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금 1000억원 조성  …  독립된 비영리 재단법인
경남의 문화예술을 이끌어가는 중심축으로 역할

▲ 기금 1000억 원의 경남문화재단이 출범된다. 사진은 2008년 3월14일 경남무역회관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토론회 모습.

기금 1000억 원의 경남문화재단이 올 하반기 출범된다. 경남도는 2008년 3월 14일 경남무역회관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도내 문화예술 활동을 진흥하고 문화예술 활성화를 위한 민관협력 강화 및 메세나 활동의 체계적 지원 등을 위해 ‘경남문화재단’을 설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재단은 비영리법인 형태로 2025년까지 기금 1000억 원을 조성하게 된다. 출범에 맞춰 경남도문화예술진흥기금에서 103억 원을 출연하고, 해마다 일반회계에서 20억~100억 원을 보태 2015년까지 300억 원으로 늘릴 계획이다. 기금은 전액 경남도 예산에서 마련되며, 재단이 안정될 때까지 운영비도 지원한다.

재단 조직은 태스크포스 형태로 시작해 초기에는 관리부, 홍보부, 정책연구부 등 대표이사와 직원 등 총 7명으로 운영될 전망이다. 직원 중에는 재단의 조기 정착을 위해 도청에서 파견된 직원 2명이 포함될 방침이다. 재단 자본금 규모가 300억 원을 넘어서면 임직원을 총 10명으로 늘리게 된다.

재단 출범 초기에는 대외협력을 통한 문화예술 지원 촉진자로서의 기능을 주로 하게 된다. 장기적으로 경남문화콘텐츠 설립, 도립문화예술회관 운영, 경남영상위원회 관련 사업으로 범위를 넓혀간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도는 재단 설립에 따른 조례 제정과 발기인 총회, 이사회 구성 들을 상반기에 마치기로 했다.

이날 발제에는 문화예술인과 각계 전문가 등 1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박갑도 경남도문화관광체육국장이 ‘경남문화재단 설립 및 운영방향’을, 박희주 경영지원실장이 ‘경기문화재단 설립과정 및 운영사례’를, 김락기 인천문화재단 기획운영팀장이 ‘인천문화재단의 역할과 운영사례’를 각각 발표했다.

토론에는 염재상 창원대 인문대학장의 사회로 도난실 경남도의회 의원, 이종일 경남예총회장, 박현수 창원전문대 교수, 강동옥 경남민예총 사무처장, 김종원 경남대 교수가 나섰다.

한편 광역자치단체로는 1997년 경기문화재단 설립을 시작으로 강원도, 인천시, 제주도, 서울시 등은 문화재단이 설립돼 있고, 부산시와 대구시가 문화재단 설립을 추진 중이다. 경남의 기초단체 경우는 김해시, 거제시에서 설립되었고 가장 최근에는 창원시가 문화재단을 출범시켰다.

▲ 2006년 전국 16개 시·도별 문화예술 기반시설 현황

◇경남 문화예술의 인프라는=문화관광부의 ‘2007 문화기반시설총람’에 따르면 경남의 문화예술 기반시설은 박물관·미술관 등 전시시설이 40곳, 공연장·문예회관 등 공연시설이 48곳, 문화원·문화의 집이 41곳, 공공도서관이 45곳이다.

이를 다른 시·도와 비교해 볼 때 도 단위 광역자치단체 가운데에는 경기도에 이어 두 번째를 차지하고 있어 문화 기반시설은 대체로 양호한 편이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박물관, 미술관 등 전시시설과 공연시설 등은 마산, 창원, 김해 등에 집중되어 지역적 편중현상을 나타내고 있다.

경남의 경우 문화예술 기반시설과 문화예술 활동 인구 등을 고려해 볼 때 문화재단 설립을 위한 문화예술 조건은 충분히 갖추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따라서 종합적인 예술지원체계 마련이 절실한 실정이고, 문화기반 시설의 효율적인 운영시스템을 마련할 필요가 생겼다. 경남문화재단은 경남 문화예술 활동의 자율성과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인 셈이다.

박갑도 경남도 문화관광체육국장은 “경남의 문화예술 인프라는 괜찮은 편이지만 운영시스템이 부족하고 지역격차도 심하다”며 “민간의 창의적이고 자율적인 문예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재단을 세우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경남도와 문화재단과의 관계=경남도는 ‘문화정책수립 기관’으로서 문화예술정책 수립, 문예시설 건립의 인프라 구축, 문화재단의 지원 및 지도·감독 기능을 수행하게 된다.

경남문화재단은 ‘문예활동 지원기관’으로 문화예술진흥 정책개발과 자문, 문화예술진흥기금 조성 및 운영, 전통문화예술의 전승과 문화유산 발굴 및 보존, 문화산업 육성지원 및 지역문화예술인재 양성, 문화예술분야 국내외 교류사업 추진, 도지사가 위탁하는 문화예술분야 사업을 맡게 된다.

구체적인 사업안은 살펴보면 △문예진흥기금 및 무대공연작품 지원 △시·군 축제 지원 △찾아가는 문화예술활동 △메세나 활동지원 △이순신 뮤지컬 제작지원 △시·군 문화원 활성화 관련 사업 등이다.

앞으로 ‘업무 확장기(2010~2015년)’와 ‘본격 추진기(2015년 이후)’를 거치게 되면 △문화예술교육 강화 사업 △해외문화교류 사업 △경남 대표 인물 조명사업 △경남 영상위원회 관련 사업 △문화 관련 국제행사 유치 사업 등이 추가되는 것으로 되어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사업 안은 현재 경남도 ‘문화예술과’에서 진행하는 업무와 동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경남 영상위원회 사업’ 등은 인천문화재단에서 시행하는 사업을 그대로 옮겨 와 구체적인 ‘안’을 제시했다기보다는 그야말로 ‘이런 것도 해보면 좋지 않겠느냐’는 막연한 구상을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이 때문에 토론자로 참석한 도난실 도의원은 경남도가 제시한 안을 두고 “경남문화재단은 ‘옥상 옥’에 불과한 것 같다”며 “이미 문화재단을 운영하는 타 시·도의 사업 일부를 따온 것 같은 인상을 받았다"며 체계적인 추진을 주문했다.

◇토론회에서 오간 내용들은=결론적으로 말하자면 토론회에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안들은 도출되지 못했다. 지역의 내실 있는 문화정책 개발을 위해서는 경남문화재단이 반드시 설립되어야 한다는 당위성에 그쳤다.

경남도는 “2008년 말에 경남문화재단이 설립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2008년 3월에 열린 토론회에서는 적어도 2∼3년 전에 나왔어야 할 초보적인 로드맵이 제시됐다. 또한 이날 토론회는 경남문화재단을 주제로 한 최초의 공개적인 토론회였음에도 정체성에 대한 논의는 빠져 참석한 문화예술인들을 혼란스럽게 했다.

도난실 도의원은 “안정적인 재원 확보를 위해 기금에만 의존하지 말고 마케팅을 통해 수익을 창출해야 한다”며 “무리하게 일정에 맞춰 추진할 게 아니라 더 많은 논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종일 경남예총 회장은 “기금의 이자 수익만으로 지원하면 미흡하다. 100억씩 1년에 지출하는 등 문화예술 분야에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며 “프랑스와 같이 ‘종자돈’을 써야한다”는 지적을 제기했다.

김종원 경남대 교수는 “재단의 성격을 분명히 하고, 경남문화의 체계화를 위해 정체성 확립이 우선되어야 할 것”을 주문했다. 박현수 창원전문대 교수는 “문화행정의 전문성과 문화예술 전문가의 참여를 강화하고, 문화재단을 통해 경남의 브랜드를 확충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동옥 경남민예총 사무처장은 “균형 있는 이사진 구성과 함께 재단보다는 위원회 형태가 좋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경남도 관계자는 “위원회의 경우 의결에 시일이 많이 걸리는 반면 책임감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어 재단이 바람직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대부분의 시·도는 재단이지만, 광주는 위원회 형태다.

◇경남문화재단의 남은 과제=문화재단은 문화예술인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탄력적인 인력운용, 전문 인력의 네트워크화가 필수적이다. 경남문화재단만이 가질 수 있는 고유한 사업 방향과 성격을 정확히 제시해내고, 독창성 있는 중․장기적인 전략적 사업들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김종원 경남대 교수는 “경남이 가지고 있는 문화예술콘텐츠를 종합적으로 연구, 분석하여 문화예술의 미래에 대한 새로운 가치와 비전을 발견해내고, 이를 바탕으로 문화재단이 추진해야 할 중점사업들을 정립해나가고 사업의 성격과 방향을 구축해 나가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탄생하게 될 문화재단은 경남문화예술의 비전과 사업추진 방향에 맞추어 조직과 인력, 예산구조를 구성할 수 있을 것이며 그래야만 앞으로의 역할과 기능 및 그 성격이 더욱 명확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경남문화재단이 설립되면 메세나 활동의 체계적 지원과 함께 지역문화예술의 현안에 대해 다양한 역할을 요구받게 될 것이다. 따라서 출범이 얼마 남지 않은 현 시점부터라도 다양한 만남과 대화를 통한 소통과 의견수렴, 전문적인 분석과 연구를 통한 창의적이고 생산적인 문화재단을 설립할 수 있도록 공동적인 노력을 기울여 함께 준비해 가야 할 것이다.

경남문화재단은 문화행정의 전문성과 문화예술 전문가의 참여를 강화하고, 문화단체를 지원하며 경남의 지역문화예술을 이끌어 가는 중심축으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경기문화재단은 왜 설립되었는가? 경기문화재단은 1997년 7월 3일에 창립기념식을 가지고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했다. 재단은 경기도 50대 중점사업에 포함돼 1995년 10월 설립 준비를 마쳤고, 이후 2년여 동안 13차례의 공청회와 토론회를 거쳤다. 초기에는 지자체의 문예진흥기금 확대와 민간전문가에 의한 운영이 목표였다. 공청회와 토론회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문화정책 생산기능, 전통문화예술 보급 전승기능, 국제문화교류기능이 부가되었다. 경기문화재단의 정관상 설립목적은 “경기도의 역사와 전통의 계승과 지방문화예술의 진흥을 통해 도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국제문화교류 사업을 통해 국가 간의 상호 이해와 협력의 기틀을 마련함을 그 목적으로 한다”고 되어 있다. 경기문화재단 설립을 논의하는 초기단계인 95년 12월에는 기본재산 조성목표를 300억 원으로 산정하였지만, 96년 7월 1000억 원으로 목표를 상향 조정하게 된다. 이유는 여러 가지 기능이 늘어난데 따른 적절한 예산확보가 목적이었다. 경기도는 1000억 원 조성을 위해 경기도문화예술진흥조례 제정 시 일반회계 예산의 1%를 매년 적립한다는 강제조항까지 두었다. 이는 그만큼 경기도의 의지가 강했던 것이고 문화예술계와 전문가, 도민들의 기대 또한 컸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설립 후 해가 거듭될수록 재단의 지원기조는 창작 진흥을 위한 지원은 중앙에 맡기면서 시민들이나 장애인, 소수자, 이주노동자들의 문화 복지 사업에 비중을 두게 된다. 또한 남한산성복원정비사업, 백남준 아트센터 건립, 실학박물관건립사업 등을 경기도로부터 위탁받았다. 현재 경기문화재단은 경기도박물관과 경기도미술관, 조선관요박물관 통합해 운영하고 있다. 이런 사례는 국내는 물론 국제적으로도 그 유례를 찾을 수 없을 만큼 대단히 어려운 시도였고, 실험적인 시도이기도 하다. 박희주 경기문화재단 경영지원실장은 “지자체는 문화재단이 본연의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수행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간섭과 견제보다는 문화재단의 설립목적을 기준으로 객관적인 사후평가에 더 큰 의미를 두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재단을 운영하는 재원의 확보, 이사회의 구성, 지자체와의 관계설정은 매우 중요하다”며 “지역 문화예술 현안에 대한 중재자, 해결자로서의 역할도 요구된다”고 밝혔다. 경기문화재단의 실질적인 경험은 올 하반기 출범을 앞두고 있는 경남문화재단에 시사하는 바 매우 크다. 경남문화재단의 초기의 목표와 임무를 문화예술 사업에 대한 지원과 진흥에 초점을 둘 것인지, 경남도의 문화예술 관련 시설을 위탁 운영케 할 것인지는 아주 중요한 문제라 할 수 있겠다. 문화재단 설립 초기부터 적극적인 논의와 대응이 필요하다.

 

이영철 기자  leeyc@seob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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