 최근 지리산에서 수도산으로 다시 옮겨갔다”고 전했다. 수도산과 직선거리로 2.6㎞인 거창 가북에 나타난 곰은 야생곰이 아닌 오삼이었던 것이다.

국립공원공단 측은 “곰은 법적으로 수렵 금지 대상”이라면서 피해를 입지 않도록 주의를 당부했다. 전문가들은 “반달가슴곰은 평소 성격이 포악하지 않고 사람을 먼저 피하지만 산속 먹이 사슬 최상위에 있는 포식자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곰이 가까이 오면 먹이를 주거나 사진을 찍으려 하면 안 된다. 소리를 질러 자극하거나 돌이나 물건을 던지는 것도 금물이며, 뒷걸음으로 천천히 물러서 자리를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도산 15㎞ 이내가 반달곰의 기본 행동반경인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 더구나 행동반경이 100㎞ 정도에 달하는 오삼이의 경우 무주와 경계인 고제면 등지에도 나타날 수도 있는 만큼 대비책 마련이 요구된다.

이영철 기자  achimstor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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